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60] 경사이신(敬事而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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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학이(學而)편 5에 나오는 공자 말이다.
“제후 나라를 다스릴 때에도 삼가며 일을 함으로써 (백성에게) 신뢰를 얻어 임금이 재물을 아껴씀으로써 백성을 사랑하고 백성을 부릴 때는 때에 맞게 해야 한다.”
그 첫 번째가 삼가며 일을 함으로써 백성들 신뢰를 얻는 것이다[敬事而信]. 그런데 일본보다 논어력(力)이 현저히 떨어지는 우리 학계에서는 경사이신(敬事而信)을 “일을 공경하고 미덥게 하며”라고 오역을 하고 있다. 경사(敬事)에서 사(事)가 동사인데 경(敬)을 동사로 보아 뭘 어떻게 하라는 뜻인지도 모르게 옮겨놓은 것이다.
이 말은 백성으로부터 신뢰를 얻으려면 위정자들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사(敬事)를 풀어낸 말이 같은 학이편 14에 나오는 민어사이신어언(敏於事而愼於言)이다. 즉 일은 주도면밀하게 하고 말은 조심해서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태원 참사를 되짚어보면 해당 공직자들이 주도면밀하지 못해 결국 대참사로 이어졌음이 드러나고 있다. 위험 신호가 계속 울렸는데도 현장을 떠나 있었던 경찰청장이나 서울경찰청장, 사고 발생 이후 미스터리 같은 행보를 계속한 용산경찰서장 등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사건 이후 총리 이하 고위 공직자들이 사고 처리에 임하는 언행을 보고 있노라면 더욱 참담함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야당이 엉뚱한 정치 공세를 부리는 것은 그렇다 쳐도 대통령실이나 정부 사람들이 하는 말과 행동으로는 국민 신뢰를 얻기가 어려워 보인다. 이런 와중에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은혜 홍보수석이 다른 수석과 필담을 나누며 “웃기고 있네”라는 글을 적어 두 수석이 퇴장당하는 일까지 있었다.
이런 행태를 옛말로는 범범(泛泛)하다고 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내버려둔 채 대충대충 임한다는 뜻이다. 이런 범범한 태도로는 비상사태는 물론 평상시 작은 일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 불신만 부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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