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학원 '원내 약국'으로 동네약국 줄폐업…익산시 보건소 "문제없어"
대한약사회 "의약분업 원칙 훼손하고 있어"
전북 익산 원광대병원 원내 약국 2곳이 처방전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인근 약국의 줄폐업이 현실화되고 있다.
재단법인 원불교와 학교법인 원광학원이 부지 내 약국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동네 약국들은 이들의 담합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원광대학병원 원내 약국 단 2곳…원광학원 'A 약국'‧원불교 재단 'B 약국'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2021년 1월 돌연 학교법인 원광학원이 소유한 건물에 A 약국이 개설됐고 이 과정에서 백 모 약국을 폐쇄시킨 전력이 드러났다.
원광학원은 A 약국을 설립하기 전인 2020년쯤 기존 백 모 약국으로 향하는 출입구 인근에 연석을 둬 차량 진입로를 통제했다. 원광학원의 통제로 백 모 약국의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막혔다.
A 약국과 백 모 약국은 불과 30m 떨어져 있는데, 백 모 약국의 주차장 진입로가 막히면서 원광대병원의 내원환자가 백 모 약국을 이용하는 것이 불편해졌다.
원광학원이 차량 진입로를 통제한 이유는 약국 개설에 대한 익산시 보건소의 허가가 필요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원광대병원 주차장과 A 약국의 차량 통행이 단절됐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대법원은 약사법 제20조 제5항 각호에 따라 대학병원을 소유한 학교법인이 부지 내 약국의 건물주로 있는 것은 병원과 약국의 담합 가능성으로 의약분업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결해오고 있다.
특히 해당 건물이 병원 부지 내 시설로 이용된 경우 약국 개설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 허가권자인 익산시 보건소에서는 병원 부지와 약국 건물이 구분됐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허가를 해줄 수 있다.
현재 원광대병원은 27개 진료과를 갖추고 재직 의사 수가 297명 수준인 상급종합병원이지만, 그 주변에는 한약국을 제외하고 단 2곳의 약국만 존재한다.
충북권의 대표적인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학교병원의 경우 재직 의사 수가 지난 4월 기준 337명인데, 대로변에만 7개의 약국이 개설되어 있다.
부산 지역의 상급종합병원인 동아대학교병원은 재직 의사 수가 327명으로 주변에 10개 이상의 약국들이 자리한다.
원광학원의 A 약국 개설 과정에서 펜스 등 출입구 통제 조치로 접근성에 영향을 받은 백 모 약국은 2020년 10월 결국 폐업했다.
줄폐업 현실화…익산시보건소 "법적으로 아무 문제없어"
원광대학병원 부지 내에는 A 약국과 재단법인 원불교가 운영하는 B 약국 단 두 곳만 존재하는데, 원외처방전 중 80%가량을 이 두 곳이 조제하며 사실상 처방전을 독점하고 있다.
A 약국이 설립된 2021년 1월 기준으로 원광대병원 인근의 한 동네 약국의 원외처방전 처리 건수는 전년 대비 21% 이상 줄어들었다.
지금도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로 이 곳 역시 폐업이 예고된 상황이다. 동네 약국 중 일부는 원광학원과 약국 개설을 허가해준 익산시 보건소에 행정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원광학원의 원내 약국으로 동네 약국들의 볼멘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약국 개설을 허가해준 익산시보건소는 "허가 당시 법적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익산시 보건소 관계자는 "(A 약국의 건물은) 원광학원이 세운 신축 건물이 아닌 단순 소유권 이전으로 가지게 된 건물이다"며 "소유권 취득 후 병원 시설물 일부로 사용된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허가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해당 건물을 둘러싸고 펜스가 둘러싸여 있어 병원 내 부지와 엄격히 구분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네 약국들은 '원광학원이 A 약국 설립 전부터 해당 토지(A 약국 토지)를 원광대병원 주차장으로 이용해온 점'을 근거로 병원 시설물 일부로 사용해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근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원불교 재단의 산하 기관이 A 약국 건물 2층에 운영 중이다"며 "원대 병원과 원광학원 그리고 원불교 재단이 얽혀있는 건물이다"고 말했다. 원광학원은 재단법인 원불교에서 분리된 학원 법인이다.
이어 "원광대병원 주변은 병원 운영자가 임대인이 되는 '구내 약국들'만 존재하게 되면서 환자들의 약국 선택권은 크게 제한된 실정이다"고 비판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최근 대법원 판례들을 보듯 약국이 병원과 장소적으로 밀접하면 약국과 의료기관이 담합할 가능성이 크다"며 "구내 약국의 처방전 독점으로 의약분업의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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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CBS 김대한 기자 kimabou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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