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향해 수사 속도 내는 檢…정진상 압색 영장엔 특가법상 뇌물·부패방지법 위반 적시

김현주 2022. 11. 1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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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유동규→정진상 1억4000만원 전달 시기·경위 등도 특정…일부는 '이재명 선거자금' 의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왼쪽부터). 뉴시스
 
경기 성남 소재 위례·대장동 개발을 둘러싼 특혜·뇌물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정조준하고 강제 수사에 나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대표의 또 다른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기소한 지 하루 만이다. 정 실장까지 검찰의 사정권에 들면서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의 압박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9일 오전부터 정 실장의 자택, 여의도 민주당사 내 당대표 비서실, 국회 본관 당대표 비서실을 압수수색했다.

정 실장의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죄명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부패방지법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부원장과는 다르다.

뇌물 수사는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밝히는 일이 핵심이다.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을 받고, 성사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거나 요구, 약속한 때 성립한다.

부패방지법은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가 취득할 때 적용된다.

정 실장은 위례·대장동 사업이 추진되던 2014년 전후 성남시 정책보좌관과 정책실장을 지내 내부 결재선상에 있었다.

검찰은 정 실장이 이런 지위에서 알게 된 개발사업 관련 비공개 정보를 민간사업자들에게 흘리거나, 각종 인·허가 과정을 도와 수천억원을 챙기도록 했다고 본다.

위례 사업 비리사건에서 기밀 유출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정 실장이 공모 관계에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정 실장이 이에 대한 대가로 유 전 본부장 등에게 2014년∼20년 모두 1억4000만원을 받았다고 의심한다.

검찰은 돈이 오고 간 시기와 전달 경위 등도 어느 정도 특정했다. 2013∼14년 건너간 3000만원은 유 전 본부장이 명절마다 보낸 ‘떡값’으로, 2020년 전달된 3000만원은 유 전 본부장이 다시마 비료 사업을 추진하면서 경기도농업기술원에 편의를 봐달라며 건넨 청탁금으로 보고 있다.

2014년과 19년에는 정 실장이 먼저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을 요구해 각각 5000만원과 3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실장이 근무했던 경기도청 등지에서 전달이 이뤄졌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전달된 돈 중 일부가 이 대표의 선거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용처를 추적할 방침이다.

정 실장의 뇌물 액수는 향후 수사 과정에서 늘어날 공산이 있다.

검찰은 정 실장과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이 2010년 무렵부터 형제처럼 지내며 대장동 민간사업자들과 유지한 유착 관계를 금품 수수의 배경으로 본다.

이들 3명이 민간업자들에게 사업상 특혜를 주고 그 대가로 대장동 개발 수익 일부를 나눠 갖기로 약정했다는 것이다.

대장동 사업은 민간의 과도한 이익을 제한하는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 삭제되면서 민간사업자들은 대주주인 공사의 배당액(1천830억)보다 훨씬 많은 4천40억원을 배당받는다.

민간사업자 중 최대 주주는 화천대유자산관리 소유주 김만배씨다. 보통주 7% 중 거의 절반에 김씨에 귀속된다.

검찰은 최근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김씨 지분의 절반인 24.5%가 실제로는 이 대표 측 지분이라는 진술을 남욱 변호사 등에게서 확보했다. 김씨 앞으로 된 천화동인 1호에 정 실장과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의 지분이 숨어있다는 취지다.

지난해 1차 수사에선 이 24.5%가 유 전 본부장 몫이라는 결론이 났다. 김씨가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중 700억원을 유 전 본부장 몫으로 보고 공통비 등을 제한 뒤 428억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모의한 내용 등이 근거가 됐다.

이번 수사에선 유 전 본부장이 받기로 한 몫에 정 실장과 김 부원장 지분도 섞였다고 봤다. 김씨는 당초 특정금전신탁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한 천화동인 1∼7호 중 가장 지분이 많은 천화동인1호의 지분 30%를 유 전 본부장 측에 약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수익금을 배당받은 김씨는 사업에 들어간 일부 비용을 제외하고 본인 소유 지분의 절반인 24.5%를 유 전 본부장 등에게 주기로 했다. 검찰은 이 24.5%의 지분을 정 실장과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이 공동 소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정 실장 등이 대장동 사업의 배당이 본격화한 2020년 9월부터 민간사업자 측에 수익금을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 전 본부장이 이런 요청을 김씨에게 전달했지만 김씨가 여러 이유를 들며 거절했고, 대신 남 변호사에게서 일부 자금을 건네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남 변호사 역시 최근 검찰에서 "정 실장이 김씨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했는데 김씨가 거절했다고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의 의심대로 정 실장 등이 민간업자들에게 특혜를 주고 대가로 거액을 받기로 약속했다면 이 역시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은 이미 뇌물 혐의로 기소돼 있다.

검찰은 2014년 유 전 본부장이 정 실장과 김 부원장에게 각각 건넨 5천만원과 1억원의 출처도 확인중이다.

당시 남 변호사는 위례·대장동 분양대행을 맡은 이모씨에게서 23억원, 토목건축업자 나모씨에게서 20억원 등 대장동 사업 운영비 명목으로 총 43억원을 빌려 이 중 8억3천만원을 김씨와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했다. 이 중 일부가 정 실장과 김 부원장에게 건너간 돈이라고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이씨가 마련한 23억원의 출처로 당시 위례 사업에 참여한 호반건설로 의심한다.

정 실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검찰 수사는 이 대표의 턱 밑까지 올라왔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최측근이었던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이 연이어 강제수사 대상이 된 만큼 이 대표와 연관성을 규명하는 수사가 조만간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김 부원장을 기소하면서 이 대표를 공범으로 적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공소장에는 김 부원장이 수수했다는 돈의 성격을 설명하기 위해 이 대표를 수십차례 적시했다고 알려졌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이 대표의 대선 경선 자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김 부원장은 2020년 7월부터 '이재명 경선 캠프 조직화 방안'을 짜고 관련 회의 내용을 정 실장 등과 공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받은 돈을 실제로 이 대표 선거자금에 사용했는지, 이 대표가 이를 인지하거나 관여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비리의 '정점'이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 최근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 등은 대장동 사건 재판에서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를 이 대표로 지목했다.

이 대표는 정 실장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련해 이날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민주당은 "총체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윤석열 정권의 검찰 독재, 정치 탄압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반발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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