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거래소’ FTX 위기에 폭락하는 가상자산… 루나 사태 넘는 후폭풍 온다

이정수 기자 2022. 11. 10. 07: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FTX, 자체 발행 토큰 FTT 유동성 논란에 ‘좌초’ 위기
바이낸스, FTX 인수 시사하며 사태 진화 나섰지만, 역부족
“루나 사태보다 더 큰 후폭풍 올 수도… 긴장 늦출 수 없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들의 가격이 세계 2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의 유동성 위기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틀째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가상자산 시장 전문가들은 FTX의 위기가 지속될 경우 올해 대규모 투자자 피해를 낳은 루나·테라 사태를 넘어서는 후폭풍이 올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9일(현지시각)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경쟁사인 FTX의 인수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날 비트코인은 전날대비 가격이 약 9% 급락하며 1만6842달러를 기록, 지난 2020년 11월 이후 2년 만에 최저치까지 내려갔다.

앞서 지난 8일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FTX 인수를 추진하겠다고”고 한 바 있다. 경쟁사인 FTX의 인수 의사를 밝힌 것은 실제로 FTX가 무너질 경우 대규모 ‘코인 런(고객이 한꺼번에 계좌에서 코인을 인출하는 상황)’이 발생해 가상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시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하루 만에 결국 바이낸스가 FTX 인수를 공식 철회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은 큰 혼란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 루나-테라 사태보다 심각… FTX와 관련된 가상화폐·프로젝트 청산 가능성 커

FTX의 유동성 문제는 최근 FTX의 관계사인 가상자산 전문 투자업체(VC) 알라메다 리서치의 대차대조표를 통해 드러났다. 대차대조표에 따르면 알라메다의 자산 중 대부분은 FTX가 발행한 가상화폐인 FTT로 이뤄져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FTX가 FTT를 발행하면 대부분 물량을 알라메다 리서치가 사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됐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지난 5월 천문학적인 피해를 발생시킨 루나 사태보다 시장에 더욱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루나와 테라 사태는 알고리즘에서 허점이 드러나 단기간에 가격이 급락한 사건이었지만, 이번 FTX 사태는 세계 2위의 대형 거래소가 하루 아침에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 가상자산 투자자들에게 미칠 공포감이 훨씬 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시세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타나고 있다. /뉴스1

업계에서는 특히 FTT와 관련된 회사, 프로젝트, 코인 등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바이낸스 등 대형 거래소들이 FTT 매도에 나서면서 그 가치가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가장 위험 가능성이 큰 것은 FTT로 투자 받은 블록체인 프로젝트 등이다. FTT 코인을 예치금으로 넣는 솔라나 기반 디파이(DeFi·탈중앙 금융) 프로젝트는 프로젝트를 갑자기 중단하거나 개발자가 잠적하는 등의 ‘러그풀(Rug-Pull)’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FTT 코인을 담보로 맡긴 경우에는 FTT 가치가 하락할 경우 청산되거나 빌려준 곳이 파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FTX가 가진 상징성을 생각할 때 이번 사태는 루나-테라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만약 바이낸스가 FTX 인수를 포기할 경우 후폭풍은 일파만파로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전문가 “가상자산 진짜 불경기, 이제 시작”… 대형 투자사들도 손실 불가피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가상자산 불경기인 ‘크립토 윈터(Crypto-Winter)’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며, 앞으로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한다. 만약 바이낸스가 FTX를 인수할 경우 한 업체의 시장 독점 문제가 생겨 기관투자자들이 가상자산 투자를 꺼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국내 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보면 자오창펑의 말에 따라 시장이 좌지우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만일 FTX까지 그가 흡수하게 되면 자오창펑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한 사람, 한 업체가 좌지우지하는 시장을 어떤 기관투자자가 신뢰하고 투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FTX는 자체 발행한 코인을 담보로 맡겨 투자금을 얻는 방식으로 성장해 온 곳이긴 하지만, 영향력이 가장 큰 거래소 중 하나였다”며 “이 거래소가 무너지면 그보다 규모가 작은 거래소들 역시 연쇄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FTX에 전략적으로 투자를 한 투자사와 벤처캐피탈(VC) 등도 큰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FTX는 지난해와 올해 패러다임, 리빗 캐피탈, 세쿼이아, 소프트뱅크 등 60개 이상 투자사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또 미국의 유명 기술주 투자자인 체이스 콜먼이 이끄는 헤지펀드인 타이거 글로벌도 두 차례에 걸쳐 FTX에 투자한 바 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