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서울시, 이번에도 압수수색 빠졌다…특수본 ‘반쪽수사’ 우려 [이태원 핼러윈 참사]

권구성 2022. 11. 1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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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본 ‘반쪽·부실수사’ 우려
대표 입건… 주거지 등 3곳서 진행
행안부·서울시는 이번에도 빠져
입건 피의자 7명 중 소환조사 전무
경찰청장·서울청장 여전히 참고인
용산署 정보과장 등 대기발령 조치
윤 청장 “지금 자리 피하는 건 비겁”
경찰, 대혁신·인파관리 TF 운영
‘이태원 압사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참사가 일어난 골목길 일대에 위치한 해밀톤호텔에 대한 강제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에 대한 압수수색만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어 ‘반쪽 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거취와 관련해 “지금 자리를 피하는 것은 비겁한 것이고 쉬운 길”이라며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경찰이 이태원 압사 참사 인근 해밀톤호텔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9일 해밀톤호텔과 대표 A씨의 주거지 등 3곳에 수사관 14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1
특수본은 9일 해밀톤호텔 대표이사 A씨를 건축법과 도로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A씨의 주거지 등 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해밀톤호텔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골목길 우측에 위치해 있다.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세계음식문화거리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에 가건물을 짓는 등 통행에 지장을 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이번 압수수색으로 해밀톤호텔의 불법 건축물이 이태원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특수본이 이날까지 입건한 대상은 A씨를 포함해 총 7명이다. 지난 6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계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했던 류미진 총경에겐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했다. 서울청은 이날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과 서울청 112상황실 팀장을 대기발령하는 한편 정보과 보고서를 삭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용산경찰서 정보과장도 대기발령 조치했다.

참사 당시 소방 임무를 넘어서 현장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 최 서장을 입건한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온다. 참사 직후인 지난달 30일 새벽 현장 브리핑에서 손을 떨면서도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간 최 서장에 대한 옹호 여론이 뜨겁다. 현장의 소방관들은 이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와의 자리에서 “누구보다 열심이셨다. 2차, 3차 피해가 없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증거와 법리에 따라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최 서장의 입건 이유로는 소방의 2단계 대응 발령이 늦어진 점, 용산소방서보다 종로소방서 소속 구급차가 현장에 먼저 도착한 점 등이 거론되지만, 특수본은 구체적인 설명은 피했다.

입건된 피의자 중에는 실제로 소환조사가 이뤄진 대상이 없어 초동수사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날 집무실과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윤 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여전히 참고인 신분으로 남아 있다. 앞서 윤 청장은 국회에서 ‘(특수본이) 추가로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취지로 발언했는데, 사실상 주요 참고인이 압수수색과 소환조사에 대비할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 청장은 특수본 보고를 받았다는 논란과 관련해 “국회 질의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보고를 받았다’는 표현을 썼다”며 “특수본 수사와 관련해서는 일체 지휘나 보고를 받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특수본은 “전날 압수수색한 자료의 양이 방대해서 자료 분석과 병행하는 식으로 소환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9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압사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인파관리 대책 수립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주재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압수수색에서도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재난 대응의 책임이 있는 행안부와 서울시가 제외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이태원 참사와 같은 대형 사고는 초기에 광범위한 증거를 신속하게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일정 부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현재 단계에서 필요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며 “어떤 기관이라도 법령상 책무와 역할이 있었음에도 부실한 조치로 이번 사고가 결과를 초래하였다면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원론적 입장만 취했다.

한편 경찰청은 이태원 참사에서 문제로 지적된 인파 관리와 보고 체계의 허점을 개선하기 위해 ‘경찰 대혁신 태스크포스(TF)’와 ‘인파 관리 TF’를 운영하기로 했다. 윤 청장은 인파 관리 TF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제 거취를 표명하고 이 자리를 피하는 것은 비겁한 것”이라며 사퇴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그는 “온갖 비난을 감수하며 청장 자리를 지켜 진상을 규명하고 사고를 수습하며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며 “이런 상황들이 마무리되면 그때 맞게 처신하겠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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