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위무사’ 매카시, 펠로시 제치고 美 하원의장 되나

뉴욕/정시행 특파원 2022. 11. 10.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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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선거 개표에서 下院은 공화당 우세… ‘앙숙’ 두 사람 운명은
트럼프 지지한 매카시 “의장되면 의사봉으로 펠로시 때리겠다”
바이든 주요 정책 견제 입장 확고
9년 하원의장한 ‘백전노장’ 펠로시
당내 갈등과 남편 피습 등으로 선거패배땐 정계 은퇴할 가능성
낸시 펠로시, 케빈 매카시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하원 다수당의 자리를 공화당에 빼앗긴다면 민주당의 리더인 ‘백전노장’ 낸시 펠로시(82) 하원의장은 의장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정계를 은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하원의장은 펠로시와 앙숙 관계인 케빈 매카시(57)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맡게 될 전망이다. 미 하원의장은 명목상으론 국가 권력 서열 3위지만, 각종 예산안과 법안을 쥐락펴락한다는 점에서 2위인 상원의장(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보다 사실상 더 큰 의회 권력을 행사한다.

펠로시는 지난 2003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로 선출돼 20년간 민주당을 이끌어왔다. 2007~2011년에 이어 2019년부터 지금까지 총 9년간 미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을 지냈다. 민주당 내부에선 펠로시 장기 집권에 대한 염증도 컸지만, ‘인간 검표기’로 불릴 정도로 주요 이슈에서 당내 이탈표를 주도면밀하게 단속해 당의 리더로서 존재감이 컸다.

미 역사상 첫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82)가 지난 9월 워싱턴 DC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근 남편이 둔기 테러를 당하고, 민주당은 중간선거도 참패, 하원의장직에서 물러날 뿐 아니라 30년 정치 경력을 끝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로이터 연합뉴스

펠로시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두 차례나 주도했으며, 2020년 트럼프의 마지막 국정연설 땐 그의 연설문을 공개적으로 박박 찢었다. 이후 펠로시는 공화당과 보수 진영에서 ‘미친 낸시’로 불리며 악마화됐다. 최근 펠로시의 남편이 당초 펠로시를 노린 40대 남성에게 자택에서 둔기로 폭행당한 것도 펠로시에 대한 일부 미국인들의 적대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사건 후 실시한 지난 7일 연설에서도 펠로시를 “짐승”이라고 불렀다.

중도 진보 성향의 펠로시 의장은 민주당 내에서도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를 비롯한 좌파 의원들이 당의 주류가 된 후 “부패하고 친(親)기업적인 노인 정치를 한다”는 내부 공격에 직면해 왔다. 펠로시 의장은 8일(현지 시각) CNN 인터뷰에서 중간선거 패배에 책임지고 의장직은 물론 정계를 은퇴할 것이란 전망에 대해 “향후 1~2주 내 발생할 일들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남편 피습이) 향후 정치 행보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인 케빈 매카시가 지난 7월 연방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하원을 장악하게 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백지 수표'를 쓰지 않겠다며 전쟁 지원 예산을 대폭 감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AP 연합뉴스

펠로시 이후 하원의장을 맡게 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매카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매카시는 하원에서 트럼프 탄핵 소추에 반대하고 공화당 당론을 탄핵 부결에 집중시켰다. 트럼프의 2020년 대선 불복에 동조하는 등 ‘트럼프 호위무사’ 역할을 했다. 공화당 내에서조차 매카시가 ‘트럼프당’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매카시는 2020년 “(공화당이 하원 선거에서 승리해 내가 하원의장이 되면) 의사봉으로 펠로시를 때리겠다”고 말해 파장을 낳기도 했다. 실제 펠로시와 매카시는 매우 사이가 나빠 대화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통상 명예롭고 화기애애하게 의사봉을 넘겨주던 하원의장 이·퇴임식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매카시는 “우크라이나에 백지수표는 안 쓰겠다”며 해외 전쟁 지원 예산을 축소하겠다고 하고, 막대한 재정 지출이 소요되는 인플레감축법(IRA) 예산을 폐기하겠다고 하는 등 바이든 정부의 여러 국내외 정책을 견제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어떻게 시작됐는지 다시 조사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미 플로리다주 10지구에서 최연소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맥스웰 알레한드로 프로스트 후보가 8일(현지시각) 밤 승리가 확정되자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한편, 이번 선거에서는 곳곳에서 MZ세대가 약진하며 미 의회의 지형 변화를 예고했다. 이날 플로리다에선 1997년생 ‘Z세대’가 최연소 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원의원 출마 최저 연령인 25세의 맥스웰 알레한드로 프로스트(민주)는 우버 기사 출신으로 총기 규제 강화와 낙태권 보호 등을 앞세워 돌풍을 일으켰다.

매사추세츠주에선 마우라 힐리(민주) 후보가 미국 사상 첫 커밍아웃한 레즈비언 주지사로 당선됐다. 메릴랜드주에선 웨스 무어(민주) 후보가 주의 첫 흑인 주지사이자, 미국 세 번째 흑인 주지사가 됐다. 아칸소주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세라 허커비 샌더스 후보가 주지사에 당선, 아버지 마이크 허커비 전 주지사에 이어 ‘부녀 주지사’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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