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회사채 발행 막히자 대출·CP 늘려…문제없나

남정현 기자 2022. 11. 1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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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기업들, 채권시장 한파에 은행대출·기업어음(CP)↑
10월 회사채 순발행액, 사상 최대…?4조8379억원
기업대출, 10월 기준 사상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6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외벽에 대출상품 현수막이 붙어있다. 이날 시중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기존 예상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이어지면,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도 당초 예상한 내년 초 3.50% 안팎에서 멈추지 않고 상반기까지 이어져 낮게는 3.75%, 높게는 4.5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2022.11.06.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에 채권시장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기업들은 회사채에서 은행대출·기업어음(CP) 등으로 자금조달 창구를 전환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번복 사태까지 터지며 채권시장은 더 얼어붙었는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부채 만기구조가 단기화돼 추후 기업들이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업을 평가할 때 단기차입금 비율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여기는 만큼, 앞으로 기업 투자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채 발행액은 3조6921억원, 상환액은 8조5300억원으로 집계돼 상환액이 발행액의 2배 이상을 넘어섰다. 이에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순발행액'은 –4조8379억원으로 협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6년 이후 가장 많은 상환이 이뤄졌다. 순상환이 5조원 가까이 되는 건 이례적으로, 그만큼 회사채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신용도와 금리가 높은 한국전력 등 공기업 채권과 은행채들이 시장에 쏟아지자 구축효과가 나타나면서, 정작 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는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반대로 같은 기간 국내 기업들의 대출은 큰 폭으로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업대출은 10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 속보치 작성(2009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는데, 전월 말 대비 13조7000억원 늘어난 1169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기준 대기업대출은 216조5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전월보다 9조3000억원이나 늘었다. 이전 달과 비교한 8·9월 증가액은 각각 2조9000억원, 4조7000억원인데, 증가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은행은 "10월 중 은행 기업대출은 기업의 운전자금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회사채 시장의 위축 영향으로 대기업의 은행 대출 활용 증가 등으로 높은 수준의 증가세가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또 기업들은 최근 연달아 회사채 시장 관련 이슈가 터지면서 은행 대출과 함께 기업의 단기자금 조달 방법의 하나인 기업어음(CP)으로 몰려가고 있다. CP는 본래 만기 1년 이하의 단기채권을 의미하지만 국내 자본시장법엔 CP에 대한 만기 규제가 없어 대기업들은 1년 이상의 기업어음(CP)을 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CP의 발행잔액은 113조497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1년 이상의 장기 CP는 34조3900억원으로 전체의 30.3%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재계 2위인 SK도 최근 사상 처음으로 1년 이상의 장기 CP 발행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규모를 줄이고 은행 대출과 CP 발행을 늘릴 경우 자금 조달 안정성이 저하될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금융사 중 신용등급이 가장 낮은 편인 A급 이하의 캐피털사의 경우 현재 단기화된 만기구조로 인해 재조달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 상황이다. 올 3월 기준 등급별 조달기준을 보면 AA급 캐피탈은 단기차입금이 5%에 불과했지만, A급 이하는 13% 수준에 달했다.

그 결과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일부 중소형 캐피털사는 실질적으로 자동차 할부금융 신규 영업을 중단한 실정이다. 한 여신업계 관계자는 "일부 중소형 캐피털사의 경우 금리를 높여 사실사 신규 대출을 중단한 상태"라며 "이러한 추세라면 연말까지 평균 금리가 9~10%대까지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다만 "기업들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으로, 조달할 수 있는대로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하는 과정"이라며 "신용경색이 장기화되면 어려울 수 있겠지만, 조만간 진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레버리지 비율 등 정부가 자본 규제를 과거부터 타이트하게 해 왔고 현재의 지원정책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위등급 기업(금융사)의 경우 채안펀드 대상은 안 되지만 산은·기은의 회사채 매입,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의 혜택은 볼 수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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