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무고한 죽음도 결국 우리와 연결”

김용출 2022. 11. 10.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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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산문학상의 영광(소설 부문)은 비극적인 제주 4·3 사건을 문학적 장치를 통해 개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데 성공한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 돌아갔다.

시는 어두운 현실 속에서 희미한 빛을 찾아보고 싶다는 바람을 생동감 있는 언어로 그린 나희덕 시인의 '가능주의자', 평론은 동시대 문제적 문학에 대한 비평적 대화를 끈질기게 추구한 평론가 한기욱의 '문학의 열린 길', 번역 부문(불역)은 소설가 황정은의 소설을 번역한 한국화·사미 랑제라에르의 'Cent ombres(백의 그림자)'가 각각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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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대산문학상’ 수상작 발표
소설 부문 한강 ‘작별하지…’
제주 4·3사건 개인사로 풀어
詩는 나희덕의 ‘가능주의자’
평론 한기욱 ‘문학의 열린 길’

올해 대산문학상의 영광(소설 부문)은 비극적인 제주 4·3 사건을 문학적 장치를 통해 개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데 성공한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 돌아갔다. 시는 어두운 현실 속에서 희미한 빛을 찾아보고 싶다는 바람을 생동감 있는 언어로 그린 나희덕 시인의 ‘가능주의자’, 평론은 동시대 문제적 문학에 대한 비평적 대화를 끈질기게 추구한 평론가 한기욱의 ‘문학의 열린 길’, 번역 부문(불역)은 소설가 황정은의 소설을 번역한 한국화·사미 랑제라에르의 ‘Cent ombres(백의 그림자)’가 각각 선정됐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은 9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2층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30회 대상문학상 수상작으로 이같이 선정했다고 밝혔다. 부문별로 수상자에게는 상금 5000만원이 수여된다.
제30회 대산문학상 수상자인 나희덕 시인, 한강 작가, 한기욱 평론가(왼쪽부터). 대산문화재단 제공
한강 작가는 이날 수상작 발표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별하지 않는다’를 쓰고서 최근 1년 넘게 여러 이유로 글을 쓰지 못했다”며 “(이번 수상이) 이제 그만 쉬고 다시 글을 열심히 써보라는 말씀 같아서 아침마다 책상으로 가서 글을 쓰는 루틴을 회복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해 “무고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했고, 결국은 우리가 연결돼 있다는 믿음을 붙잡고 소설을 썼다”며 “언제나 우리 옆에 공기처럼 접하는 아주 많은 죽음 속에서 그런 생각을 이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는 “다음 소설을 향해 메모하고, 시작하는 몸과 마음 상태를 만들기 위해 운동하며 시동을 걸고 있다”며 “빠르면 내년 가을쯤 신작이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나희덕 시인은 “코로나 기간에 (시집) ‘가능주의자’ 속 시들을 쓰면서 ‘자욱하고 흥건한 시대를 시는 어떻게 건널 수 있을까’란 질문을 내내 던졌다”며 “여전히 세상은 힘들고 슬픔에 잠겨 있는데 상을 받는 것 자체가 무겁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시가 하는 역할은 스러져 가는 것, 죽어가는 존재, 지워져 가는 목소리를 살리고 다정하게 곁을 지키는 일”이라며 “아홉 권의 시집까지 사람에 대해 썼는데, 팬데믹 이후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선 물질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접했다. (지금 쓰고 있는) 10번째 시집은 인간이 아닌 존재에 바치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평론 부문 수상자인 한기욱 평론가는 “한류와 K-문화가 주목받는 근저에는 한국 문학이 있다고 믿고 살아왔다”며 “한국 문학 독자 수가 줄어든 것도 사실이지만, 20대 여성 등 젊은 독자는 문학을 소중히 여기고 있고 한국 소설과 시의 수준은 영미권에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시상식은 다음 달 1일 오후 6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린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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