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시벨' 김래원 "내가 빛나는 연기 하던 나, 이젠 작품을 위해 연기한다"[인터뷰S]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배우 김래원이 최근 선배 배우로서 느끼게 된 다양한 감정들을 솔직하게 전했다.
영화 '데시벨'(감독 황인호) 개봉을 앞둔 배우 김래원은 9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데시벨'은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특수 폭탄으로 도심을 점거하려는 폭탄 설계자(이종석)와 그의 타깃이 된 전직 해군 부함장(김래원)이 벌이는 사운드 테러 액션이다.
이번 작품은 제작보고회 당시부터 "벌써 축제 분위기다"라며 김래원의 자신감 넘치는 선전포고로 기대를 모았다. 그는 당시 발언에 대해 "제가 그 자리에서 기죽어 있을 순 없지 않나"라며 웃음 지었다.
그는 "저는 믹싱 작업하고 완성본은 그날 처음 봤다. 사실 제가 그 새를 못참고 중요한 장면이라 참고 참다가 화장실이 너무 급해서, 쉬어갈 수 있는 타이밍에 못 참고 나왔다. 마무리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좋게 봐주신 것 같아 만족스럽다. 여전히 긴장되고 떨린다. 저희 정말 더을 때 고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영화에 컷도 굉장히 많고, 나온 분량보다 달리거나 하는 액션 신이 더 많았다. 함축적으로 표현이 되다보니, 고생한 만큼 결과로서 보람도 좀 느끼길 바란다. 내부적으로는 다들 너무 수고했다고, 즐거워하고 있다"고 후련한 감정을 드러냈다.
특히 고강도 액션 신이 많았음에도 대부분의 신을 직접 소화한 것으로 알려져 놀라움을 안겼다. 김래원은 "최근 하는 작품에 매번 그런 생각을 한다. 사실 액션은 직접 하는 것보다 전문가가 해주시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제작진도 '이 액션은 대역으로 진행하셔야 할 것 같다. 위험하기도 하고 훨씬 효과적으로 촬영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하다보니 액션 팀에서 대역하면 더 화려해질 수 있지만 감정을 갖고 하는 신이 많다. 작은 동작에 저의 감정이 달라보일 수도 있어서 제가 직접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조금 화려함이 부족하고 투박하더라도 제가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장시간 물 속에서 폭탄 해체 작업을 벌여야 했던 수중 촬영을 가장 힘들었던 신으로 꼽은 그는 "저는 진짜 죽는 줄 알았다"고 운을 뗐다. 스쿠버다이빙 경험이 많았던 김래원에게도 쉽지 않았던 신이었다고.
김래원은 "수중 촬영 전문 감독님도 이틀 째 '아니 저 배우 힘들텐데 왜 저러고 있지' 하셨다더라. 전문 수중 촬영 팀들도 메스꺼워하고, 너무 힘들어하셨는데 저는 저만 힘든 줄 알았다. 스태프들이 다 물 안에 들어와서 하고 계시는데 제가 그 상황에 힘들다는 얘기를 못했다. 상황에 너무 집중해 있기도 했다. 정말 이건 못 견디겠다 싶어서 이틀 째 끝날 때 '도저히 못하겠다고 30분만 쉬었다 가자'고 했는데 '왜 이제 그 얘기를 하냐'고 하시더라. 다들 힘들었는데, 그들도 제가 쉬자고 해야 쉬는 것이어서 못 견디겠는데도 그냥 한 것이다. 저는 반대로 이분들이 다 하시니까 했던 것이다. 그렇게나 열심히 했다"고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열심히 한 만큼 결과에 대한 기대감도 솔직하게 드러냈다. 김래원은 "영화사 대표님이 '너 대표작이 바뀔 수도 있다'고 했다. 근데 대표님이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까 자꾸 내심 기대를 하게 되지 않나. 그래서 겸손하고 소박하게 마음 가짐을 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면 좋지 않겠느냐"면서 "그리고 드라마가 곧 나오니까. 저는 오히려 더 좋은 것 같다. 현실적으로 얘기하자면 양쪽으로 홍보효과도 있지 않나. 보통 비슷한 시기에 해봤다. 드라마 중간에 영화가 나온다든지, 보통 영화가 드라마 도움을 받는데 이번엔 드라마도 영화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미소 지었다.
특히 그는 선배 연차가 되면서 느끼는 배우로서 변화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김래원은 "정답도 없고 생각하고 믿고 그대로 하고있는 게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저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고, 기존에는 제가 캐릭터를 중심으로 연기를 하느냐 스토리를 위한 연기를 하느냐 차이가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스토리를 위해 연기를 했다. 그게 더 중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돌이켜보면 내가 맡은 역할이 빛나기 위한 연기를 할 때가 많았다. 물론 스토리도 중요했지만, 지금은 그 비중이 바뀐 것 같다. 그러다 보니까 후배들, 동료들이 연기하는 것도 다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영화 흐름 속에 각 배우들 만났을 때 호흡, 비중과 밸런스에도 눈이 뜨이더라. 이 신에서 제가 더 빛날 수 있지만 영화를 위해 살짝 물러나주고, 같이 하는 배우가 조금 더 호흡이 차올라서 눈에 띄고 그런 걸 보게 되니까 또 다른 즐거움도 있더라. 능숙하고 완벽하진 않지만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영화에서 종석이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서 얘기한 것도 밸런스를 잘 지키고 싶어서 였다. 저만 보이면 안 된다. 이 영화는 밸런스가 더 좋아야 한다. 지금 하는 드라마에서도 그러고 있다. 작품이 먼저다. 나 자신도 중요하지만 그 비중이 바뀐 것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고 지금도 노력 중이다. 앞으로 주인공으로서 작품을 책임지려면 중요한 부분이다. 내로라하는 선배들 보시면 다 그렇게 하고 계신다. 저는 그 눈이 좀 늦게 떠진 것 같다. 그냥 자연스러운 과정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또한 김래원은 "정말 오랜만에 한석규 선배님과 통화를 했다. 계속 말씀하시더라. '너 이제 시작이라고. 지금까지 연습했다고 생각해라. 너는 정말 재능이 많고 할 게 많은 배우다. 정말 한 번 잘 해봐라'라고 하셨다. 그런 말씀을 굉장히 진하게 해주셨다. 다시 한 번 긴장을 하고 마음을 다잡게 됐다. 저도 한 지 오래되다 보니까 타협도 하게 된다. 물론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 완벽주의자적 성향이 있어서 욕심도 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뜨거워져야 하는 건가, 더 불타올라야 하는 건가 생각했다"고 한석규의 조언을 떠올렸다.
그러면서도 재차 "저 아직 다 눈 뜬 것은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살짝 이제 실눈이 떠져서 앞만 보다가 살짝 옆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직은 미숙하다"고 웃음을 터트린 김래원은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는 찰나에 한선배님이 전화해서 그런 얘길 해주시니 다시 생각을 하게 됐다.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저도 연기를 꽤 오래 했는데, 아직 저는 제 자신이 어떤 배우고 어떤 연기를 한다고 정의 내리지 못하겠더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래원은"드라마 촬영 바로 이번 주에 들어간다. 좀 덜 춥기를 바란다. 작품이 잘 됐으면 좋겠다. 극장에 워낙 사람이 없어서 영화는 고생한 만큼 결과물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나머지는 하늘의 뜻이니까 잘 되고 내년에 좋은 작품 보면서 기다리며 푹 쉬고 싶다. 제가 지금 거의 안 쉬고 했다. 작년에 영화 '데시벨'을 찍었고 최근에 특별출연한 영화가 있다. 후반 작업 중이고 보신 분들이 제가 주인공인줄 알 만큼 많이 찍었다"며 당분간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관객들과 만남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데시벨'은 오는 16일 개봉한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