[美중간선거] 바이든도 트럼프도 활짝 웃지 못했다

김예슬 기자 2022. 11. 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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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로 고군분투한 공화…'트럼프당' 비판도
바이든, 임기 후반 험로 예상…"재선하지 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2020년10월22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 대학에서 NBC방송 앵커인 크리스틴 웰커의 진행으로 마지막 TV 토론에 참석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미국의 정치 지형을 재편하는 11·8 중간선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둘 다 웃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번 중간선거는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초반에 대한 심판 성격을 가짐과 동시에 2024년 대통령 선거 전초전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두 전·현직 대통령의 2024년 대선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라 붙을 것으로 보이다.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가와 함께 하원을 공화당에게 내주며 국정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고, 공화당이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두자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선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NN, 영국 가디언 등은 이번 선거의 패자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꼽았다. 이들이 분석한 승자 명단에 바이든 대통령은 없다.

CNN은 '도널드 트럼프에게 아주 끔찍한 날'이라는 칼럼을 실었고, 가디언은 "중간선거의 승자는 명확하지 않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패자라는 점은 명확하다"고 적었다.

CNN에 따르면 이날 미국시간 오후 8시 기준으로 하원에서 공화당은 207석, 민주당은 187석을 확보했다. 상원은 민주당이 48석, 공화당이 49석을 각각 확보했으며 개표가 진행 중인 네바다주, 애리조나주, 조지아주 등 3곳은 보류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5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라트로브를 방문해 공화당 메메트 오즈 후보 지지유세를 벌였다. 펜실베이니아는 오는 8일 미국 상원 중간선거에서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적힌 빨간 모자를 쓰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MAGA' 때문에 고군분투한 공화당?…불거지는 트럼프 책임론

투표 전까지만 하더라도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경제 책임론'으로, 공화당이 크게 승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레드 웨이브(red wave·공화당 바람)'까지 거론됐으나, 실제 투표 결과는 공화당의 신승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에는 '안티 마가(Anti-MAGA)' 세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란 2020 대선 조작설을 옹호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세력을 뜻한다.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330명 이상에 대해 지지 선언을 한 것은 물론 직접 지원유세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관여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전면에 나선 것이 오히려 악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극우 마가(MAGA) 공화당 심판론'을 내세워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하는 계기를 줬다는 것.

로이터는 "민주당 내 비평가들은 2020년 대선 조작설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과 이를 되풀이하는 후보자에 대한 선거 캠페인은 민주당 지지자들로 하여금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고 느끼게 했다"고 설명했다.

가디언 역시 "대부분의 공화당 후보들은 2020년 대선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전면 부정했다"며 "이런 마가 세력 덕에 바이든 대통령은 유권자들이 '경제'에 불만을 품더라도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민주당에 투표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의 대권 잠룡으로 언급되는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재선을 확정 지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치고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도 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드샌티스 주지사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번 선거로 드샌티스 주지사가 '명백한 승자'가 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세 번째 대선 도전은 사실상 좌절될 공산이 크다.

게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화당이 그의 정당으로 전락했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일부 공화당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하는 모양새다. 당초 '트럼프 키즈'로 분류된 오하이오주의 상원의원 당선자 J.D.밴스는 당선 소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전날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선거를 관전 중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혼란을 겪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간 선거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고 "공화당 동료들과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졌잘싸' 바이든, 임기 후반 험로 예상…"재선하지 마라" 여론도

바이든 대통령은 9일 11·8 중간선거 이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지난 40년 동안 어떤 민주당 출신 대통령의 첫 중간선거보다 하원에서 더 적은 의석을 잃었다"며 애써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려 했지만 임기 후반은 초반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예상외로 선방하기는 했지만, 공화당에 하원을 내주며 바이든 대통령도 정치 행보를 이어갈 동력을 잃었다. 남은 2년간의 임기 동안 그의 정책 추진 동력이 상당히 상실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상원은 조약체결·비준동의권, 고위공무원임명동의권, 탄핵심판권 등을 가지고, 하원은 예산법안 우선심의권, 탄핵소추권 등을 행사한다.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한 바이든 대통령이 중점적으로 추진할 낙태 법안에 제동이 걸리고, 이민과 예산 등 공화당 관심 사안이 주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는 국내 지출을 대폭 삭감하고, 2025년 말에 만료될 예정인 세금법안의 일부 감세 부분을 영구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또 일부 공화당원은 퇴직자를 위한 사회 보장 프로그램과 노인 및 장애인을 위한 메디케어 건강 보험을 개혁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학자금 대출 면제 및 법인세 인상과 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초기 성과들마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공공 지출 삭감을 예고했다. 하원의장은 관례적으로 하원 다수당의 원내대표가 맡는데, 차기 의회에서 매카시 의원이 하원의장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국민들의 여론도 녹록지 않다. CNN 등이 인용한 에디슨리서치 출구조사 결과 절반 가까운 응답자가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선거의 투표 요인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번 선거를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평가로 삼지 않았다는 의미다.

또 응답자의 67%는 바이든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응답했다. 특히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 중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출마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60%에 못 미치며 그의 재선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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