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판정승…IRA·부채한도·연준긴축 어떻게 될까
인플레 감축법 수정 힘들 듯, 단 추진 동력은 약화될 듯
정부 부채한도 증액 진통 예고…정치적 타협이 변수로
재정지출 삭감 시 인플레 완화…연준 정책 피봇도 기대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이번 중간선거가 끝났다. 예상했던 ‘레드 웨이브(Red Wave)’는 없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에 실망한 민심은 여당인 민주당을 심판했지만, 그렇다고 공화당에 모든 힘을 실어주진 않았다.
9일(현지시간) 오전 7시 현재 435명 전체를 선출하는 하원에서 공화당이 199석, 민주당이 178석을 확정해 공화당이 과반(218석)에 다가섰다. NBC방송은 최종적으로 공화당이 220석을, 민주당이 216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고,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새벽 하원 승리를 선언했다.
표심은 민주당의 `민주주의·낙태권 수호`보다 공화당의 `경제 심판론`에 있었다. 이날 에머슨리서치가 실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표심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의제로 인플레이션(32%)을 지목했다. 그 뒤론 낙태권(27%), 범죄(12%), 총기정책(12%), 이민 문제(10%) 순이었다.
다만 100명 중 35명을 뽑는 상원에선 51석을 차지해야 다수당을 꿰차지만 양당 모두 48석을 확보한 상황이다. 다음달 6일 조지아주의 결선투표까지 봐야 최종 승자가 결정될 전망이다. 만일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할 경우 직전 2018년 중간선거에 이어 또다시 양당이 상·하원을 양분하게 된다.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에 빼앗길 경우 국정 운영의 동력을 크게 잃게 될 뻔 했던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최악의 레임덕 국면을 면할 수 있게 됐다. 2024년 대통령선거에서 화려한 컴백을 노렸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책임론에 재출마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
①인플레 감축법, 수정 힘들 듯…단 정책 동력은 약화 우려
일단은 바이든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큰 흔들림 없이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미국에선 법안을 처리하려면 상하원 모두에서 과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반도체법(Chips4)은 중국 견제용으로 초당적 합의를 했던 법이라 수정 여지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신재생에너지 육성 부분인데, 이는 IRA 의회 표결 당시 모든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던 데다 공공연히 공화당에서 법안 수정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조 맨친과 키어스틴 시메나 등 민주당 내 반대파도 있어 법안 수정안이 나올 경우 공화당 쪽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
그러나 수정법안을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할 경우 법안을 처리하려면 상하원 모두 3분의2 이상 득표를 하도록 하고 있어 현재 상하원 득표로만 보면 사실상 법안 처리가 어려워 보인다. 다만 공화당의 반발이 거셀 경우 정책 추진의 동력은 약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②정부 부채한도 증액 진통 예상…정치 타협 변수
중간선거를 마친 상황에서 미국 정치권이 맞게 될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상한을 증액하는 일이다. 미국에선 의회가 정해준 부채한도 상한 내에서 정부가 지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미국 의회는 작년 12월에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한을 31조4000억달러로 높였는데, 지난 10월에 이미 정부 부채한도가 30조달러를 넘어섰다. 늦어도 내년 7월 이전에는 추가로 상한을 높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지난 2011년과 같은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이 실시한 투자자 설문조사에서도 개인투자자의 34%가 “이번에 2011년과 비슷한 부채한도 상한 증액 대치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고, 29%는 “2011년보다 갈등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봤다. 기관투자가들도 각각 26%와 22%가 2011년과 같거나 그 이상의 갈등을 예상하고 있다.
에드 밀스 레이먼드 제임스 애널리스트는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만큼 지저분하고도 비효율적인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그나마 공화당이 절대 다수는 아닌 만큼 위협은 다소 줄어들긴 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내년 1월 새 의회 출범 전에 미리 정치적 타협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톰 블락 펀드스트래트 애널리스트는 “민주당 의원들이 미리 내년 1월 이전에 정치적 타협으로 한도 상한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이 과정에서 재정지출을 일부 삭감하거나 IRA에 담긴 증세 계획을 일부 철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③연준 통화긴축 피봇에 속도 붙을 수도
이번 중간선거 결과로 인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준이 계획하는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나 정책 피봇(선회)이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IRA의 정책 동력이 떨어지거나 정부 부채한도 상한 증액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이 재정지출 삭감에 동의할 경우 자연스럽게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완화될 수 있고, 이는 연준이 돈줄을 죄야 한다는 압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논리다.
에드 밀스 애널리스트는 “특히 이번 선거에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공화당에 표를 줬다는 유권자가 다수인 만큼 선거 패배의 책임을 연준으로 돌리려는 민주당 쪽에서 통화정책에 문제를 제기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연준의 통화긴축으로 인해 실업률이 더 높아진다면 민주당 진영에서 이 문제를 본격 이슈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9월까지만 해도 3.5%였던 미 실업률은 지난달 3.7%로 상승했다.
밀스 애널리스트는 “연준은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독립기관이지만, 연준 수뇌부 인사 등은 정치권의 영향권에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점에서 연준도 의회의 비판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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