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아메리카노’ 없는 파리의 동네 카페[정기범의 본 아페티]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2022. 11. 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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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아침을 깨우는 장소로는 카페와 빵집이 꼽힌다.
그렇다고 파리에서 맛있는 커피를 무작정 포기하고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카페 순례를 시작했다.
한여름에도 냉커피를 팔지 않는 파리의 동네 카페 대신 사시사철 '아이스 아메리카노', 줄여서 '아아'를 즐길 수 있는 카페들이 파리에 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에겐 만세를 부를 일이라는 사실을 아마도 그들은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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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아침을 깨우는 장소로는 카페와 빵집이 꼽힌다. 프랑스인들의 아침 루틴은 이들 장소에서 시작된다. 아침마다 집 앞 카페를 20년 넘게 드나들던 어느 날 이런 궁금증이 일었다. “빵도 맛있고 음식도 훌륭한 프랑스에서 모든 카페의 커피 맛이 이리도 똑같은 이유가 뭘까?”
단골 카페 웨이터에게 답을 들었다. 파리 카페 대부분이 모 식음료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는데, 대부분 수천만 원대의 커피 머신을 무상으로 대여받는 대신 그 회사의 원두를 사용해야 했던 것이다. 바에 서서 마시면 한화로 1500원 하는 커피를 주문하면서 자신이 선호하는 유명 원산지 커피를 요구하는 사람도 없을 테니 감동을 줄 만한 커피 맛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그렇다고 파리에서 맛있는 커피를 무작정 포기하고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카페 순례를 시작했다. 수년 전부터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에서 건너온, 이른바 ‘파리 커피의 혁명가’로 불리는 바리스타들을 찾아냈다. 신문화를 주도해온 1세대 카페로는 20구에 위치한 ‘브륄르리 벨빌’과 파리 6구의 ‘카페 쿠튐’, 그리고 생 마르탱 운하 주변의 ‘텐 벨’이 유명하다. 북한에서 2명의 바리스타를 파견해 교육했다는 ‘카페오 테크’(사진)의 커피도 특별하다.
최근 파리의 커피 혁명을 이끄는 주인공들은 커피의 맛에 모든 것을 집중했던 1세대와 달리 포장과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오페라 지역에 문을 연 카페 ‘뉘앙스’는 감각적이면서 심플한 인테리어로 눈길을 끌었다. 이곳의 인테리어는 파리를 대표하는 백화점인 갤러리 라파예트의 루프트톱을 비롯한 핫플레이스를 디자인한 우크로니아 설계 사무소에서 맡았다. 또한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셰프인 아크람이 참여해 만든 ‘더티 차이’ 커피를 간판으로 내세웠다. 패션 마니아들의 놀이터로 알려진 북마레의 골목길에 자리한 ‘더 커피’는 화이트로 마감한 실내와 감각적인 공간 연출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꽃소금으로 만든 ‘단짠’ 맛의 캐러멜을 넣은 커피가 특별하다.
파리의 카페 숫자가 2002년 1900여 개에서 40%나 감소했다는 통계가 지난주에 발표됐다. 코로나를 겪으며 파리의 사랑방이 문을 닫는 사이 신문화 카페의 숫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아날로그적인 삶을 살아가는 프랑스인들은 신문화 카페를 두고 돈 쓰기 좋아하는 관광객이나 갈 법한 장소라고 폄훼하며 동네 카페를 고집한다. 자신들이 마시는 커피 값보다 3, 4배나 주고 굳이 먼 곳까지 갈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한여름에도 냉커피를 팔지 않는 파리의 동네 카페 대신 사시사철 ‘아이스 아메리카노’, 줄여서 ‘아아’를 즐길 수 있는 카페들이 파리에 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에겐 만세를 부를 일이라는 사실을 아마도 그들은 모를 것이다.
단골 카페 웨이터에게 답을 들었다. 파리 카페 대부분이 모 식음료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는데, 대부분 수천만 원대의 커피 머신을 무상으로 대여받는 대신 그 회사의 원두를 사용해야 했던 것이다. 바에 서서 마시면 한화로 1500원 하는 커피를 주문하면서 자신이 선호하는 유명 원산지 커피를 요구하는 사람도 없을 테니 감동을 줄 만한 커피 맛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그렇다고 파리에서 맛있는 커피를 무작정 포기하고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카페 순례를 시작했다. 수년 전부터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에서 건너온, 이른바 ‘파리 커피의 혁명가’로 불리는 바리스타들을 찾아냈다. 신문화를 주도해온 1세대 카페로는 20구에 위치한 ‘브륄르리 벨빌’과 파리 6구의 ‘카페 쿠튐’, 그리고 생 마르탱 운하 주변의 ‘텐 벨’이 유명하다. 북한에서 2명의 바리스타를 파견해 교육했다는 ‘카페오 테크’(사진)의 커피도 특별하다.
최근 파리의 커피 혁명을 이끄는 주인공들은 커피의 맛에 모든 것을 집중했던 1세대와 달리 포장과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오페라 지역에 문을 연 카페 ‘뉘앙스’는 감각적이면서 심플한 인테리어로 눈길을 끌었다. 이곳의 인테리어는 파리를 대표하는 백화점인 갤러리 라파예트의 루프트톱을 비롯한 핫플레이스를 디자인한 우크로니아 설계 사무소에서 맡았다. 또한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셰프인 아크람이 참여해 만든 ‘더티 차이’ 커피를 간판으로 내세웠다. 패션 마니아들의 놀이터로 알려진 북마레의 골목길에 자리한 ‘더 커피’는 화이트로 마감한 실내와 감각적인 공간 연출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꽃소금으로 만든 ‘단짠’ 맛의 캐러멜을 넣은 커피가 특별하다.
파리의 카페 숫자가 2002년 1900여 개에서 40%나 감소했다는 통계가 지난주에 발표됐다. 코로나를 겪으며 파리의 사랑방이 문을 닫는 사이 신문화 카페의 숫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아날로그적인 삶을 살아가는 프랑스인들은 신문화 카페를 두고 돈 쓰기 좋아하는 관광객이나 갈 법한 장소라고 폄훼하며 동네 카페를 고집한다. 자신들이 마시는 커피 값보다 3, 4배나 주고 굳이 먼 곳까지 갈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한여름에도 냉커피를 팔지 않는 파리의 동네 카페 대신 사시사철 ‘아이스 아메리카노’, 줄여서 ‘아아’를 즐길 수 있는 카페들이 파리에 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에겐 만세를 부를 일이라는 사실을 아마도 그들은 모를 것이다.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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