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청담동 첼로 연주자의 ‘핸드싱크’

강경희 논설위원 2022. 11. 10.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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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서울의 한 대학가 축제에 초청받은 아이돌그룹에 비난이 쏟아졌다. 무대에서 노래한 4곡 모두 ‘립싱크’였기 때문이다. 다른 가수들은 라이브로 노래 부르는 성의를 보였는데, 비싼 출연료 받고 와서는 립싱크 무대만 선보이고 다른 학교 축제로 횅하니 가버려 비난받았다.

/일러스트=박상훈

▶미리 녹음한 노래를 틀면서 무대 위에서는 노래 부르는 것처럼 입 모양만 맞추는 것을 ‘립(lip)싱크’라 한다. 마찬가지로 미리 녹음한 연주에 맞춰 무대 위에서 악기 연주하는 시늉을 내는 것을 ‘핸드(hand)싱크’라 한다. 한 록밴드는 지방 공연을 갔는데 드럼을 안 챙겨갔음을 뒤늦게 깨닫고는 급하게 야간 업소에서 드럼 빌려다 놓고 녹음된 반주를 틀면서 드럼 치는 시늉을 내는 핸드싱크로 공연했다고 한다. TV 음악 방송에서도 악기와 장비를 차릴 시간이 부족해 핸드싱크를 활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무대 사정이나 연주자 사정상 립싱크나 핸드싱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자기 노래나 연주를 녹음해 뒀다가 트는 것이다. 립싱크나 핸드싱크를 악용한 ‘가짜’ ‘사기’ 소동도 적지 않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때 노래 부른 9세 소녀가 실은 다른 어린이가 부른 노래에 맞춰 립싱크만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망신을 샀다. 1990년 그래미 신인상을 탄 유럽의 흑인 듀오 ‘밀리 바닐리’는 알고 보니 무대 위에서 춤추며 입만 벙긋거렸던 ‘붕어 가수’임이 들통나 그래미상을 반납했다. 독일의 유명 음악 제작자가 노래 잘하는데 외모가 떨어지는 가수들을 숨겨둔 채 외양과 춤 실력이 빼어난 두 흑인 남성을 앞세워 립싱크를 악용해서 스타로 만든 희대의 팝 사기극이었다.

▶대중음악계에서 주로 이야기하던 핸드싱크가 어제 온라인에서 갑자기 화제가 됐다. 한 여성 첼리스트가 첼로를 연주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여럿 띄워놓았는데, 실은 다른 실력 있는 첼리스트들의 연주를 틀어놓고는 마치 자기가 연주하는 것처럼 시늉만 한 ‘첼로 핸드싱크’라는 폭로가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 야당 대변인이 국감장에서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을 겨냥해 심야에 청담동 술집에서 이 여성의 첼로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장본인이다.

▶'첼로 핸드싱크’ 폭로가 나오자 이 여성은 문제 영상을 모두 삭제하고 유튜브 계정에서 자기 이름도 지워버렸다. 첼로 연주 영상만 가짜였는지, 이 여성의 발언도 거짓이었는지, 밝혀져야 할 것은 아직 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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