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경제 돌아가는 꼴이 희한하다는 소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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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6개월 뒤 갚아도 된다더니
시장 흔들리자 “당장 해결하라”
일주일도 못 내다보는 금융 당국
어느 초선 의원이 “정말 맛있는 양꼬치집을 소개해 주겠다”는 중진 의원의 점심 초청을 받았다. 서울 용산구 어디쯤인데 대기줄이 길더란다. 젊은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중진 의원은 함께 식사할 사람 몇을 데리고 왔는데 자칭 스님이 끼어있었다. 초선 의원은 “혹시 누가 사진을 찍어 국회의원들이 스님하고 고기 먹었다고 소셜미디어에 올리면 큰 망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줄을 서 있는 사람 중에 누군가가 “야, 진짜 맛집인가보다. 스님도 먹으러 왔네”라고 하더란다. “같이 웃고 말았지만, 스님이 고깃집에 줄을 섰다고 생각하면서도 맛집 타령을 하는 세상이 뭐가 잘못된 것 아닌가 싶더라”고 했다. 양꼬치가 맛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요새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가 희한하다는 소리가 많다”고 했다. 세상 중요한 게 경제고, 절대 그러면 안 되는데 경제 부처의 일들도 희한하게 돌아간다. 경제 관료들이 일하는 모습이 낯설고 희한해서 불안하다.
얼마 전부터 자금 시장에 돈이 말라붙어 50조원, 100조원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은 어디에 정신을 팔다가 이런 난리통을 만드는지 모를 일이다. 지난 1일에는 생명보험 업계 8위 흥국생명이 보통 발행하고 5년 뒤에 갚는 무슨 채권 5억달러어치 만기가 돌아오는데 6개월 뒤에 갚겠다고 했다. 1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금리가 치솟고, 레고랜드 사태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줄도산이니 하면서 채권시장이 흉흉한데 금융 당국이 “그래도 된다”고 했단다. 그런데 시장 분위기가 심상찮아지자 제 날짜에 갚으라고 했다. 금융 당국의 시야가 6개월 뒤를 바라보고 있어도 부족할 판인데 일주일 뒤도 캄캄했다. 옆구리를 찔린 흥국생명은 엿새 만에 말을 바꿔 예정대로 갚겠다고 했다.
금융위원장은 국회 발언에서 “(사전에) 논의했고, 흥국생명이 나름대로 판단하고 공시했던 사안이다. 다만 이게 시장 불안이 되면서 문제가 됐던 것”이라고 했다. 별것도 아닌데 벌벌 떤 시장이 잘못했단다. “흥국생명 건은 당국에서도 다 알고 있었고, (사태를) 방치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결론이 이렇다. “흥국생명 건은 원래대로 상환하기로 한 만큼 수습은 됐다고 본다.”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흥국생명의 수익성과 관련한 경영 실적은 양호하며, 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문제가 되니 손바닥 뒤집듯이 “제 날짜에 갚기로 했으니 그만”이라고 한다. 위험천만하고 아슬아슬한 곡예를 봤으니 박수라도 쳐야 하나. 조금 모자란다 싶었는지 “앞으로 금융 당국도 더 긴장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다. 선제적으로 플랜B를 강구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채권시장은 얼어붙었고, 최대 150조원 규모 부동산 사업이 곳곳에서 부도 위험이 커졌다. 보험사들이 내년 상반기에 당장 만기가 돌아와 상환해야 할 신종자본증권(형식상 만기가 없어 자본으로 인정받는 채권) 등이 2조원이 넘는 상황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유동성 리스크(위험)와 신용 리스크는 구분해야 한다. 당장 자금 융통이 어려운 거지, 신용도가 떨어져 위기가 닥친 건 아니지 않으냐”고 한다. 외환위기 직전에 들었던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은 튼튼하다”처럼 들린다. 경제가 어려운데 어렵다는 말을 하면서도 별로 어렵지 않다고 하니 알아듣기가 어렵다. “영리한 자는 지혜로운 자라면 절대로 빠지지 않을 구덩이에서 잘 빠져나온다”는 말이 있다. 금융 당국이 지금 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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