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과 마지막 지켰는데… ” 소방서장 입건에 대원들은 울었다

용산소방서 김진철 행정팀장(왼쪽)과 이은주 구급팀장이 현재 수사 상황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KBS 유튜브

“현장에 그 누구보다 먼저 가셨고 마지막까지 지켰던 분인데, 돌아오는 건 정작….”

“저희 대원들은 단 한 순간도 걷지 않았습니다. 헉헉대며 뛰어다녔습니다.”

서울 용산소방서 소방관들이 전한 눈물 섞인 호소다. 이들은 9일 소방서를 찾은 여야 지도부를 향해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며 “구급대원들의 노력이 묻히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특히 가장 먼저 사고 현장 수습에 나섰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전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된 사실을 언급하면서는 억울한 듯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용산소방서 김진철 행정팀장은 “간단하게 질문을 드리려고 나름대로 작성을 하는데 쓰다가 눈물이 자꾸 북받쳐 오른다”며 연신 고개를 떨궜다. 이어 “저희는 현장에서 너무 열심히 했다”며 “특히 최 서장님과 지휘팀장님의 경우 그 누구보다 먼저 현장에 가셨고 제일 마지막까지 그곳을 지키셨던 분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업무를 하다 보면 작은 실수는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장에 처음으로 도착해 마지막까지 지킨 것이 우리 소방인데 돌아오는 것은 정작…”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후 목소리를 가다듬은 김 팀장은 다시 “그분들을 어제부로 입건했고 두 차례 압수수색도 당했다”며 “내용 자체도 너무나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다. 의원님들께 부탁드린다. 할 만큼 했고 억울한 부분이 많다. 도와달라”고 했다.

9일 오전 서울 용산소방서에서 소방대원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간담회를 진행, 동료 대원의 이태원 참사 관련 의견을 청취하며 침통해 하고 있다. /뉴스1

이은주 구급팀장은 참사 당일 동료 구급대원들의 노력을 전하며 눈물을 보였다. 이 팀장은 “당일날 대원들의 행적을 세밀하게 정리하고 있는데 그 자료 중 하나가 출동 대원들의 웨어러블 캠들”이라며 “요구조자가 처음 구조돼 나올 때부터 재난의료지원팀 선생님들에게 인계될 때까지 상황이 고스란히 녹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그걸 반복해 보면서 가슴 아팠던 건 저희 대원들이 단 한 순간도 걷지 않고 계속 뛰어다녔다. 차분한 목소리로 의료진들에게 인계할 때, 다른 구급대원들에게 이송 지시를 요구할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한 순간도 걷지 않았다”며 “헉헉대는 육성까지 다 녹음돼 있다. 이게 잘못된 건가, 미안해야 하는 건가, 이런 죄의식도 같이 느낀다”고 했다.

이 팀장은 고개를 푹 숙이며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는 “우리 구급대원뿐만 아니라 거기 출동했던 모든 대원이 다 똑같이 활동했다”며 “제가 지금 두려운 것은 그런 활동들이 묻혀지게 될까봐 무섭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최 서장도 참석했다. 다만 업무 현황과 당시 상황을 보고한 것 외에는 수사와 관련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브리핑을 진행하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마이크를 쉰 손을 떨고 있는 모습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앞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전날 최 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사고 발생 직후 소방대응단계 2단계 발령을 신속하게 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사고 당시 현장 수습을 책임졌던 최 서장의 모습을 기억하던 일부 사이에서 반발 여론이 생겨났고, 소방 노조도 이날 “꼬리자르기 수사를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다.

최 서장은 사고 당시 브리핑을 진행하던 모습으로 온라인에서 크게 회자된 바 있다. 현장 상황을 전달하던 중 침착한 목소리와는 달리 마이크 쥔 손을 덜덜 떨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면서다. 당시 네티즌들은 “베테랑에게도 두려운 현장이다” “얼마나 참담한 마음이실지 상상할 수 없다” 등의 댓글로 그를 응원했고, 이같은 공감 여론은 당일 현장에 투입된 구조 인력을 향한 감사 인사로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