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 정보부장이 삭제 지시"…윗선 번진 은폐·묵살 의혹

CBS노컷뉴스 김태헌 기자,CBS노컷뉴스 허지원 기자 입력 2022. 11. 10. 06:06 수정 2022. 11. 1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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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용산서 정보관이 작성한 '안전 우려' 보고서
서울청 정보부장, 일선서 과장 단톡방서 삭제 지시
"규정대로 했다"지만…일선에선 "부당 지시"
담당 정보관 "현장 가겠다" 요청까지 묵살?
정보과장 "묵살이 아니라 배려" 법리 다툼 예고
서울청, 정보과장 대기발령 조치
연합뉴스


핼러윈 참사 전 '대규모 인파가 몰려 사고가 우려된다'는 용산경찰서의 정보보고서를 경찰 지휘부가 묵살했다는 의혹이 윗선의 은폐 지시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애초 해당 보고서의 삭제를 지시한 주체가 용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장(정보과장)으로 알려졌지만, 내부 감찰 조사 과정에서 상급청인 서울경찰청 정보부장으로부터 삭제 지시가 하달된 사실이 파악되면서다.

게다가 보고서를 작성한 용산서 정보관이 스스로 현장에 나가겠다고 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정보관 전부를 대통령실 인근 집회 통제에 투입한 정보과장의 판단은 두고두고 곱씹어볼 문제다. 참사 당일 정보 경찰이 단 한명도 이태원 축제 현장에 배치되지 않은 것을 두고 뼈아픈 실책이라는 분석이 경찰 안팎에서 나온다.

1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최근 박성민 서울청 정보부장(경무관)을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수사 의뢰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부장은 참사 직후 용산서 정보과장 등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 정보과장이 참여한 단체 대화방에서 "정보 보고서를 규정대로 일괄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지시를 받은 용산서 정보과장과 계장은 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에게 PC에 있는 보고서 원본을 삭제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보고서는 삭제됐고, 정보관을 상대로 간부가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하자"며 회유한 정황도 파악됐다.

참사 사흘 전인 지난달 26일 용산서 정보관이 작성한 '핼러윈 기간 많은 인파로 인한 사고가 우려된다'는 내용의 해당 보고서는 서울청 첩보관리시스템 설정에 따라 72시간이 지난 뒤 전산에서 자동 삭제됐다. 이와 별도로 PC에 저장된 보고서 원본은 '필요가 없어지는 시점'에 자체 삭제하는 것이 규정상 원칙이라고 한다. 이른바 '삭제 지시 의혹'을 두고 지시한 사람과 받은 당사자의 입장이 갈리는 대목이 여기다. 박 부장과 용산서 정보과장은 "단순히 규정대로 처리(삭제)할 것을 지시했을 뿐이다"라고 진술하고 있지만, 용산서 정보관 A씨는 이것이 '부당한 지시'라며 맞서고 있다.

서울경찰청 압수수색 마친 특수본. 연합뉴스


특수본은 이태원 핼러윈 축제의 위험성을 사전에 경고한 보고를 묵살했다는 지적이 나올 것을 우려해 지휘부가 삭제를 종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아직 서울청 정보부장을 입건하지 않았다"라며 "혐의를 두고 당사자들 사이에 입장이 다른 상황이라 주변 관련자 등을 추가로 조사한 뒤 입건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사 당일 용산서 소속 정보 경찰이 모두 대통령실 인근 집회를 챙기느라 이태원 축제 현장에 단 한명도 배치되지 않은 경위에 대해서도 특수본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일선 경찰들은 당시 이태원에 정보관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보고서를 작성한 A씨가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정보관 배치를 요청하고 담당 정보관인 자신이 나가겠다고도 했지만 정보과장은 이런 보고를 묵살하고 "대통령실 집회를 챙기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간부는 "집회·시위 현장에서 정보는 머리, 경비는 팔·다리라고 생각하면 쉽다"라며 "위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경력을 보내야 한다'고 무전(보고)을 하면, 상황실이나 지휘부에서는 기동대를 보내서 정보 쪽에서 올라온 내용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정보관은 "경비과장이나 정보과장, 아니면 정보관 수십 명 중 하나라도 그날 집회가 끝난 뒤 퇴근길에 이태원 현장에 가봤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그런 생각을 하면 정말 화가 나고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한편 용산서 정보과장 B씨는 '보고서 삭제 지시' 의혹에 대해 "A씨만 불러서 삭제를 지시했다면 엄청난 문제이지만, 나는 직원 전체를 상대로 '관련 법 규정대로 하자'고 말했다"라고 해명했다. 이태원 축제 현장 배치 요청을 묵살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묵살이 아니라 배려"라면서 "그 전주에도 (A씨가) 지구촌 축제로 주말에 계속 근무를 했었다. 토요일은 집에 들어가서 쉬라고 한 것이고 (직권남용에 관해) 법리를 다퉈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서울청은 용산서 정보과장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내린 상태다. 용산서 정보계장의 경우 내부에서 인사 조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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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태헌 기자 sia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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