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가 맡는거야"…세월호때도, 물난리때도 '재난 컨트롤타워' 논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운영위원회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대형 참사·재난 발생 이후 사고 수습과 재발방지책 마련 과정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시스템이 있다. 바로 '재난 컨트롤타워'다. 이전부터 사고가 터질 때마다 컨트롤타워가 누구냐를 놓고 정치권 등에서 논란이 일어왔다. 야당 입장에선 국민 생명과 안전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는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전신 청와대) 또는 참모진을 정조준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곤 했다. 반면 집권 여당 입장에서 사고 유형에 따라 약간 다르지만, 재난 안전 업무를 전담하는 행정안전부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공식 컨트롤타워로 언급한다.

김대기 "국정상황실은 재난 컨트롤타워 아냐"

9일 정치권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 수습을 놓고도 컨트롤타워 논란이 재현됐다.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국정상황실은 대통령 참모조직이지 대한민국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고 말하면서다.

시민사회와 정치권 등에선 재난 상황마다 컨트롤타워가 어디냐를 놓고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비서실장은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이태원 참사' 당시 국정 상황실의 역할과 관련해 "국정상황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 컨트롤타워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국정상황실이 위기 시 재난컨트롤타워가 될 수 없냐'는 지적에는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라는 공식 기구가 있다는 말"이라며 "국정상황실에 인력도 몇 명 없다. 어떻게 전체를 컨트롤하겠냐"고 말했다.

'정부 책임론'이 국정상황실까지 번지는 상황을 김 비서실장이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야당에서는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난 컨트롤타워가 중대본이라고는 하지만 참사의 책임은 경찰과 소방에 떠넘기고 '꼬리 자르기'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재난 컨트롤타워를 둘러싼 논란이 지난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 당시와 변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때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고 했는데, 이번 이태원 참사도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고 했다"며 "단순한 기시감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사라졌다는 부재를 증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고 말해. 해당 발언은 책임 회피 논란으로 이어지며 민심을 극도로 악화시켰다.

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성호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을 비판하는 종이가 놓여 있다. /뉴스1

野 "경찰·소방에 책임 떠넘기고 꼬리 자르기" 비난

지난 8월 집중호우 당시에도 재난 컨트롤타워와 관련한 비판은 제기됐었다. 수도권에 퍼부은 집중호우로 사망자와 이재민이 다수 발생했으나 윤 대통령은 자택에서 전화기로만 상황을 파악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야권에선 재난 컨트롤 타워의 부재'라고 비판하고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폰트롤타워'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이후 윤 대통령은 집중호우와 관련한 대응 논란에 "국민께 정부를 대표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과거 발생했던 대형참사에선 고위 공직자가 사의를 표명하거나 경질된 사례가 많았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책임을 진 셈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고 발생 11일 만에 사의를 표명했고, 이후 후임자가 임명되면서 물러났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도 사실상 경질됐다. 해양경찰청은 해체되기까지 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당시에는 이원종 서울시장은 경질됐다. 당시 이영덕 국무총리는 사의를 표명했으나 김영삼 대통령이 모든 게 대통령 자신의 책임이라며 이를 반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