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 현장 보고 한국의 역량에 놀라”
연방의회 입성한 첫 한국계 여성
슈타인마이어 대통령 방한 수행
정상회담서 대통령 옆자리 앉기도
한국계 여성으로는 최초로 독일 연방의회에 입성한 이예원(Ye-One Rhie·35) 연방 하원의원이 지난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방한에 동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방한 기간 한·독 정상회담에 배석하고 한국의 청년들과도 만난 이 의원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9월 독일 총선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같은 사회민주당(SPD) 후보로 출마해 권역별 비례대표로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한국계 여성으로는 처음 있는 일로, 연방 하원에서 아시아계는 이 의원이 유일해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그는 “책임감을 느끼고 모두를 실망시키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1987년생인 이 의원은 독일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아헨시에서 태어나 초·중·고교와 대학까지 졸업했다. 그의 한국인 부모는 1986년 독일로 건너갔는데 부친은 아헨공대(RWTH)에서 한국어 강사, 모친은 간호사로 각각 일했다고 한다. 17세 때 사민당 청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정치에 입문했고 2014년 아헨 시의원에 출마해 당선됐다. 대학 학부 시절인 2008년 서울에 있는 독일 문화 교류 기관 ‘괴테 인스티튜트’에서 인턴으로 일했고, 2년 후에는 서울대에서 교환 학생으로 1년을 보냈다. 이 의원은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내 고향은 뼛속까지 아헨이라 생각했는데 여러 지점에서 한국이 고향이기도 했다”고 후술했다.
이 의원은 이달 3~5일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의 공식 방한에 동행했다. 독일에서는 총리가 실질적으로 최고 권력을 행사하지만 상징적인 국가원수 역할은 대통령이 맡는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 방한한 유럽 국가 정상인데, 한국에 익숙한 이 의원을 방한단에 포함시켜 수행하게 한 것이다. 4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독 정상회담에서는 슈타인마이어 대통령 오른편에 앉은 이 의원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 의원은 방한 기간 슈타인마이어 대통령과 함께 경기도 평택의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해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글로벌 혁신지수 6위의 한국은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다”며 “삼성의 반도체 생산 현장 방문은 이를 또 한번 증명하는 순간이었다”고 했다. 또 슈타인마이어 대통령과 한국 청년들 간 만남을 주선해 인구 변화와 저출산, 양성 평등, 사회 정의 등을 주제로 토론을 가졌다고 한다. 이 의원은 “다른 나라의 젊은 사람들과 그들 삶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했다”고 했다. 그는 이른바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해서는 “깊은 충격을 받았고 가족들과 계속해서 슬퍼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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