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INSIGHT] 태백·양구 경매물량 우수수 왜?

정우진 2022. 11. 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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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떨어진 낙찰가율 ‘연내 최저’
열기 식은 갭투자·법인 ‘관련 물건’ 급증
3개월 연속 낙찰가율 절반 못 미쳐
도내 아파트 매매거래 침체기 심각
전세가율 80% 육박 ‘깡통전세 주의’

최근 강원도 부동산 시장은 지난 9월 아파트 매매거래 1000건대 벽이 무너지는 등 정상적인 거래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침체기에 빠져있다. 도내 부동산 거래 실종 상황은 경매 시장에도 영향을 줘 도내 아파트 낙찰가율이 3개월 연속 절반을 넘지 못하고 있다. 10월 낙찰가율도 전월 대비 10% 가까이 추락하며 1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지난해 갭투자 열풍 이후 다주택자나 법인의 물건이 한꺼번에 경매로 쏟아져 나와 전세에 대한 위험도 도사리고 있어 우려된다.

최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발표한 ‘2022년 10월 경매동향보고서’를 보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낙찰가율을 유지하던 강원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은 89.7%로 전달(99.4%)대비 9.7%p 하락해 올해 처음으로 80%대로 떨어졌다. 지난달 강원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은 전국 평균(83.6%)보다는 소폭 높기는 하지만 낙찰률은 8월 37.5%, 9월 35%, 10월 46.5%로 3개월 연속 절반을 채 넘지 못했다. 지난해 부동산 활황이 불었던 시기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 크다. 지난해 10월 낙찰률 75.9%, 낙찰가율 108.6%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각각 29.4%p, 18.9%p나 차이가 벌어졌다.

올해만 보더라도 지난 6월과 7월 각각 108.2%, 107.9%로 100%를 넘어섰으나 8·9월 99.4%로 100%대가 깨졌으며 지난 2020년 12월(77.6%)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파트 뿐만 아니라 전체용도도 409건 진행에 158건(38.6%)이 낙찰됐고, 낙찰가율은 70.4%로 확인됐다. 또 도내 업무·상업시설은 40건 진행에 10건(25%), 토지는 240건 중 93건(38.8%), 주거시설은 123건 중 51건(41.5%)으로 더욱 상황이 좋지 못하다. 전국적인 부동산 고점 인식과 함께 또 한 번의 기준금리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 단행으로 강원도 부동산 경매시장 매수세가 극도로 위축된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 9월 서울을 제외한 지방권 규제지역이 모두 해제됐지만 전국적으로 얼어붙은 아파트 경매시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낙찰률도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고, 낙찰가율도 올해 7월부터 매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도내에서 가장 낙찰가가 높았던 소재지는 고성 토성면 일대 다가구주택으로 감정가 17억5689만원이었으나 낙찰가는 15억7300만원(89.5%)이었고, 인제 인제읍 일대 대지(감정가 19억9820만원)는 15억4100만원(낙찰가율 77.1%)에 낙찰돼 뒤를 이었다. 강원지역 10월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71건으로 전월(40건)대비 31건(77.5%) 급증하며 올해 3월(75건), 4월(92건) 다음으로 가장 높았다.

강원지역 아파트 경매 물량 급증의 이유는 지난해 갭투자 등 투자자들 몰렸으나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해 다주택자나 법인의 물건이 한꺼번에 경매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경매물건을 ‘관련물건’이라 부른다. 10월 26일 기준 도내 경매 진행 물건 75건 중 관련물건은 총 38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지역별로 보면 태백 태백황지청솔아파트의 경우 14건이 나와 가장 많았다. 해당 아파트는 ‘진달래’라는 회사가 매입해 소유하고 있다. 또 양구도 양구석미모닝파크아파트 12건, 동해 이도주공1단지 7건 등 무더기로 나왔다.

수도권과 지방광역시는 관련 물건 비중이 10% 안팎에 불과한 반면 비규제지역인 강원도는 1억~3억원 미만의 저가주택이 많아 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갭투자의 성지로 불렸던 강원도는 외지인들이 집조차 보지 않고 1억원 미만 아파트를 알아봐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많아 당시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높아진 금리와 대출규제 등을 감당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떠나자 피해는 도민들에게 돌아갔다. 이미 치솟은 아파트 매매가격으로 인해 ‘내집마련’의 꿈은 멀어졌고, 전세를 구하고 싶더라도 깡통전세 위험이 높아 선택이 쉽지 않다. 전세가율이 80%가 넘어가면 깡통전세 위험 신호로 보는데 도내 평균 전세가율은 79.8%로 80%에 육박한다. 태백(81.4%), 원주(80.4%), 속초(80.4%) 등 7개 지역이 80%를 넘어섰다. 실제로 지난 8월 춘천에서 2억2000만원 상당의 보증사고가 발생하기도 해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우진 jungwooji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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