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수십대가 밟고 지나갔다" 오봉역 사고 유족 글 올리며 "피눈물"
지난 5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소속 30대 직원이 열차 차량 연결·해체 작업을 하던 중 기관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을 직접 찾아간 유족은 열악한 환경을 지적하며 “사전 예방을 했더라면 참변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지난 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코레일 오봉역 사망사고 유족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이번 사망사고의 피해자인 저희 오빠의 억울한 죽음을 다들 알아달라”고 읍소했다.
A씨는 “2018년 입사했을 당시 저희 오빠는 사무영업으로 채용이 됐다. 부모님도 오빠의 입사를 매우 자랑스러워 했고 너무 좋아했다. 그런데 사무영업직으로 입사를 했는데 수송 쪽으로 발령이 된 게 너무 이상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채용된 직렬과 상관없이 현장직으로 투입이 된 부당한 상황이었지만 힘들게 들어간 회사인데 어느 신입사원이 그런 걸 따질 수 있었겠느냐”며 원치 않게 위험한 업무를 감내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그래도 첫 회사이며 첫 사회생활이니 잘해보자는 마음으로 근무를 하던 와중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오빠와 같이 입사했던 동기 한 명이 다리가 절단되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당시 같이 입사했던 동기들 중 대다수가 그 충격으로 회사를 그만두거나 이직하거나 다른 역으로 급히 떠났다고 전해 들었다”며 “저희 오빠도 많은 고민을 했지만, 많은 선배분들이 ‘여기서 조금만 더 있으면 원하는 역으로 갈 수 있다’ ‘너까지 그만두면 힘들다’고 해 조금 더 남아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던 중 생일을 앞둔 A씨의 오빠는 ”나 낳아주느라 고생한 엄마 선물 사서 부산 가겠다”며 전화하고 끊은 지 3시간도 되지 않아 싸늘한 주검이 됐다.
A씨에 따르면 사고 다음 날 현장을 찾아간 유가족은 열악한 근무 환경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A씨는 “한국에 이런 곳이 있다고 생각도 못했다. 우리 오빠가 일하던 현장을 본 부모님과 삼촌들은 말을 잇지 못했고 철조망에 매달려 오열했다”며 “철길 옆은 울창한 담쟁이 덩굴로 뒤덮인 철조망으로 인해 사고가 나도 도망칠 공간도 없었고, CCTV는 당연히 설치돼 있지도 않았으며, 밤에는 불빛조차 환하지 않아 어렴풋이 보이는 시야 속에서 일을 했고, 유일한 소통수단인 무전기 또한 상태가 좋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A씨는 “그 무거운 열차 수십대가 저희 오빠를 밟고 지나 끝까지 들어갔다고 한다”며 “저 많은 열차를 단 2명이서, 그것도 숙련된 2명도 아닌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인원 포함 2명이서 손으로 연결하고 떼고 위치 바꾸는 등의 일을 한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같이 일하던 사람이 1명이라도 더 있었다면, 이상하다는 걸 빨리 인지해서 멈췄더라면, 피할 공간이 넓어서 빨리 도망쳤더라면, 사전 예방을 했더라면 참변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A씨는 “대한민국 청년을 이런 환경 속에서 일 시키려고 전공 시험에 NCS 시험, 자격증까지 따게 하는 거냐”라며 “오빠뿐만이 아니라 오빠보다 어린 동생들도 다 이런 거지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노가다한다는 걸 부모가 아실까요?”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오빠 억울한 거 안 풀어주고 회사 이미지 망가질까 봐 오빠한테 다 덮어씌우면 가만 안 둔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한편 허병권 철도노조 노동안전실장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오봉역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인력 부족으로 인한 2인1조 입환작업”이라며 “오봉역은 동선이 길어 수송원이 2인1조 작업시 지상에서 때로는 뛰어다녀야 할 정도로 작업량이 과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봉역은 선로간 간격도 좁아 작업통로가 설치된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입환작업 중 사망사고 위험이 매우 크다”며 “3인1조로 입환작업을 했다면 선로 전환기 인근에 한 사람이 고정 배치돼 나머지 두 명의 안전이 보장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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