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태 핵심’ 이종필 前부사장 징역 20년 확정

펀드사기·돌려막기 혐의... 2심서 징역 20년 선고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오른쪽)와 이종필 부사장이 지난 2019년10월14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 관련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1조6000억원대 금융 피해를 낳은 ‘라임자산운용(라임) 환매중단 사태’의 핵심 인물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10일 오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수재·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사장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돼 징역 3년과 벌금 3억원을 선고받은 원종준 전 라임 대표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1억원을 선고받은 이모 전 라임 마케팅 본부장도 원심이 확정됐다.

이 전 부사장 등은 우선 ‘펀드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라임이 2017년 5월부터 투자한 5개 펀드 중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그룹(IIG) 펀드에 부실이 발생해 수익이 나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고 펀드를 판매한 혐의다. 이 당시 판매된 펀드는 총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부사장 등은 ‘돌려막기’ 혐의로도 추가 기소됐다. 라임 자금 200억원을 투자한 상장사 A사의 감사의견이 거절되자 라임의 투자손실이 공개될 것을 우려, A사의 전환사채(CB) 등을 200억원에 인수해주는 ‘돌려막기’ 투자를 통해 라임에 손실을 입도록 한 혐의다.

이 전 부사장은 두 건으로 나뉘어 진행된 1심에서 각각 펀드 사기 판매 등 혐의에 징역 15년과 벌금 40억원, 14억4000여만원의 추징금을, 부실채권 돌려막기 혐의에 징역 10년과 벌금 3억원, 추징금 7000여만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돌려막기 혐의와 펀드사기 혐의를 병합해 심리한 항소심은 이 전 부사장에게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0년, 벌금 48억여원을 선고했다. 18억여원의 추징명령도 함께 명령했다. 원 전 대표에게는 1심과 같은 징역 3년에 벌금 3억원, 이 전 본부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라임은 물론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이고 심각한 피해를 통해 고통을 야기했다”며 “금융 회사의 업무의 투명성과 공정성 및 이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현저하게 침해한 이른바 라임 사태에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라임사태는 2019년 7월 라임이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며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라임이 운용하던 펀드에 들어있던 주식 가격이 폭락해 대규모 환매 중단이 벌어진 사건이다. 지난 2월 17일 서울회생법원은 라임에 파산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