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34쪽 정진상 압색영장 입수...‘선거자금 4억’ 결국 이재명 수사로

봉지욱 2022. 11. 1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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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구속 기소한 지 하루 만인 어제(9일)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책조정실장의 자택 등에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김용 부원장과 정진상 실장, 두 사람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뉴스타파는 검찰의 정진상 압수수색 영장 사본을 입수해 확인했다. 법원이 11월 4일 영장을 발부했고 닷새 뒤 검찰이 집행했다. ‘정진상 압수수색 영장’은 모두 34쪽이다. 압수수색 영장으로는 이례적으로 많은 분량이다.

검찰은 영장에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장동 개발의 전체적인 진행 과정과 유착 관계의 형성, 그리고 민간 사업자들과의 뇌물 전달 과정, 수익 배분 모의까지 10여 년에 걸친 대장동 이해 당사자들의 범죄 혐의를 설명하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34쪽에 이르는 ‘정진상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앞으로 진행될 검찰 수사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고 판단해 영장에 담긴 검찰의 수사 내용을 정리했다.  

▲ 검찰이 영장 청구서를 통해 주장하고 있는 정진상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의 사유

검찰, 정진상과 이재명을 ‘정치적인 공동체’로 규정  

검찰은 영장에서 정진상과 이재명의 관계를 ‘정치적인 공동체’로 규정했다. 검찰은 정진상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 등에 나갈 때마다 '공직 사퇴, 선거 후 재임용' 등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도왔고, 20년 이상 이재명을 보좌하면서 각종 정책개발과 추진을 총괄한 사람’이라며 두 사람의 특수 관계를 부각했다.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한 정진상 실장의 범죄 혐의는 세 가지다. ‘특가법상 뇌물, 부패방지법 위반, 증거인멸 교사.’

이중 먼저 뇌물 관련 혐의를 보자. 검찰은 정 실장이 시기별로 네 번에 걸쳐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진상,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총 1억 4천만 원 수수 혐의

① 2013~2014년 추석·설 명절 금품수수, 유동규 → 정진상 (총 3,000만 원)

영장에 따르면, 정진상은 성남시청 정책비서관으로 재직 중이던 2013년 2월 설 명절 무렵, 성남시청 2층 자신의 사무실에서 유동규로부터 사업과 인사 청탁 명목으로 현금 1,000만 원을 받고, 2013년 9월, 2014년 1~2월 등 추석과 설 명절 무렵에도 각각 1,000만 원씩 총 3,000만 원을 수수했다. 당시 유동규는 성남시설관리공단과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있었다. 

② 2014. 4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무렵 금품수수, 이기성→남욱→김만배→유동규→정진상 (총 5,000만 원)

검찰이 적시한 두 번째 뇌물 수수 경로는 다소 복잡하다. 영장에 따르면 모두 5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2014년 4월, 천화동인 4호 소유자인 남욱 변호사가 박영수 전 특검의 인척인 분양대행업체 더감 대표 이기성으로부터 비자금 5,000만 원을 받아, 이를 김만배에게 전달했다. 이후 김만배는 성남시 정자동에 있는 타임브릿지오피스텔 부근 대로변에서 유동규에게 이 돈을 줬다.

이어 유동규는 위례 신도시 개발사업과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성남시 인허가 등 절차에서 편의를 봐달라는 남욱 등의 청탁과 함께 5,000만 원을 정진상에게 줬다. 유동규가 돈을 전달한 곳은 정진상이 사는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청솔마을 아파트였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이 5,000만 원의 뇌물이 오갔을 때가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 검찰은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재선에 나섰던 시기에 측근의 뇌물 수수가 이뤄졌는지 여부가 검찰 수사의 관건인 것이다.  

③ 2019.9 무렵 금품수수, 유동규→정진상 (3,000만 원)

검찰은 정진상과 유동규의 관계가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에서 경기도지사가 된 이후에도 계속 이뤄졌다고 봤다. 2019년 8~9월 사이, 정진상은 유동규를 만나 “필요한 곳이 있으니 돈이 있으면 달라. 5,000만 원 정도 주면 좋겠다고 말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후 유동규는 알고 지내던 지인으로부터 3,000만 원을 빌렸고, 2019년 9월 정진상의 집을 찾아가 경기관광공사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과 예산안 배정, 인사 등을 잘 부탁한다며 3,000만 원을 건넸다. 이때 유동규가 정진상의 아파트를 찾아갈 때,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설치돼 있는 CCTV에 녹화되지 않기 위해 계단을 이용하여 5층에 있는 정진상의 주거지까지 이동하였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런 구체적인 행위 진술은 유동규의 입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④ 2020.10 무렵 금품수수, 정민용→유동규→정진상 (3,000만 원)

유동규는 2020년 8월, 남욱,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개공 전략기획실장)을 만나 진상이 형에게 인사를 하야 하는데, 10월 10일까지 3,000만 원 정도를 현금으로 마련해달라고 부탁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역시 유동규의 진술로 보인다. 유동규는 그해 10월 중순쯤, 경기도청에 있는 정진상의 사무실을 찾아가 각종 청탁과 함께 3,000만 원을 건넸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정진상 범죄 혐의, 유동규와 남욱의 진술에만 의존한 것으로 보여 

시기적으로 보면 대략 네 차례, 정진상은 유동규 등으로부터 총 1억 4천만 원을 받았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전달 장소는 각각 ①성남시청 사무실 ②자택 인근 ③자택 ④경기도청 사무실로 특정했다. 

검찰은 영장에 적시한 ③2019.9 무렵 금품수수와 관련해 “유동규는 정진상의 주거지 앞에 이르러, 엘리베이터에 설치돼 있는 CCTV에 녹화되지 않기 위해 계단을 이용해 이동했다”며 당시 범죄 상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데, 이는 유동규의 진술에 근거한 것이다. 이처럼 정진상의 1억 4천만 원 뇌물 수수 혐의는 유동규와 남욱이 최근 뒤바꾼 진술에 상당 부분 의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은 뇌물이 오간 정확한 날짜, 만남 동선, 통화내역, 기타 물증의 존재 여부는 영장에서 밝히지 않았다. 

앞서 뉴스타파가 확보한 정영학(회계사) 녹취록에는 정 실장의 뇌물 혐의 내용은 없었다. 녹취록에는 오히려 영장 내용과 어긋나는 장면이 등장한다.

▲ 정영학 녹취록 중, 남자1(남욱)이 유동규와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을 정영학에게 전화로 보고하는 장면.  

유동규는 2013년 당시 남욱에게 뇌물 상납을 요구하면서 “(뇌물을) 2층이 알아선 안 된다. 너와 나 둘만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2층은 정진상의 사무실인 성남시청 비서실을 뜻한다. 보안을 강조하던 유동규가 검찰의 주장대로 2층에 직접 찾아가 뇌물을 공유했다면, 정영학 녹취록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따라서 검찰은 이 녹취록 부분을 뒤집을 만한 확실한 물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검찰은 정영학 녹취록을 대장동 수사의 핵심 근거로 삼았고, 이번 압수수색 영장 곳곳에도 녹취록 내용이 빈번히 등장한다.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 : 유동규와 유착된 민간사업자에게 업무상 비밀 제공 

지난해 검찰은 유동규가 민간 사업자들과 결탁해 위례와 대장동 개발 사업에 특혜를 준 것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그런데 최근 석방된 유동규가 자신의 윗선으로 정진상 실장을 지목했다. 

이를 바탕으로 검찰은 2013년 12월, 대장동팀이 개발 사업자로 선정된 ‘위례 개발’과 관련해 유동규가 대장동팀에게 특혜를 주겠다고 사전에 정 실장에게 보고했다고 영장에서 적시했다. 정진상이 ▲사업 추진 일정 및 공모 일정 관련 비밀 이용 ▲사업 타당성 평가 용역 관련 비밀 이용 ▲공모지침서 관련 비밀 이용 등 업무상 비밀을 대장동팀에 미리 알려줘서 사업자로 선정되게끔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증거인멸 교사 혐의 : ‘휴대전화를 버려라’

지난해 9월 29일, 8시 8분경 정진상 실장이 유동규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하던 중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지시해 증거를 없애려 한 혐의다. 그런데 정진상이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한 이유가 주목된다. 검찰은 영장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피의자(정진상)는 2014. 6. 유동규, 김용과 함께 민간업자들에게 대장동 개발 사업의 사업권을 주기로 하였고, 그 대가로 김만배 등 민간업자들로부터 일정 지분을 받기로 한 사실이 있었으며, 피의자(정진상)는 2021. 2. 김만배에게 현금 20억 원을 달라고 요구한 사실도 있었다.
- 정진상 압수수색 영장 

검찰은 20억 원을 달라고 한 범죄 행위를 숨기기 위해 정진상이 유동규에게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버릴 것을 지시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같은 영장에서 검찰은 이렇게도 써놨다.   

피의자(정진상)가 김만배를 회유하여 대책을 상의하기 위해 2021.9.28. 유동규에게 김만배에게 연락처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했고, 당시 휴대전화를 교체한 상태였던 유동규는 정민용, 남욱을 통해 김만배 연락처를 확보한 후 피의자(정진상)에게 전달했다.
- 정진상 압수수색 영장

불과 7개월 전에 김만배에게 현금 20억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정진상이 김만배의 전화번호를 몰라서 유동규에게 물어봤다는 검찰의 설명인데,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다. 그래서일까. 정진상이 김만배에게 20억 원을 요구했다는 건 영장에 범죄 혐의로 포함되진 않았다. 

영장에 등장하는 ‘선거자금 4억 원과 불법 선거운동’

정진상 실장의 구체적인 범죄 사실과 적용된 범죄 혐의에서는 빠졌지만, 34쪽에 이르는 영장에서 검찰이 비교적 상세히 기술한 부분이 있다. 바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 이재명 시장 재선을 위한 불법 선거자금 마련 ▲ 특정 종교단체를 통한 선거 운동 부당 지원 ▲인터넷 댓글을 통한 이재명 욕설 옹호 여론 조성 등이다. 검찰은 불법 선거 자금과 관련해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유동규는 2013.4.경 남욱에게 '대장동과 위례 관련 부동산 개발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재명 시장의 당선이 중요하므로 우리는 한 몸이 되어 이재명 시장의 재선에 포커스를 맞추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남욱은 '위례 사업 수익금 100억 원 정도를 제6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무렵인 2014. 4. 또는 6.경 편하게 쓰실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그리고 남욱은 2013. 12경 피의자(정진상), 유동규의 도움으로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되자, 이재명의 재선을 위한 선거자금을 마련하기로 마음먹은 후 불법 이면합의를 통해 시공사로 선정된 호반건설을 이용하여 비자금을 조성한 후 이를 이재명의 성남시장 재선 선거자금으로 제공하기로 계획하였다.
- 정진상 압수수색 영장

▲ 검찰의 ‘정진상 압수수색’ 영장 사본

이른바 ‘이재명 성남시장 재선을 위한 불법 선거자금’인데, 검찰의 수사 설명은 이어진다

그후 남욱은 2014. 4.경부터 2014.6.4.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 무렵까지 이기성으로부터 약 4억 원 상당을 받아 이를 김만배를 거쳐 피의자(정진상)와 유동규에게 순차 전달하는 방법으로 이재명의 성남시장 재선 선거자금을 제공하였다. 
- 정진상 압수수색 영장

▲ 검찰의 ‘정진상 압수수색’ 영장 사본

검찰은 남욱 등 위례 개발 사업자로 선정된 대장동팀이 시공사인 호반건설과 분양 대행업체인 더감을 통해 비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봤다. 남욱 등은 호반건설이 분양업자에게 대행 수수료를 과다하게 많이 줄 것을 요청했는데, 이 대행업자가 바로 박영수 전 특검의 인척 이기성 씨다. 더 받은 수수료 26억 원이 비자금이 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중 4억 원이 호반건설→이기성→남욱→김만배→유동규→정진상으로 전달됐으며, 이 돈이 결국 이재명 성남시장 재선 선거자금으로 쓰였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비자금 조성 과정 일체를 정진상 실장에게 보고했다는 유동규의 진술을 검찰은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러나 유동규의 진술 외에 불법 선거자금을 뒷받침하는 다른 증거는 영장에 적시하지 않았다. 적용된 범죄 혐의에서도 빠졌다. 하지만 조만간 정진상 실장을 소환해 4억 원의 실체를 추궁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검찰은 영장의 두 쪽에 걸쳐 사건 관계인들의 지위를 설명하며 이재명과 정진상을 정치적인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결국 검찰의 대장동 수사의 종착점이 유동규→김용정진상→이재명 순으로 향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진상 실장은 오늘(10일) 입장문을 내고 "삼인성호로 없는 죄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면서 "검찰의 수사에 당당하고 떳떳하게, 그러나 불합리한 행위에는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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