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도 못자고 병원도 못가”…이태원 구조 도운 부부의 트라우마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피해자 구조를 도왔던 한 부부가 그날의 충격과 죄책감으로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며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직장인 심모(50) 씨는 참사 당일이었던 지난달 29일 아내 최모(39)씨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 두 사람은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몇 달 전부터 이를 계획해 호텔 예약까지 마친 상황이었다. 부부는 그날 오후 체크인을 하고 늦은 저녁을 먹은 뒤 거리로 나갔다. 부부는 오후 9시30분쯤 세계음식문화거리와 사고가 난 골목이 만나는 구간에서 인파에 갇혔다.
부부는 골목을 힘겹게 빠져나왔고 길을 건너 상대적으로 인파가 적었던 골목을 걸었다. 두 사람은 오후 11시쯤 숙소로 돌아가기 전 중심가를 다시 구경하기 위해 해밀톤호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부는 참혹한 현장을 그대로 목격했다.
심씨는 “수십 명이 여기저기 힘없이 누워있고, 한 사람당 시민 6∼8명이 붙어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팔다리를 주무르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교통 정체, 불법주차 차량 등으로 구급차 진입이 어려웠다고도 했다.
심씨는 아내와 함께 쓰러진 이들에게 달려가 팔다리를 주무르고, 호흡을 도울 수 있도록 꽉 끼는 코스튬을 잘랐다고 했다. 심씨는 “처음에는 다들 온기가 있으셨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온기가 사라지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참사 이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심씨는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하다 손을 다쳐 나흘 동안 젓가락질도 하지 못했고, 최씨는 예약해둔 치과 진료를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최씨는 얼굴에 초록색 천을 덮고 진료대에 누우면 공포감과 함께 구토 증세가 나타났다고 했다.
심씨는 “희생자와 유가족분들 생각에 밤에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심리치료도 생각해봤는데, 오히려 깊은 기억을 꺼내는 게 두려워 병원도 못 찾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책임자와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며 “처벌과 대책 마련 등 응분의 조치가 내려져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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