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와 프린터의 파격 콜래버

김대은 2022. 11. 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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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엡손·이상봉 디자이너
디지털 프린터로 의류 제작
“IT·패션 간 최고 ESG” 호평
이상봉 디자이너와 후지이 시게오 한국엡손 대표가 엡손 프린터로 디자인한 원단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호영 기자]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의 도화서길에서 ‘이상봉, 그의 상상을 프린트하다’라는 패션쇼가 열렸다. 이상봉 디자이너의 데뷔 37주년을 기념하는 이 자리에는 뜻밖에도 프린터가 여러 개 전시돼 있어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는 한국엡손에서 해당 쇼를 지원하기 위해 제공한 텍스타일 프린터, 즉 의류 등 섬유 제품에 색을 입히는 프린터다. 후지이 시게오 한국엡손 대표는 “그간 엡손이 원단을 바로 프린트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자사 기술을 많이 알릴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최근 매일경제는 최근 해당 패션쇼를 기획한 후지이 시게오 한국엡손 대표와 이상봉 디자이너를 서울 강남구의 한국엡손 본사에서 만났다. 패션쇼를 마친 소감을 묻자 이 디자이너는 “20여 개국에서 각종 대사관 관계자가 참석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며 “이들을 상대로 동양의 문화를 선보일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서울 종로구의 도화서길에서 ‘이상봉, 그의 상상을 프린트하다’라는 주제로 패션쇼가 진행됐다. [사진제공=한국엡손]
이 패션쇼가 처음 기획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께였다. 이상봉 디자이너의 기업 ‘이상봉’과 한국엡손 아이에 양해각서(MOU)가 체결되면서 패션쇼가 열리게 됐다. 후지이 대표는 “쇼를 기획하면서 직접 현장에 방문해 세부적인 부분을 조율하느라 힘든 적도 많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사 디지털 프린터를 사용했기 때문에 단시간에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쇼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양측 간 교류도 활발했다. 이 디자이너는 “(내가 가르치는) 홍익대 학생들과 서울시의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한국엡손 공장으로 불러모아 견학을 가기도 했다”며 “이 자리를 빌어 한국엡손 측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했다.
후지이 시게오 한국엡손 대표가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패션쇼의 주제는 ‘돌, 생명, 우주’다. 이 디자이너는 “홍보대사 활동 차 경상남도 하동군에 내려갔다가 우연히 돌 하나를 발견했다”며 “돌이 늘 광활한 우주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생명과 우주를 주제로 패션쇼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생명을 주제로 한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자연스레 ESG(환경·책임·투명경영)에 관한 그의 관심도 높아졌다. 패션업계가 과거 다양한 작업물을 만들어오면서 환경 오염에 기여한 측면이 적잖다는 것이다. 이 디자이너는 “패션은 늘 트렌드에 민감해 시시각각 바뀌고는 한다”며 “매 시즌 대량으로 새로운 의류를 만들고 버리는 과정에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서울 종로구의 도화서길에서 ‘이상봉, 그의 상상을 프린트하다’라는 주제로 패션쇼가 진행됐다. [사진제공=한국엡손]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엡손은 이 디자이너와 접촉해 자사의 텍스타일 프린터를 사용할 것을 권했다. 의류를 날염하는 과정에서 프린터를 사용하면 환경 오염을 훨씬 줄일 수 있다는 것. 후지이 대표는 “디지털 프린팅의 가장 큰 장점은 소량 인쇄가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많은 양을 생산하고 폐기하는 낭비를 없앨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디자이너는 이처럼 앞으로 ESG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매일경제 ESG 과정 1회 수료생이기도 한 그는 “한국엡손·매일경제 등 기업이 이윤 추구에만 매달리지 않고 환경 문제를 다뤄준다는 것은 너무나도 고마운 일”이라며 “이는 중소기업이나 개인은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상봉 디자이너가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후지이 대표도 향후 환경 문제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다짐했다. 그는 “엡손은 프린터가 주력 제품이면서도 페이퍼리스(paperless·꼭 필요한 만큼만 인쇄하는 업무 방식) 도입에 나서는 등 환경 문제에 앞장서고 있다”며 “앞으로 정보기술(IT) 업계가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전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패션 디자이너다. 동명의 회사인 ‘이상봉’의 대표를 맡으며 홍익대 패션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엡손은 일본에 본사를 둔 전자제품 기업으로, 주로 프린터·프로젝터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후지이 시게오 한국엡손 대표는 본사 영업부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해 홍콩·중국 지사를 거쳐 지난해 한국엡손 대표로 부임했다.

지난달 12일 서울 종로구의 도화서길에서 ‘이상봉, 그의 상상을 프린트하다’라는 주제로 패션쇼가 진행됐다. [사진제공=한국엡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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