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룹’ 김해숙은 왜 유독 문상민을 못잡아먹어 안달일까?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김재동 객원기자] ‘필살(必殺)!’
도대체 대비(김해숙 분)가 성남대군(문상민 분)을 못잡아먹어 안달인 이유는 무얼까?
지난 6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슈룹’에선 본격적인 세자 경합에 나선 왕자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성남대군에겐 임금 이호의 군시절 절친한 친우였지만 임금이 된 후 등을 돌린 박경우(김승수 분)를 등청시키라는 명이 떨어진다.
그리고 박경우의 은신처를 향해 말을 달리던 성남대군에게 날아든 화살. 화적패거리가 성남대군을 습격했다. 살의를 품고 성남대군의 목숨을 위협하던 화적패거리는 이호가 보낸 호위 병력에게 괴멸되고 부두령만 잠적한다.
그리고 피살된 화적 우두머리 목 안에선 성남대군의 용모파기와 ‘필살’이란 지령이 적힌 천쪼가리가 발견된다. 대군 피습 사건의 1차 용의자는 황귀인(옥자연 분)의 아비인 영의정 황원형(김의성 분).
이호는 황원형을 불러들여 성남대군 피습에 사용된 화살의 출처를 추궁하지만 황원형은 태인세자 사망 당시 현장을 지켜본 이호의 과거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며 사안을 무마시키려 한다. 결국 이호는 진상규명을 세자 선발 이후로 미루기로 한다.
하지만 중전 임화령(김혜수 분)은 달랐다. 후궁들을 모아놓고 성남대군 피습에 동원된 화적 일부가 자기 손에 떨어졌으니 기필코 배후를 가릴 것이라며 엄포를 놓고 내금위를 시켜 가장 먼저 출궁하는 이의 뒤를 쫓을 것을 명한다.
예상대로 출궁자는 황귀인이었고 찾아간 곳은 친정인 황원형의 사가. 황원형은 성남대군의 발길만 늦출 것을 지시했지 살해를 명한 것은 아니었다. 대군 살인교사의 혐의를 뒤집어 쓰게 생긴 황원형으로서도 잠적한 부두목을 빨리 찾아 그 입을 봉하는 것이 발등의 불이 됐다.
화령은 황원형의 수족들을 감시하다 보면 그들이 잠적한 부두목에게 안내할 것이라며 결정적 순간 그들보다 먼저 부두목을 확보하라고 명한다.
그렇게 확보된 부두목의 증언에 따르면 황원형측 인물은 발길만 늦출 뿐 해코지를 해서는 안된다고 요구했지만 그 직후 궁인 행색의 여인이 찾아들어 금덩이를 내주며 살해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 여인이 지나갈 때 작약향을 맡았다는 증언도 덧붙였다.
작약향은 대비전의 트레이드 마크. 살인교사가 대비전으로부터 내려졌음을 알게된 화령은 사약 재료인 천남성을 들고 대비를 찾는다.
그리고 피에 젖은 성남대군의 용모파기를 들이밀며 “전 대비마마께서 천수를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고 말한다. 이어 “또다시 대군들을 해하려 든다면 제 손으로 저 천남성으로 약을 다려드리겠습니다.”고 서늘하게 경고한다.
시어미를 겁박하는 거냐는 대비의 일갈에도 “겁박이 아니라 용서를 구할 기회를 드리는 겁니다. 그러니 여기서 멈추세요. 한걸음이라도 더 나아가신다면 전 대비께서 손자들에게 저지른 패륜을 고발할 것입니다. 반드시 그 댓가를 치르게 할 겁니다.”고 벼르면서 “부디 옥체를 보존하시옵소서.”란 당부를 건네고 돌아선다.
할머니가 손자를 죽이려는 패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콕집어 성남대군인 이유도 궁금하다. 대군·군을 포함하여 궁밖에서 유년기를 보낸 이는 성남대군 하나다. 성남대군이 그 이유를 물었을 때 화령은 “빼앗겼다”는 표현을 썼다. 아울러 “그 역시 저를 살리기 위함이었냐?”는 질문에도 수긍했었다.
감히 중전으로부터 대군을 빼앗을 수 있는 존재는 왕 아니면 대비. 대비는 왜 화령으로부터 성남대군을 빼앗아 궐밖에 방치했을까? 성남대군이 궐 안에서 컸다면 죽을 위기를 맞을 수 있던 이유는 뭔가?
궐 안에 들이고서도 대비는 어린 손자를 협박했다. “여기선 말이다. 본 것은 눈 감고, 들은 것은 잊고, 하고픈 말이 있거든 꾹 다물거라!”
궁에서 유일하게 그를 돌보던 내관 하나는 “내가 왜 궁밖에서 자라야 했냐?”는 성남대군의 질문을 받은 다음 날로 사라지기도 했었다.
유독 성남대군을 향해 대비가 악의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자가 귀해서였을 수도 있다. 자신의 아들 이호는 비록 서자였지만 그 다음엔 적통 장자를 보위에 올려 정통성을 확보하고 싶었을 게다. 그런데 차남이 영민하면 세자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 사가에서 무지렁이로 크길 바랐을 수 있다. 3남부터는 나이 차이로 인해 경쟁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세자마저 죽고 난 이후인데 굳이 성남대군을 죽이려하는 이유는 무얼까? 죽여서라도 만의 하나 성남대군이 세자가 될 가능성을 뭉개버리려는 의중은?
성남대군만 없으면 호색한 무안대군이나, 성 정체성 모호한 계성대군이나 아직 어린 일영대군 등 이제는 정적이 된 화령의 소생들이 동궁을 거쳐 보위에 오르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인가?
손자마저 죽이려는 대비와 그 마수로부터 자식들을 지키려는 화령의 분투. ‘슈룹’을 대비 김해숙과 성남대군 문상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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