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도 사과도 없는 ‘49층 추락사’ 업체, 1심 패소 뒤 “합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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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떠나보낸 지 1년도 더 지났지만 고통은 여전합니다."
지난해 9월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고층 아파트에서 외벽 청소 작업을 하다 추락해 숨진 차아무개(사고 당시 29살)씨의 배우자 강소현(29)씨가 1년여 만에 전화를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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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떠나보낸 지 1년도 더 지났지만 고통은 여전합니다.”
지난해 9월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고층 아파트에서 외벽 청소 작업을 하다 추락해 숨진 차아무개(사고 당시 29살)씨의 배우자 강소현(29)씨가 1년여 만에 전화를 걸어왔다. 지난달 26일 강씨를 직접 만나 ‘지난 1년’을 들었다. <한겨레>는 사고 당시 상황을 자세히 보도한 바 있다.
차씨는 49층 아파트에서 외벽 청소 작업을 하다 로프가 끊어져 15층 높이에서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차씨의 몸을 지탱하던 밧줄이 날카로운 건물 간판에 긁혀 끊어진 것이다. 관련 법규가 의무화한 구명줄도 없었다. 고용노동부 등 당국의 수사와 조사를 거쳐 두달 전 1심 결과가 나왔다. 형사 재판부는 안전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용역업체 현장소장 김아무개씨에게 징역 1년을, 업체엔 벌금 85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은 물론 유사 사건에 대한 통상적인 판결보다 강한 처벌이다. 재판부는 “(유사 사건에) 아주 가벼운 벌금형이 선고되고 있다. 시정돼야 마땅하다. 이런 형량으로는 산업 안전사고 방지는 요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슴을 졸이며 재판 과정을 지켜봐온 강씨에겐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현장소장과 업체가 보여준 말과 태도는 강씨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공판 내내 업체 쪽은 ‘우리들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란 말만 했어요. 책임진다는 말 한마디라도 했다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을 거예요.”
판결문에도 그런 사정은 나와 있다. “피고인의 대표자는 법정에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기는커녕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며 사고가 사망한 피해자의 부주의로 발생했다고 피해자 탓을 하고 있다.” “잘못을 뉘우치고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려는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민사 소송에선 업체와 현장소장의 주장이 더 노골적이다. 소장은 민사 재판부에 ‘차씨(고인)에게 최소한 절반의 과실이 있다’란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고인이 소장의 작업 지시를 따르지 않았고 로프 보호대도 업체가 제공한 물품이 아닌 것을 임의로 사용했다는 점을 답변서에 강조해 담았다. “답변서를 읽어보니 말이 안 나올 정도였어요. 구명줄도 설치하지 않은 사람들이….” 강씨는 말을 더 잇지 못했다. “형사 1심 선고가 나온 뒤에야 합의를 요청해 오더라고요. 안 해줄 생각입니다. 남편과 4살 된 자식에게 떳떳하지 못할 것 같아서요.”
현장소장의 변호인은 <한겨레>에 “소장은 작업 지시 뒤 1층에 있어서 작업 상황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외벽 작업은 작업 방식을 상당 부분 노동자의 판단에 맡기는 특수성이 있다”며 “(1심에서) 통상 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업체와 현장소장은 형량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강씨를 변호하는 법무법인 감천 최경준 변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씨는 현장 안전 책임자여서 차씨가 로프를 간판 위로 내리는지, 간판 사이로 내리는지 확인해야 했다. 간판 위로 내렸다면 어떤 로프 보호대를 덧댔는지 확인해야 했음에도 이를 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로프 작업 중 필요한 구명줄도 설치하지 않은 것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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