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샤인머스캣 당도 예전 같지 않은 이유
‘과일계의 에르메스’로 불렸던 샤인머스캣, 비싼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렸지만 이젠 당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이는 한국 농가가 가진 구조적 문제점을 압축해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초기엔 품종 희소성과 재배면적이 작아 가격이 높게 형성됐다.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며 농가들도 다른 포도 품종 대신 샤인머스캣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2016년 240ha에 불과하던 샤인머스캣 재배면적은 현재 4000ha까지 늘어났다. 캠벨 포도의 소비 부진으로 1만2000ha까지 줄어들었던 포도 전체 재배면적은 샤인머스캣의 출현으로 1만3000ha로 증가했다. 현재는 전체 포도 재배면적의 30~40%를 샤인머스캣이 차지하는 셈이다.
지금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샤인머스캣을 구매할 수 있지만 그 맛이 전과 같지 않다는 소비자가 적잖다. 이는 일원화하지 못한 유통망, 제대로 되지 않는 품질 관리, 과잉생산 등 한국 농가가 가진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다.
한국 농가의 구조적 악순환
통상적으로 차별성이 없는 품종의 작물은 단독 유통이 어려워 농협이나 경매를 통해 판매되는 게 대부분이다. 수많은 경쟁 상품이 존재하기에 가격대가 높게 형성되기 어렵다. 그렇다고 개인이 인터넷 판매 등 독자적인 유통망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경쟁력 있는 품종을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토지 매입금, 시설투자액 등 초기비용 부담이 크다. 재배 매뉴얼과 유통 대안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면 정부의 저금리 금융지원사업 등의 대책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농업의 구조적 문제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규모화·조직화하지 않은 개별농 기반 생산구조는 수요 및 공급 조절 실패로 이어진다. 생산 부족 → 가격 인상 → 생산 증가 → 초과 공급 → 가격 폭락 → 생산 부족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앞서 언급한 샤인머스캣이 대표 사례다.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편리함과 높은 당도를 갖춘 샤인머스캣이 비싼 가격에 팔리자 포도 농가는 너도나도 샤인머스캣으로 갈아탔다. 생산 증가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2020년 9월 2kg 기준 2만7000원대에 거래되던 샤인머스캣은 올해 1만9000원대로 떨어졌다. 올해 일부 농가는 추석이 평년보다 2주 빨리 돌아오자 수확을 앞당겨 문제를 일으켰다.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생산, 유통 등 모든 시장 참여자들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최종적으로 소비자까지 피해를 보게 된 것.
과잉생산, 상품성 저하 막으려면
과일 산업 성장의 핵심은 품종을 안정적으로 보급하면서 지속적으로 관련 기술을 지원하는 것에 있다. '제스프리 키위’와 '엔비사과’의 성공 사례는 그 좋은 본보기다. 제스프리는 뉴질랜드와 제주에서 생산되는 키위 브랜드로 국내 골드키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뉴질랜드 품종인 엔비사과는 라이선스 보유자가 직접 생산량·유통·마케팅을 관리하며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재배 농가엔 전문적인 재배 기술교육을 제공해 동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이처럼 수익형 보장 품종 제공, 농사에 필요한 지속적인 기술교육, 안정된 유통 경로 확보는 농가 소득 증대로 이어진다. 과잉생산과 상품성 저하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대표로 있는 에스피프레시(과일 유통업체)도 농가와의 협업을 통해 농민, 농업법인, 지자체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이 한국 농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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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에스피프레시
박대성 에스피프레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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