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운전자 말고 ‘그냥’ 운전자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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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클랙슨을 울려도 될까요?" '언니차프로젝트' 이연지 기획자(37)에게 여성 운전자들은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2020년 시작된 '언니차프로젝트(이하 언니차)'는 여성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자동차 경정비 실습과 안전운전 교육을 한다.
'내 차'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여성 운전자들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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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클랙슨을 울려도 될까요?” ‘언니차프로젝트’ 이연지 기획자(37)에게 여성 운전자들은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주행 경력이 오래된 운전자라도 클랙슨 앞에선 머뭇거려진다고 했다. 망설이는 이유를 물으면 대개 여성들은 이렇게 답했다. “화난 것처럼 보이면 안 될 것 같아서요.”
2020년 시작된 ‘언니차프로젝트(이하 언니차)’는 여성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자동차 경정비 실습과 안전운전 교육을 한다. SNS 계정으로는 도로교통법의 상세 내용이나 접촉사고 시 대처법, 계절에 따른 차량 체크 사항 등도 공유한다.
‘내 차’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여성 운전자들은 많았다. 오빠나 아빠에게 묻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언니차’를 찾았다고 했다. 워크숍이 열리면 10분 만에 참가 모집이 마감되길 수차례. 지방에서 몇 시간을 달려온 수강생도 있었고 운전 경력 20년이 넘은 50~60대 수강생도 있었다.
“타이어 교체 시기부터 언제, 어떻게 클랙슨을 눌러야 할지, 차폭을 익힐 수 있는 방법은 뭔지, 정비소에서 능숙하게 행동하려면 어떡해야 하는지 등 질문이 다양해요. 이런 질문을 들으면, ‘왜 이걸 모르지?’ 하는 생각보다는 ‘아, 이런 걸 묻고 같이 얘기 나눌 사람이 참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잊을 수 없는 수강생 중에는 운전하는 게 참 즐겁다고 했던 50대 운전자도 있다.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언제, 어디로 갈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자유롭고 보람차다”라던 말이 이씨의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 하지만 이씨는 ‘이동할 수 있는 자유’라는 말 앞에 ‘안전하게’ ‘존중받으며’라는 단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여성 운전자의 경험에 주목한 이유다. “자동차 커뮤니티에 들어가도 여성 운전자를 비하하는 글들을 쉽게 볼 수 있어요. ‘김 여사가 그렇지’ ‘여자가 뭘 알겠어’ 같은 말들이 아직도 게시판에 올라옵니다. 여성 운전자들은 그곳을 떠나거나, 남아 있어도 여성인 걸 숨기는 경우가 많아요.”
‘정보의 빈곤’은 안전의 문제, 도로 위 차별의 문제와도 연결됐다. “도로 위는 특수한 규칙이 적용되는 곳이에요. 이때의 규칙은 ‘도로교통법’에 없는 운전자들의 눈치나 관습, 비언어적인 질서도 포함하고요. 여성들은 남성을 중심으로 전수된 그런 무형의 지식들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셈이에요.” 그의 목표는 정보와 지식을 더 평등하게 나누는 것이다. ‘여성’ 운전자가 ‘그냥’ 운전자가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에게 여성 운전자들을 위한 한 가지 팁을 달라고 부탁했다. 날이 추워지니 냉각수 레벨과 타이어 공기압을 잘 확인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친절한 ‘언니’는 트위터와 인스타그램(@unniecar)에서 만날 수 있다.
김다은 기자 midnightblu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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