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수험생 엄마들, 그 퇴근 없는 인생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 겸 부사장 2022. 11. 10.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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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기 부사장

이제 며칠 후면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다. 이 시기에는 정작 시험을 치를 수험생보다 지켜보는 엄마들의 긴장도가 더 극점을 향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학업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난다는 언론 기사를 볼 때마다 죄인인 듯 괴로워했을 우리 수험생 엄마들. 성적표가 나오는 날이면 자녀의 성적이 마치 자신의 성적표인 양 마음 졸이며 초조했을 우리 수험생 엄마들. 오늘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맞아 우리 수험생 엄마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보통 입시 매니저라고 하는 수험생 엄마들의 역할은 무엇인가. 또 그 엄마들에게 자식은 무엇인가.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자식은 "엄마의 명품 가방이고, 전생의 빚쟁이이며, 영원한 십자가"라고 한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내 꿈의 대리인이자 내 삶의 이유"가 아닐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이 비유적 의미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러면 그런 자식을 기르는 엄마들의 입시에서 역할은 무엇일까. 수험생 엄마의 역할은 자녀들의 보신(補身)을 생각하는 영양사 및 조리사, 아침저녁으로 그들을 학교와 학원으로 실어 날라야 하는 운전기사, 여러 가지 입시정보를 챙겨야 하는 정보수집가, 자식들의 학원 생활을 조율해야 하는 입시 매니저, 또 우리 아이가 공부를 하나 안 하나 감시하는 감독자, 그리고 우리의 자식들이 잘되기를 바라고 간구하는 기도자, 아이가 실의에 빠지지 않도록 용기를 주는 치어리더, 시험을 망치고 와서 짜증을 내는 자식들의 모든 푸념을 들어 주어야 하는 카운슬러 역할 등이 있다. 여기에 더해서 가정주부, 며느리, 아내로서의 역할까지 더하면 수험생 엄마들의 역할은 10가지가 넘는다. 이렇게 1인 10역을 해야 하는 엄마들은 입시에 관한 한 정보수집의 주체이자 의사결정권자로 가정의 CEO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요즘에는 학습 내용과 학습량, 잠자는 시간까지 엄마들이 관리하는 상황이라고 하니 수험생 엄마들의 부담은 점점 더 커진다.

수험생 엄마. 삼천리 금수강산 어느 집에서 귀한 딸로 태어났을 그들은 그 누구도 이렇게 힘든 수험생 엄마의 삶을 살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수험생의 아버지, 즉 남편은 회사에서 퇴근하고 돌아와 하루 일과가 힘들다며 쉴 때, 수험생 엄마는 애들 뒷바라지에 더하여 집안일도 해야 하는 그야말로 퇴근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 야속하게도 어떤 남편들은 아내에게 자녀 입시의 모든 것을 맡겨 놓고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아내까지 질책한다. 물론 이는 큰 잘못이다. 남편들은 10가지가 넘는 역할을 해내는 아내의 수고를 인정하고 수험생 부모로서 힘듦을 나누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즉 수험생 관리라는 백지장을 맞들어야 한다. 자녀의 성적표가 부부의 행복지표라고 하지 않던가.

혹자는 우리 엄마들의 '엄마 나이'는 자식이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아무리 늦게 애를 낳아도 부모로서의 나이는 그때부터 출발이다. 물론 생물학적인 나이라기보다는 정신적이 나이이리라. 그러니 올해 수능시험을 보는 수험생 엄마의 나이는 바로 19세인 것이다. 자식들과 갈등이 생기는 것도 동년배라 그렇다고 한다. 별것 아닌 일에도 짜증을 내는 동갑내기 수험생들과 부딪히며 마음고생이 많았을 이 땅의 엄마들이 다음주에 활짝 웃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 다음도 문제다. 수능이 끝난다고 그들이 수험생활에서 퇴근하는 것은 아니다. 수시모집의 대학별 고사가 이어지는 일정에 그들의 퇴근 없는 인생은 또 계속된다. 자식이 대학에 들어가도 엄마들에게 모두 평화와 행복이 오는 것은 아니다. 대학 준비를 매개로 그나마 유지되던 자식들과의 대화가 끊기고 엄마들은 허탈감과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애처롭다. 출근만 있고 퇴근이 없는 인생, 우리나라 수험생 엄마들의 삶이다. 그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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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 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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