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AM 라디오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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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이탈리아 물리학자 굴리엘모 마르코니가 무선전신을 개발하자 이 기술을 활용해 인간의 음성이나 음악을 다수에게 전달하려는 일련의 실험이 진행됐다.
그 후 라디오 보급이 확산돼 1960년대에 라디오 방송의 황금기를 맞는다.
이때까지만 해도 AM(중파) 라디오 방송이 주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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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연극과 방송’이란 글에서 “라디오 방송의 장치가 바탕을 두는 물질적 요소들과 그것의 작품들이 바탕을 두는 정신적 요소들은 청취자들의 이해에 맞게 서로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고 했다. 새로운 매체인 라디오 방송의 위력을 강조한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59년 금성사가 최초의 국산 라디오를 생산했다. 당시 라디오 가격은 대졸 사원의 석 달 치 월급에 해당하는 2만환이었다. 그 후 라디오 보급이 확산돼 1960년대에 라디오 방송의 황금기를 맞는다. 사람들은 라디오 앞에 모여 연속극이나 스포츠 중계를 들었다. 농어촌이나 도시 공장에서는 고단한 노동을 달래주는 노동요 역할을 했다. 방송기자 김형호는 “몸은 일에 매여 있어도 방송을 들으면, 사랑을 하고, 외국에 가고, 고향에도 가 볼 수 있었다”(‘라디오 탐심’)고 했다. 라디오에서 유용한 정보도 얻었다. 어부들은 잠들기 전에 라디오로 일기예보를 들은 뒤 다음 날 조업 여부를 결정했고,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라디오로 날씨를 확인하고 배를 탔다. 이때까지만 해도 AM(중파) 라디오 방송이 주류였다.
MBC와 SBS가 8일부터 AM 라디오 송출을 중단했다. AM 방송을 6개월간 멈춘 뒤 공식 종료할 예정이다. AM은 전파의 도달거리가 길어 소수의 송신소로도 전국을 커버할 수 있지만, 음질이 깨끗하지 않고 유지 비용이 많이 든다. 그동안 지역 방송국이 하나둘 송출을 중단해 왔지만 서울 본사가 손을 든 건 처음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방송국이 FM(초단파) 라디오만 운용 중이다. TV와 유튜브 등에 밀려 설 땅을 잃은 AM 라디오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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