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의원님! 자녀 결혼식, 조용히 치를 순 없었을까요?

조기호 기자 2022. 11. 1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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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 · 피감 기관'에 전달된 의원님 자녀의 청첩 전말

"기자님, 이게 말이 됩니까?"

인천에 살고 있는 A 씨가 어떤 문자를 떠 담아 보낸 뒤 했던 말입니다. 보니까 인천 서구가 지역구인 신동근 국회의원이 자녀가 결혼식을 한다며 보낸 모바일 청첩장입니다. 이어진 A 씨의 말, "제가 민주당을 지지하는데 의원님의 이런 처신이 민주당을 욕먹게 하는 겁니다."


신 의원이 발송한 청첩 문자를 보니 정말 간결했습니다. 결혼 소식을 전하는 링크 달랑 한 개만 있었습니다. 수소문 끝에 인천에 사는 B 씨, C 씨와도 연락이 닿았습니다. 이들도 신 의원이나 신 의원 지역구 보좌관에게서 결혼식을 알리는 단체 문자를 받은 사람들입니다. 역시나 링크만 보낸 문자도 있고, 간단 소개 글은 있지만 수신자를 특정해 보낸 문자는 아니었습니다.


최근에 제가 받은 모바일 청첩장을 열어봤습니다. 정겹게 이름을 불러주고, 혹시 폐는 안 될지 조심스럽게 보낸 문자였습니다. 지인에게 청첩을 하려면 적어도 이런 성의는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주민들이 분노한 지점은,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그들 중에는 사업을 하는 사람도 있고,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분도 있습니다. 신 의원과 자신들은 정치인과 주민의 관계일 뿐 청첩을 주고받을 사이가 아니라는 겁니다. 더구나 요즘처럼 고물가에, 살림살이 팍팍한 세상에서 범인(凡人)들도 작은 결혼식 치르며 주위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데 정치인이 이런 식으로 자녀 결혼 소식을 알리는 게 맞느냐는 얘기였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회의원이 지역 주민들에게 청첩장을 돌리면 분명히 말들이 나올 텐데 이걸 각오하고 보낼 정도라면? 혹시 정부 피감 기관들에도 보내지 않았을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감사를 받는 기관들을 정리한 뒤 일일이 확인을 했습니다. 기관들은 의원들에게 을(乙)인 입장에서 함부로 입을 열 리 없었겠죠. 그래서 현직을 떠난 분들을 접촉했고 그 가운데 국세청에 신 의원 자녀 결혼 공지가 돌았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다른 피감 기관들에서는 '공식적으로 들어온 건 없다'는 애매한 답변 이외에 수확은 없었습니다.

이제는 신 의원에게 직접 물어야 할 시간입니다. 신 의원은 예상과 달리 "나는 몰랐다. 모든 건 보좌진이 한 거다"라는 판에 박힌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누구한테 왜 보냈는지 비교적 소상하게 얘기를 해줬습니다.


Q. 지역구 주민에게 자녀 청첩장을 무작위로 보냈나?
A. 그렇지 않다. 관례적인 수준을 벗어나 모르는 일반 주민한테 무차별 보낸 건 아니다. 대부분 지역 내에서 전혀 모르는 분이 아니다. 유관단체장들 같은 경우 통상적으로 모른 척 하면 나중에 말들이 나오고 자기한테는 왜 청첩 안 했느냐는 얘기가 나오니까.

Q. 어떤 사람들한테 보낸 건가?
A. 보좌관이 통상 관례적으로 단체, 유관기관에 있는 사람들 263명한테 보냈다고 했다.

Q. 피감 기관에는 보낸 적 있나?
A. 전혀 없다. 무슨 피감 기관에 그런 걸 보내나.
Q. 국세청에 접수가 됐다더라.
A. 국세청에서 국회를 오가며 관계를 맺고 있는 국세청 직원이 우리 보좌진과 친해서 알게 된 걸 조금 오버해서 자기가 알린 것 같더라.

의문점이 남습니다. 알고 지내는 '지인'에게 모바일 청첩장을 보낼 때 아무 말 없이 링크만 보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얼굴 한두 번 본 사람에게 청첩을 할 경우 더 신경 써서 초대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백 번 양보하더라도 의원실과 유관한 기관 사람들에게 청첩을 하는 게 맞는 걸까요? 그들이 김영란법에 맞춰 딱 5만 원씩만 축의금을 할까요?

국세청 공지글에 대한 설명도 납득이 잘 되지 않습니다. 국세청의 국회 담당 직원이 '오바'했다고 하지만 그게 국세청 직원의 잘못일까요? 외려 신 의원에게는 을(乙) 중의 을(乙)인 국세청 같은 피감 기관에 결혼 소식이 알려지지 않게 보좌진들 입단속을 더 철저히 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신 의원 해명대로 국세청이 먼저 찾아와 결혼과 관련된 정보를 달라고 했어도 피감 기관임을 감안하면 그냥 돌려보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번 취재를 진행하면서 혹시나 다른 국회의원도 비슷한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국회 쪽 상황을 알아봤습니다. 마침 최근에 자녀 결혼식을 치룬 민주당 의원이 한 명 더 있었더군요. 그런데 그 결혼식은 끝나고 나서야 주위에 조금씩 알려지게 됐고 뒤늦게 축하해주려는 동료 의원, 보좌관 등에게는 정말 '축하의 말'만 받았다고 합니다. 해당 의원실 보좌관은 "의원님이 왜 그러신 건지는 저희도 잘 모르죠. 주위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가 아닐까, 저희도 추측만 합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자녀의 결혼 소식, 친지나 지인에게 알려 축하받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다 비슷할 겁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라는 자리의 무게를 견디려면 다른 부모들이 갖고 있는 마음은 포기하는 게 지역 구민, 피감 기관으로부터 존경을 얻는 일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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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호 기자cjk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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