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한진칼 맞서던 공격적 이미지 벗고파"[인터뷰+]
"잘한 기업엔 당근책 줘야"
메리츠운용 인수 타진 배경은 '영역 확장'
에스엠과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KT&G와 플래시라이트캐피털, SK케미칼과 안다자산운용. 최근 일부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주주행동주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주주행동주의란 상장사의 주주인 기관투자자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해당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활동을 뜻한다.
이처럼 행동주의 바람이 거세질 때 시장에서 종종 소환되는 회사가 하나 있다.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나가며 행동주의 펀드에 드리웠던 '먹튀 이미지'를 지워내고 토종 펀드로서 가능성을 확인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다. 대중에겐 '강성부 펀드'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강성부 KCGI 대표는 2018년 11월 한진칼 지분 9%을 취득해 2대주주에 오른 뒤 이를 계기로 오너일가를 압박해 왔다. 이후 꾸준히 지분율을 늘려가며 경영권 분쟁에 영향력을 행사하다 올 초 지분 대부분을 호반건설 등에 매각했다. 당시 KGCI가 한진칼에 요구했던 것은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화였다. 당시 오너일가 갑질 논란에 휩싸여 있던 한진그룹 경영자들에 대한 국민 인식을 대변하는 격이었다. 때문에 일각에선 KCGI의 활약이 기존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상당부분 덜어내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시 활기를 띠는 주주행동주의 시장에 강 대표가 선발주자로서 건네고 싶은 조언은 무엇일까. 최근 서울 여의도동 소재 KCGI 본사에서 만난 강 대표는 뜻밖의 답을 내놓았다. 그는 "우리나라는 유독 칭찬에 인색하다"며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한 기업과 씨름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잘 하는 기업들'에게 당근책을 쥐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을 나타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 기업 지배구조인 G에 있습니다. 그 근간엔 물리지도 못할 배당소득세와 상속·증여세만 높게 설정해서 대주주에 세금 회피의 빌미를 제공하는 현행 제도들이 있고요. 핵심은 이런 가운데서도 꼼수에 휘둘리지 않고 지배구조 개선에 힘쓰는 기업들이 많다는 겁니다. 이들에게 충분한 격려를 해주는 게 기업 발전과 주가 상승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내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기업들 목에 방울다는 역할을 자처해 온 강 대표가 최근 지배구조 관련 공로 기업과 개인을 격려하는 연례 시상식을 기획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 대표는 올해부터 기업 지배구조 개선 관련 민간단체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과 함께 '한국기업 거버넌스 대상'을 제정해 관련자를 시상하기로 했다. 정치·법제 부문, 언론 부문, 학계, 기업계, 자본시장 부문 등 5개 부문에서 10명을 발굴하고 이들에게 총 상금 1억5000만원을 지급한다. 제1회 시상식은 이달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다.
시상식 제정은 KCGI에 씌워진 공격적인 이미지를 벗기 위한 목적도 있다. 강 대표는 "LIG넥스원과 LIG 등에 투자하는 등 기업 성장을 돕고 자금조달을 해왔지만 결국 남는 것은 한진칼 경영권 분쟁 때의 강렬한 인상뿐이었다"며 "공격적인 액션은 여러 전략 중 하나이고 기본적으로는 우호적인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지향한다. 행동주의 펀드가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이런 시상식을 만든 것은 전 세계적으로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가 생각하는 '좋은 지배구조'란 무엇일까. 강 대표는 "지배구조를 다시 짜서 대주주와 투자자들의 이해 방향이 같게끔 하는 것"이라며 "기업이 스스로의 이익만 우선시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이해관계자 간 부의 분배를 원만히 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KCGI는 매물로 나온 메리츠자산운용의 인수 후보군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최근 메리츠운자산운용 매각주간사로 NH투자증권을 선정하고 여러 원매자들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강 대표는 최근 중견기업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컨소시엄에서 KCGI의 지분율은 50%를 웃돈다.
강 대표는 "기관 전문 사모펀드인 KCGI를 비롯해 KCGI가 최대주주인 일반 사모펀드 운용사 케이글로벌자산운용은 국내 시장에서 영위할 수 있는 사업 범위가 제한적이다. 특히 라임 사태 이후로 수탁사들이 일반 사모펀드의 수탁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며 "종합자산운용사인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하게 된다면 글로벌 투자를 강화하는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 본다"고 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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