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겨울]④식비 줄여도 학원비 못 줄인다…늘어나는 '에듀 푸어'

서한샘 기자 2022. 11.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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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큰데…물가 상승에 학원비도 '껑충'
교습비 인상됐지만 '적자'…소규모 학원 '운영난' 호소

[편집자주] 또 겨울이다. 없는 이들에게 겨울은 더 혹독하다. 경기는 바닥을 향하고 있는데 물가마저 치솟고 있다. 여기에 금리까지 올라 빚 부담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 올 겨울을 어떻게 나야할지 막막하다는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경기침체 그늘에서 신음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들여다봤다. 어쩌면 민생을 살펴야 할 이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이 되지 않을까.

서울시내 학원가의 모습. /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 봐도 결국 줄일 수 있는 건 외식비밖에 없어요."

# 서울 노원구에서 초등학생, 중학생 자녀를 키우는 이모씨(45·여)는 아이들 학원비를 놓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미 가장 큰 지출을 차지하는 학원비가 최근 더 올랐기 때문이다. 학원별로 많게는 월 3만~5만원까지 오르니 감당해야 할 전체 몫은 만만치가 않다. '학원비 다이어트'를 시도해보지만 며칠 전 "중·고등학생 있는 집에서 식비를 줄일지언정 사교육비는 가장 나중에 줄여야 한다"는 이웃 학부모 말이 목에 걸린다.

경기침체와 고물가, 고금리 삼각파도에 주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가계지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교육비가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 서울 교습단가 평균 3.5% 인상…"학원 어떻게 끊나"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사교육비 인상도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정부의 억제정책에 따라 2013년부터 줄곧 동결되던 교습비 조정기준은 최근 물가상승에 따라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관내 교육지원청 11곳 가운데 6곳이 학원 등 사교육기관 교습비 조정기준을 인상했다. 교습비 조정기준은 보습학원, 어학학원, 개인과외 등 학원 종류별 적정 교습비 산정을 위해 설정해 놓은 1분당 교습단가 상한선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 파악한 서울 지역 교습비 조정기준 평균 인상률은 3.5% 수준이다. 성동광진교육지원청은 보습학원 분야 기준을 8.6% 인상하기도 했다.

개별 가정에서 사교육에 지출하는 비용도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사교육을 받는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8만5000원으로 전년보다 7.8%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학부모들은 교육 지출 외에 다른 지출을 줄여가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중학생 학부모인 최모씨는 "학원비가 수입의 20~30%를 차지한다"며 "사교육을 안 시키자니 나중에 원망을 들을 것 같고 주변에서도 물가와 기름값이 올라도 학원 끊는 건 못하겠다고 하니 다른 지출 줄일 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학원가의 모습. /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 학원도 경기침체 '직격'…교습비 올랐지만 "남는 게 없다"

교습비가 인상됐지만 학원은 학원대로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학원도 임대료, 인건비 등이 올라 운영비는 늘어났지만 경기침체로 수강생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사교육업계는 유형과 규모 등에 따라 사정이 천지차이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3조4000억원으로 2020년(19조4000억원)보다 모든 유형에서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2020년 시장 상황이 극도로 나빴던 기저효과라는 설명이다.

유형별 희비는 확연하다. 유료인터넷·통신강좌 등 사교육비는 8257억원으로 전년도보다 64.4% 급증했다. 반면 학원수강 사교육비 총액은 18.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소규모 학원은 사교육비 총액 증가가 무색한 정도라며 운영난을 토로한다. 코로나19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침체까지 겹쳐 어려움이 배가 됐다는 것이다.

이상무 함께하는사교육연합 대표는 "코로나19가 끝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고 한때 상황이 나아지기도 했다"며 "그러나 금리가 인상되면서 코로나19 때 대출을 받았던 학원 원장들 다수가 큰 부담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학원업계는 교육당국이 교습비 조정기준을 올리는 수준으로는 운영이 절대 나아질 수 없다고 호소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소규모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남모씨는 "임대료는 1년에 3~5% 정도 꾸준히 오르고 인건비도 오르고 사람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남씨는 "교육당국에서 물가상승률도 반영하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통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의 1분당 교습비 단가는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 사교육계 관계자는 "아직도 물가상승률에 비하면 인상폭은 굉장히 작아 특히 영세학원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난해와 올해를 기점으로 매년 교습비 인상 조정이 추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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