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세에 ‘에이지 슈터’ 두 차례…골프 수준급, 44년째 주 6일 헬스클럽서 체력단련[100세 시대 명사의 건강법]
■ 100세 시대 명사의 건강법-금진호 텔코웨어(주) 회장
신앙생활이 정신건강 큰 도움
운동·절제하는 삶이 건강비결
국내 1000m이상 山 거의 등정
에베레스트 5600m고지 올라
요즘도 청계산에 매주 다녀
담배와 커피는 입에도 안 대
100세에 拒食통한 웰다잉 준비
글·사진=박현수기자
금진호(91) 텔코웨어(주) 회장(전 상공부장관)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손아래 동서로 6공화국 시절 ‘재계의 대부’로 불릴 만큼 경제부처와 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물이다. 1988년부터 5년간 한국무역협회 상임고문과 제14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992년 제14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자유당 대통령 후보 선출을 앞두고 당시 민정계와 민주계가 치열한 경쟁을 하며 급기야 3당 합당 파열음까지 나왔을 때 노 대통령이 김영삼 후보를 지원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함으로써 군부 시대가 막을 내리고 김영삼 정권이 탄생하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텔코웨어는 2004년 상장한 이동통신솔루션 전문 기업이다. 이종사촌 간인 노 전 대통령 장남 노재헌 씨와 금 회장 장남 금한태 씨가 상장한 회사로 당시 대박을 터뜨려 화제가 됐다. 현재 금한태 씨가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텔코웨어 회장실에서 만난 그는 한창 왕성하게 활동했던 전성기 모습 그대로 깔끔한 외모와 따뜻한 인상에 무척 건강해 보였다. 건강 비결을 묻자 “꾸준한 운동과 절제 있는 생활, 맑은 정신” 3가지를 들었다. 먼저 운동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1978년 서울 장충동에 있는 한 호텔 헬스클럽에 등록해 44년째 다니고 있다.
“건강관리를 위해 가장 열심히 하고 있어요. 교회에 가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다니지요. 일요일은 평창동 동네를 1시간 정도 걷는데 언덕이 많아 걷고 나면 땀도 많이 나고 근육이 뻐근해질 정도입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등산을 많이 다녔다. 국내 해발 1000m 이상 산은 대부분 발아래 두었다. “그중에 지리산 종주와 북한산 구기터널을 출발해 의정부 사패산까지 오전 6시부터 무려 13시간 산을 탄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새롭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 후 해외로 눈을 돌려 에베레스트 5600m 베이스캠프까지 오르고, 일본에서 죽음의 산이라고 불리는 호타카다케(穗高岳)산도 이틀간 24시간에 걸쳐 완등 했다. 중국 황산은 세 번이나 정상을 밟았다. 모두 70대에 이룩한 등반 역사다. 요즘은 매주 청계산을 다닌다. “주치의가 산에 오르다 넘어지면 고관절을 다칠 수 있어 극구 말리지만 청계산은 경사가 완만해 조심해서 다니고 있다”고 했다. 덕분에 현재 크게 앓거나 아픈 곳 없이 건강하다.
등산뿐 아니라 1960년대 후반부터 오랜 기간 테니스도 즐겼다. 30년 넘게 친 골프도 빼놓을 수 없다. 평균 스코어는 80대 중반이었다. 지금도 보기 플레이는 한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 시절 서울대 총동문과 교수들이 참가한 골프대회서 우승하기도 했다. 특히 재작년에는 ‘에이지 슈터(age shooter·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나이보다 적게 치는 타수)’를 두 차례나 했을 정도로 수준급이다. 한 달에 많게는 6회, 보통 평균 3~4회는 필드에 나간다.
절제 있는 생활을 위해 담배는 처음부터 입에 대지 않았고, 술은 40대까지는 많이 마셨지만, 51세 때 상공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끊었다. 요즘은 가끔 식사 때 막걸리 한 두잔 정도는 한다. 규칙적인 생활로 오전 5시에 일어나 6시 뉴스를 듣고, 토스트 한 조각이나 죽 또는 고구마 한 개로 식사한 뒤 바로 헬스클럽으로 향한다. 오전 7시 30분부터 1시간 정도 체력을 다지고 출근한다. “점심 식사는 스테이크 등 육식을 곁들여 잘 먹어야 면역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칼국수 등 저칼로리 음식은 삼가고 커피는 입에 맞지 않아 마시지 않는다. 저녁 식사는 거의 집에서 해결한다. 저녁 9시 뉴스를 보고 9시 30분에 잠자리에 든다.
그런데 그가 정작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정신건강이다. 이를 위해 신앙생활을 강조했다. “정신 건강과 절제 있는 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면서 “지금도 신앙의 나무를 키우는데 많은 애를 쓰고 있다. 성경 열심히 읽고, 기도 많이 하고, 교회 열심히 섬기려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교회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것은 결혼한 직후인 1960년대 초였다. 부인이 이화여대 출신으로 기독교 교인이어서 함께 다니기 시작했으나 교회보다는 친구들과 등산, 테니스를 하는 게 훨씬 더 좋았고, 골프 즐기는 재미에 푹 빠져 주말을 대부분 골프장에서 보냈다.
그러다 믿음 강한 교인이 된 것은 정치적 사건이 계기가 됐다. 1993년 취임한 김영삼 대통령은 12.12 사건을 내란죄로 단죄했다. 그리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기업인들로부터 뇌물 수수죄를 적용해 구속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두 정권에서 대통령과 가까운 거리에 있던 인사들도 조사를 받았고 금 회장도 그중 한사람이었다. 그러다 두 대통령의 사면으로 없던 일이 됐다.
공직생활 30년 동안 나름대로 성실히 일했다고 생각한 그는 이때 정신적 충격이 컸다. 불면에 시달렸으며, 우울증에 실어증까지 생겼다. 이 무렵 이상득 장로(전 한나라당 국회의원)와 장치혁 전 고려합섬 회장의 권유로 다시 교회에 나가게 됐고,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줄 알았던 삶이 하나님의 주관대로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주일예배에 네 가지 매력이 있다며 소개했다.
“첫째, 책을 읽으려면 눈도 아픈데, 목사님 설교는 편하게 앉아서 좋은 책 읽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게 되지요. 둘째, 찬송가를 부르니 노래방에 안 가고도 목청껏 좋은 노래를 부를 수 있잖아요. 허허허. 셋째, 파이프오르간의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한 주간의 잘못을 회개하고 되돌아보는 일이 인생에 얼마나 유익한가요. 넷째,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데이트해서 좋습니다. 예배 후 갖는 검소한 오찬모임이 우리 가족을 사랑과 화목으로 다져주니 이 또한 매력이 아닐 수 없어요.”
그는 정신을 맑게 하는 또 다른 건강법으로 바둑을 들었다. 아마추어 3급 수준으로 지금도 자주 지인들과 수담을 나눈다. “바둑을 둘 때는 다른 잡념이 전혀 들지 않는다”며 “한 판에 1만 원 내기 바둑을 즐긴다”며 웃었다.
“쓸데없는 데 욕심내지 말고, 재물에 미련 두지 말고, 선한 일을 하면 하나님이 건강하게 오래 살게 해 줍니다. 허허허”.
금 회장은 인터뷰가 끝날 무렵 무겁고 담담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것은 바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웰다잉’을 준비해 놓았다는 것이다. “100세가 되는 해 10일 정도 ‘거식(拒食)’을 통해 아름다운 생을 마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곡기를 끊으면 잠을 자듯이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고를 열어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는 황금색 보자기를 꺼내 풀었다.
서울대 법대 동기인 박병호 전 서울대 법대 학장(서예가)이 한지에 붓글씨로 쓴 장문의 글이었다. 자신의 비문에 새길 글이라며 조금도 무겁지 않게 맑고 환하게 웃으며 웰다잉 그날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비문은 ‘남훈(南薰·금 회장의 호)은 따뜻한 향기를 풍기며 90평생을 살았다’고 끝을 맺는다.
■ 금진호 텔코웨어 회장이 걸어온 길
1932년 경북 영주시에서 5남 3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대구 대륜고와 서울대 법대,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행정대학원을 수료했다. 1956년 육군 장교 예편 이후 잠시 은행원으로 근무하다 5.16 직후 국가재건최고회의 법사위 조사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총무처 총무과장, 동력자원부 석탄국장, 특허청 항고심판소장, 상공부 중소기업국장, 섬유공업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지내며 상공부 관료로서 관록을 쌓았다.
1980년 신군부 등장과 함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공분과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이때부터 그는 고속 승진의 길에 들어섰다. 남덕우 국무총리 비서실장, 상공부 차관, 1983년 제31대 상공부 장관, 1987년 초대 한국소비자보호원장 등을 역임했다. 당시 경제부처에서 ‘금진호 마피아’가 존재할 만큼 영향력이 커 상공부가 아닌 ‘금공부(琴工部)’라는 유행어가 나돌기도 했다.
노태우 정권 초기에 한국무역협회 상임고문을 5년간 지냈다. 손위 처남인 김복동 전 민주자유당 국회의원, 고종사촌 처남인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 장관 등과 청와대 가족회의를 통해 국정을 주도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자유당 후보로 경북 영주시·영풍군 선거구에 출마해 역대 최고 득표율로 당선됐다. 같은 해 제14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민주자유당 대통령 후보 선출 전당대회에서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김영삼 후보를 지원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을 만큼 김영삼 정권이 탄생하는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1994년 민주자유당 뉴라운드 대책위원장을 지냈다. 이 밖에 민간 차원에서 한·미간 관계증진에 대해 협의하기 위한 ‘한미 와이즈맨회’를 설립 사무총장을 맡았고, 국제퇴계학회 회장과 이사장, 한양로타리클럽 회장, 항소장학문화재단 이사장, 서울대 법대 동창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30년 넘게 국제무역경영연구원 회장과 한국·호주교류재단 한국 측 회장을 맡은 경험을 살려 ‘한ㆍ호재단’ 이사장, 서울대총동창회 고문 등을 맡고 있다.
상훈은 홍조근정훈장(1972), 보국훈장 국선장(1980), 벨기에 대십자훈장(1984), 스웨덴 로열포라스타 훈장(1986), 청조근정훈장(1986), 제21회 자랑스러운 서울법대인상(2013)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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