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옴표 제목 정확성 담보돼야…h알파 정말 궁금한 것 담아 [뉴스이용자위원회]

양홍주 2022. 11. 1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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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회의에서 기획기사·영상콘텐츠 등 평가
'발달장애 보도' 독자적인 조사에 많은 노력
h알파 흥미 유발·뉴스 가치 대한 고민 더 필요
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가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본사 대회의실에서 10월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위원장 양승찬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 18층 회의실에서 10월 정기회의를 열어 한 달 동안 한국일보 지면과 온라인 플랫폼에 실린 기사 및 동영상 콘텐츠 등에 대한 평가와 점검을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는 위원장을 비롯해 손경호(케이스탯리서치 팀장), 이현우(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최원석(미디어리터러시 교육활동가), 최종헌(법무법인 YK 변호사), 김수아(고루레터 편집부) 위원이 참석했다. 김여진(SBS M&C 차장)위원은 사전 보고서 제출로 출석을 갈음했다. 한국일보에서는 이충재 주필,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 양홍주 뉴스룸 디지털기획부문장, 박서강 멀티미디어부장이 함께했다.

양승찬

최근 기사자율 심의 과정을 보면 자살보도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관련해 한국일보의 보도에서는 한국기자협회의 '자살보도권고기준 3.0'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권고기준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도 기사 제목에 사용하지 않아야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의 한국일보 기사 제목에서 다수 발견된다. 지면 기사에선 '극단 선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기사 제목에서 큰 따옴표로 정보원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길 때엔 주의가 필요하다고 언론학자들이 지적해 왔다.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내용을 단순 중계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자칫 그 내용 자체가 선정적일 수 있어서다. 한국일보 기사에선 큰 따옴표로 인용된 내용이 선정적이라기보다 정확성을 확인하기 애매한 경우가 있었다. 화자나 정보원이 명확히 기사 본문에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기사의 핵심을 마치 '어떤 사람'이 이야기한 것처럼 제시하는 사례들이다. 10월 4일 사진 기사에서는 "정쟁보다 민생을"이라는 제목을 붙였는데 마치 기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말을 따옴표로 전달하는 것처럼 보인다. 제목에 독자의 주의를 끌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이는 '정확성'이 담보된 이후의 문제이다.

'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기사는 10월 중 돋보인 시의성 있는 기획물이었다. 4일 1면 배치 후 4회의 보도 호흡으로 이슈를 지속적으로 끌고 가면서 주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특별한 경험을 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독자적인 조사를 하느라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 취재 중 취재원의 동의를 얻는 과정을 거치면서 보도 윤리 측면을 신중히 고려했을 것으로 본다. 기사 안에 실명과 가명이 섞여 제시되고 있어 취재원과의 관계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특히 보도 사진에 아동의 신원이 노출되는 경우에는 항상 신중할 필요가 있다.

'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기획기사와 함께 제작된 인터랙티브 뉴스 콘텐츠 '대한민국에 우영우는 없다'의 첫 화면.

김여진

9월 26일 1면에 실린 '가스요금 3%의 기적, 그 뒤에 5조 미수금' 기사는 해당 시기 타 신문들에서 거의 볼 수 없던 정보를 담고 있었다. 우리나라 가스요금의 문제점에 대해 한발 먼저 취재한 결과이다. 가스요금 산정 구조를 선도적으로 다룬 점이 좋았다. 9월 28일 1면 '서울의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 무법지대' 기사 이후 매일 관련 기사가 잇따라 출고되어 인상 깊었다.

지난 한 달간 한국일보 유튜브 채널에는 60여 개의 콘텐츠가 업로드 되었는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한국일보 오리지널 영상 콘텐츠 'h알파'의 시작(9월 29일)이었다. 주제 선정과 편집, 모두 기존 콘텐츠와 차별화되었으며 업로드 주기(매주 화, 목요일 오후 8시) 또한 매우 짧다. 효율적인 제작을 위해 영리한 포맷을 만들었다. 스튜디오와 1인 진행자, 자료화면을 활용해 편집만으로도 다채로운 구성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을 보였다. 영상 섬네일에도 신경 쓴 부분이 눈에 띈다.

최종헌

h알파는 나름대로 시의성 있는 주제를 선정해 그에 관한 깊이 있는 분석과 관련 지식을 전하려는 노력이 보였다. 신문 지면의 기획기사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세상을 바꾼 네 개의 기호 #해시태그'(10월 11일)를 통해선 사회적 메시지를 생각해보게 되었고, '우윳값 또 오른다고?'(10월 13일)는 일상적 관심사를 넘어 구조적인 문제까지 알 수 있도록 구성했다. 국민의 알권리라는 측면에서 h알파의 주제 선정 자체는 언론사가 유튜브로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의 방향성으로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콘텐츠를 만들 때는 흥미 유발을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회수가 지나치게 적은 영상의 경우 혹시 콘텐츠가 전달하는 뉴스 가치가 떨어져서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영상이 제공하는 정보가 유튜브 이용자들의 공감을 얻는 내용인지도 살펴야 한다.

김수아

한국일보 유튜브 채널의 '지금, 한국'과 '정치인싸이드' 코너는 자막이 거의 제공되지 않아 몰입도가 떨어지거나 상황 설명이 충분치 않은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영상 콘텐츠라기보다 참고 자료라는 느낌에 머문다. h알파는 하나의 키워드에 대해 기본적인 설명으로 시작하고, 사람들이 진짜로 궁금해할 만한 것으로 이어진다. 쉽게 설명하기 때문에 키워드나 관련 분야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거부감 없이 영상을 접할 수 있어 긍정적이다. 업로드 주기를 명시하고 지키고 있어 기존의 한국일보 영상 콘텐츠와 구별된다.

콘텐츠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내용에 대한 순서 안내가 포함된 h알파 유튜브 화면.

최원석

h알파에선 '신문을 머리에서 지우고 콘텐츠를 고민하자'는 전사적인 고군분투가 느껴진다. 다만 온라인 동영상을 시청하는 이용자는 조급하고 인내심이 없는 집단이어서 우려된다. 이런 점에서 '강의식'으로 진행되는 화면은 집중도가 떨어질 위험이 크다. h알파는 다양한 자료화면을 사용하기보다 절반 이상 화면을 스튜디오와 코멘테이터(진행자)로 채우고 있다. 그리고 영상의 배경음악 오디오로 인해 진행자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경우도 발견된다. '우윳값 또 오른다고?' 편에서 진행자의 코멘트는 아이돌 그룹 멤버의 TV광고를 패러디했는데 이런 방식이 좋은 선택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패러디 혹은 클리셰(정형화된 방식)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용자에겐 굉장히 어색해보일 수 있다.

양홍주 디지털기획부문장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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