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성관계·출산 가능할까?…원숭이로 실험한다
“달·화성 장기체류하려면 불가피한 실험”
영장류 동원 놓고 윤리 논란 불거질 수도
우주시대 대비한 ‘우주성과학’ 수면 위로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유리가가린 우주비행사 훈련센터에는 라이카라는 이름의 개를 기리는 동상이 세워져 있다.
작은 몸집의 잡종견인 라이카는 1961년 세계 최초로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한 유리 가가린보다 4년 앞선 1957년 11월3일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지구 궤도에 올랐다.
라이카는 어떻게 사람보다 먼저 우주를 체험하게 됐을까?
당시만 해도 과학자들은 우주 환경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하버드스미소니언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연구원에 따르면 생명체가 무중력 상태에 있으면 즉시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라이카는 고등 생명체가 가혹한 우주 환경에 놓일 경우 어떤 생리적 반응이 일어나는지 확인하기 위한 시험 대상이었다. 인간을 대신해 우주로 간 라이카는 결국 그곳에서 사망했다. 소련 당국은 라이카가 우주에서 7일 동안 살아 있다가 산소 부족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나사(미 항공우주국)는 우주선 과열로 인해 발사 수시간 만에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구촌 먹이사슬에서 인간은 동물을 주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자 자신을 대신한 사냥과 노동, 실험을 위한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라이카처럼 동물에게 위험 환경을 대리체험하게 하는 것 역시 인간이 구축한 지구촌 시스템의 한 축이 됐다.
요즘엔 동물에게도 생명 윤리를 광범위하게 적용하려는 추세이긴 하지만, 지금도 이 시스템은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 약물 임상시험에 앞서 실시하는 동물 실험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에서만 한 해 400만마리가 넘는 동물이 실험용으로 희생되고 있다.
우주 탐사도 동물을 실험 도구로 쓰는 주요한 분야 가운데 하나다. 라이카는 우주로 간 최초의 동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동물들은 그 이전부터 우주 기술 개발을 위한 도구로 쓰였다. 동물 우주비행에 관한 역사서 <우주동물>(Animals in Space, 콜린 버지스·크리스 덥스)에 따르면 옛 소련은 1951~1966년에 71차례나 개를 우주로 보내 여러 실험을 했다. 이 가운데 17마리가 우주에서 희생됐다.
원숭이가 실험 목표대로 행동할까
각 나라의 우주 탐사가 활발해지면서 우주 동물 실험의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올해 말 우주정거장 ‘톈궁’ 완공을 앞두고 있는 중국이 사상 처음으로 영장류의 우주 번식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이 우주정거장에서 몸집이 작은 마카크원숭이의 임신과 출산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원숭이의 임신 기간은 5~6개월이다. 이런 계획은 지난달 31일 중국과학원의 장루 연구원이 이 기관의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했다고 한다.
실험 장소는 톈궁의 제1 실험 모듈 원톈이다. 원톈의 생물학 실험실은 기본적으로 해조류, 물고기, 달팽이 등 작은 생물에 초점을 맞춰 설계됐지만 필요할 경우 확장과 변형이 가능하다. 장 연구원은 “작은 생물에 대한 실험을 진행한 후 쥐와 마카크원숭이를 대상으로 그들이 우주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나아가 어떻게 번식하는지에 대한 실험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우주에서도 지구에서와 같은 성관계와 임신, 출산이 가능한지는 우주 연구자들의 해묵은 연구 과제다. 이는 인간이 우주 식민지를 개척하기에 앞서 반드시 확인하려는 사항이기도 하다.
우주에서의 줄기세포 실험을 이끈 칭화대 의대 키커쿠이 교수는 “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배설물 처리도 해야 하기 때문에 동물 몸집이 커질수록 우주에서 실험하기가 엄청 어려워진다”며 “그러나 많은 나라가 달이나 화성에서의 장기 체류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실험은 필요하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말했다.
그러나 우주로 간 원숭이들이 좁은 공간에서 실험 목표대로 행동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상하이의 한 원숭이 실험 과학자는 우주선 탑승 자체가 원숭이들을 겁에 질리도록 해 생식 능력 저하, 섭식 거부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숭이가 우주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경우 동물 학대 등 윤리적 논란이 불거질 소지도 있다.
우주 성관계가 어려운 세가지 이유
우주에서의 동물 번식 실험이 처음은 아니다.
옛 소련은 1979년 18일간의 우주 비행 기간 동안 생쥐들이 교미하도록 하는 데까지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지구로 돌아온 뒤 새끼를 낳은 생쥐는 없었다. 러시아는 2014년에도 도마뱀붙이의 우주 번식 실험을 시도했으나 모두 죽는 바람에 실패했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1992년 우주왕복선 엔데버호에 부부 비행사를 태워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실어 보낸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주에서 성관계를 가진 우주비행사는 없었다는 것이 나사의 공식 입장이다.
영국 노팅엄대 애덤 왓킨스 교수(생리학)는 2020년 학술지 ‘생리학 뉴스 매거진’에 게재한 글에서 우주에서 성관계를 갖는 것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거론했다. 첫째는 무중력 상황에서는 두 사람이 밀접 접촉을 하는 것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그는 또 우주에선 혈압이 낮아져 발기 상태를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점, 우주선에는 프라이버시를 보장할 만한 공간이 없다는 점도 들었다.
지상에서보다 수백배 더 강한 우주선에 장기간 노출되면 정자와 난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수 있거나, 지상의 무중력 실험에서 고환 같은 생식기관이 손상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반면 국제우주정거장 우주비행사들을 대상으로 수집한 건강 데이터에 따르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발사 또는 귀환 시점에선 떨어졌지만 궤도에 있는 동안은 정상을 유지했다는 보고도 있다.
우주에서의 성 문제는 생물학적 기능을 넘어 우주 생활의 웰빙과도 관련이 있다.
우주로 가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체류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2월 캐나다 과학자들은 학술지 ‘성연구저널’(The Journal of Sex Research)에 기고한 글에서, 이제는 우주 성과학(Space sexology)을 정식 연구 분야로 수용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눈 떠보니 후진국’
- [단독] “이상민 못 지키나” 주호영 공개 질타한 이용…‘윤심’ 대변?
- <한겨레>는 이번 취재에 대통령 전용기를 거부합니다
- 용산소방서장 “트라우마 치료…입건 뒤 시민 격려전화 많아”
- 호텔 이어 ‘각시탈’ 조사…곁가지에서 위로 못 뻗는 특수본
- [전문] 대통령실 기자단 “MBC 전용기 배제 철회하라”
- 국회 모욕이 일상…“이 XX” “웃기고 있네” 그 대통령에 그 수석
- 이재명, 측근 수사에 “검찰, 훌륭한 소설가 되기 쉽지 않겠다”
- 2850조 갑부 사우디 왕세자, 서울 1박 2200만원짜리 방 보니…
- 한국이 일본 포도 ‘루비로망’ 훔쳤다?…“어이없어, 항의는 중국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