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싸우겠다” SNS에 히잡 벗은 사진 올린 이란 배우

박은하 기자 2022. 11. 1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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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는 ‘여자·삶·자유’ 글귀
2019년에도 시위 탄압 비판
아카데미상 <세일즈맨> 출연
알리두스티가 9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에 올린 프로필 사진

이란의 유명 영화배우 타라네 알리두스티(38)가 9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을 히잡을 쓰지 않은 사진으로 바꿨다. 알리두스티가 최근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로 체포된 사람들과 사망자 유가족을 돕겠다고 밝힌 뒤 올린 게시물이다.

사진 속 알리두스티는 손에 쿠르드어로 ‘여자, 삶, 자유’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지난 9월 쿠르드인 여성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고 경찰에 끌려갔다가 사망한 이후 이란 전역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의 대표 구호다. 알리두스티 인사트그램의 팔로어는 780만명이 넘는다.

그는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자신을 ‘배우, 통역사, 페미니스트, 엄마’라고 소개했다. 알리두스티는 이전까지 공식 석상에서는 물론 SNS에 올린 사진에서도 머리카락을 완전히 가리지는 않더라도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알리두스티가 2009년 만든 페이스북 계정에서 사용한 프로필 사진. 이 계정은 현재 업데이트되고 있지 않다.

그는 이란에서 2019년 11월 시위가 벌어졌을 때도 “우리는 시민이 아니라 포로”라고 글을 올렸다. 이란 정부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당시 1500명 가까이 사망했다. 그는 1950년대 이란을 배경으로 한 온라인 사극에도 출연했는데 이 작품은 남녀가 함께 어울려 파티를 하고 클럽에서 술을 마시는 등 이슬람 혁명 전 사회상을 담아 반향을 일으켰다.

알리두스티는 며칠 전 인스타그램에 “나는 남을 것이다. 나는 일을 중단할 것이다. 나는 구금된 이들, 살해당한 사람들의 가족 곁에 설 것이다. 나는 그들의 옹호자가 될 것이다. 내 고향을 위해 싸울 것이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오늘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것을 믿는다”고 적었다. 이란 당국이 히잡 반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며 강경 진압을 예고한 무렵이었다. 그는 “외국 여권은 없다”며 자신이 외국 시민권자라는 의혹도 부인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란 영화계는 반정부 시위 이전부터 당국의 압력을 받고 있다. 정부 비판 성향을 드러냈던 영화감독 모하마드 라술로프와 자파르 파하니는 테헤란의 정치범 수용소에 갇혔다. 라술로프는 지난 5월 바하단에서 일어난 건물 붕괴 사고로 발생한 시위를 옹호하는 게시물을 온라인에 올렸다가 ‘사회 불안을 조장한 혐의’로 체포됐다. 파하니는 라술로프 석방 운동을 벌이며 교도소를 방문했다가 체포돼 2019년 반정부 시위를 지원했다는 혐의까지 적용돼 징역 6년 형을 선고받았다.


☞ 이란 여배우 “난 페미니스트다”
     https://m.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1606022048001#c2b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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