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의 광고마케팅 기상도] 넷플릭스 '광고시청 요금제' 국부유출 우려 크다
글로벌 OTT 사업자, 법적 장치 시급해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넷플릭스가 11월 초부터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독일 등 9개국에서 광고 시청 요금제를 도입했다. 필자는 넷플릭스 같은 구독형 사업자가 유튜브 같은 광고형 요금제를 출시해 이원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며, 엄청난 광고비가 국내에 재투자되거나 환원되지 않고 해외로 유출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나아가 정부 부처에서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에 대해서도 국내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동일 기능 동일 규제의 원칙’을 적용하기를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여태껏 달라진 게 거의 없다.
넷플릭스가 새로 출시한 ‘광고시청 기본형’ 요금제는 가입자가 콘텐츠를 1시간 보는 동안 4~5분 동안 광고를 봐야 하지만, 기존의 기본형 월정액 9500원에서 42% 할인된 월 5500원으로 요금을 낮췄다. 구독형을 고수하던 넷플릭스가 요금제 이원화 전략을 구사한 이유는 가입자 증가 추세가 임계점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넷플릭스의 광고시청 기본형 요금제는 광고를 보는 대신 기존의 기본형보다 저렴하지만 다른 요금제와 달리 콘텐츠를 다운로드해서 보관할 수 없고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일부 콘텐츠는 시청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그럼에도 넷플릭스와 경쟁하는 티빙이나 웨이브 같은 토종 OTT 사업자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OTT업계에서는 가입자 확대, 매출 신장, 콘텐츠 투자 확대, 가입자 확대라는 4단계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구독형과 광고형을 모두 운용하는 이원화 전략을 구사해 토종 OTT 사업자들도 광고형 요금제 도입을 모색할 것이다.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실시한 넷플릭스의 광고형 요금제에 대한 이용 의향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2.7%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광고시청 기본형이 약간 불편해도 4000원이나 저렴한 할인가가 응답자에게 매력적인 요인이란 뜻이다.
넷플릭스의 광고시청 기본형 요금제 도입은 국내 광고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넷플릭스의 광고를 대행하는 나스미디어는 넷플릭스의 올해 광고 물량이 완판됐고, 광고 단가는 주문형비디오(VOD)의 3배, 유튜브의 4~5배 높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이용자에서 2049 세대의 비중은 82.6%에 이른다. 2049 세대는 여러 광고의 핵심 타깃이라 할 수 있다. 넷플릭스의 새 요금제는 구독자를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며 결국 광고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광고비 총량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유튜브에 이어 넷플릭스가 TV, 라디오, 신문, 잡지 광고 물량은 물론 모바일 광고 물량을 급속도로 흡수해갈 것이다.
광고 요금제의 성패는 요금의 저렴한 정도와 광고가 시청 경험을 방해하는 정도에 달려 있다. 넷플릭스에 이어 국내 OTT 사업자들도 앞으로 광고형 요금제를 시도해볼 수 있다. 그렇지만 넷플릭스의 광고시청 기본형 요금제는 국내 광고비의 해외 유출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제도권 밖에 있는 넷플릭스가 광고 물량을 급속도로 흡수해간다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심하게 기울어질 것이다. 글로벌 OTT 사업자가 흡수해간 국내 광고비가 고스란히 해외로 빠져나간다면 국부의 엄청난 유출과 같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정부 부처에서는 구글이나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 사업자에 대해 ‘동일 기능 동일 규제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인기 있는 콘텐츠에 광고가 붙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동일 기능 동일 규제의 원칙만은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광고 관련 정부 부처에서는 관련 법률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정책 관계자들은 광고산업 진흥 정책을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 글로벌 OTT 기업에서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는 것이 영업의 자유라면, 국내 광고산업을 보호할 정책의 자유도 중요하다. 아니다, 광고인들과 정책 관계자들은 자유를 넘어서는 막중한 책무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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