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비닐하우스 사람들
유엔 193개국 가운데 110개국 외국인들이 국내 거주 중이란다. 이주민은 200만명 정도인데, 그중 절반이 노동자로 일하고 있대. 우리 동네만 하더라도 동남아 이주민들이 꽤 많이 농사일과 공장일을 하면서 지낸다. 무슬림 친구들도 적지 않고 말이지. 그런데 기독교방송에서 ‘이슬람 반대’ 어쩌고 구호를 재채기보다 자주 해. 동성애, 이슬람 반대 어쩌고 차별과 혐오 발언을 일삼아. 일터에선 높은 그분에게 배웠나. ‘이XX’ 퍽 하면 내뱉는 욕설. 이주민 노동자들이 가장 듣기 싫은 욕이라 한다. 작년 겨울엔 캄보디아에서 비전문취업비자로 온 속헹씨가 비닐하우스 가건물에서 그만 동사했어. 포천 일동면이 평균 영하 14.2도였는데, 속헹씨 비닐하우스는 영하 16도였대. 비닐하우스 가건물도 월 15만원씩 내고, 건보료도 12만원을 냈다던데, 병원에 갈 시간마저 없이 노동에 시달렸던 그녀가 말이야. 그런데 몇 달 뒤 채소농장 비닐하우스에서 30대 이주민이 똑같은 동사 사고를 또 당했다. 올해라고 별반 달라졌을까. 비닐하우스 작물의 동해를 걱정하는 쪽보다 누가 그 속에서 얼어 죽지 않길 기도해야 하는 게 감추고픈 속사정. 올해는 곱빼기로 오른 난방비도 보통 문제가 아니야.
‘겉발림’이라는 말이 있지. 겉만 번지르르한 속임수. 내실을 튼튼히 해서 같이 살 수 있는 길을 트고, 나뿐 아니라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할 텐데, 겉만 선진국이면 뭐해.
들판을 달리다 보면 겹겹 비닐하우스들이 끝없이 이어져.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곳엔 인기척이 느껴져. 낡은 트럭이 좁은 농로를 분주하게 오가고, 전기모터 도는 소리도 윙윙. 손바닥 빨간 장갑들이 햇볕에 빳빳이 마르는 풍경. 얼기설기 전깃줄 끝엔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있을 테지. 저 멀리 먼 고국 땅에 전화하는 시간이 가장 설렐 순간. 별똥별처럼 눈물도 떨어지고.
누구 하나 부모님이 걱정하지 않는 자녀란 없지. 비 오면 소금장수 하는 자식 걱정, 해가 뜨면 우산장수 하는 자식 걱정. 돈 벌러 고향 떠난 자식들 걱정은 끝도 한도 없어라. 건강하게 다시 볼 때까지 따뜻한 겨울이길. 벌써 입동도 지나고, 새벽엔 볼이 시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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