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누가 재난에 정치를 끌어들이나
이태원 참사서도 어김없이 되풀이
국가적 비극으로 정권 흔들려 말고
진상규명·재발방지 위해 힘 합쳐야
2018년 1월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로 47명이 숨지자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 사과와 청와대·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가 북한 현송월(삼지연관현악단장) 뒤치다꺼리한다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화재 참사를 수습하는 데 여야가 힘을 합쳐야 함에도 김 원내대표가 색깔론 공세를 퍼부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2009년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화재 방지 관련 법안이 당시 한나라당 반대로 무산된 것이 화재 참사를 키웠다”고 전 정권에 화살을 돌렸다.
국가적 재난을 정쟁화하려는 야당 행태는 도를 넘어섰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당 전략기획위원장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에선 정략이 엿보인다.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전체 희생자 명단, 사진, 프로필을 확보해서 추모 공간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적혀 있다. 희생자 추모 정국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 아닌가. 당 ‘용산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 부본부장이 확실한 근거도 없이 참사 원인이 용산 대통령실 이전과 마약 단속에 있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책본부장이자 최고위원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살아 있었더라면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내용의 네티즌 글을 공유했다.
경찰 조사가 진행 중임에도 국정조사를 밀어붙이는 것도 저의가 의심스럽다. 부실 대응이 드러난 경찰이 ‘셀프 수사’를 하는 건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된 건 민주당이 주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탓이다. 검수완박으로 검찰의 대형 참사 수사권이 없어지면서 검경합동수사본부도 꾸릴 수 없게 됐다.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외치기 전에 검수완박법을 강행 처리한 잘못부터 사과하고 바로잡는 게 순리다. 그런데도 수사 개시에만 몇 개월이 걸리는 특검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이번 참사를 장기간 정치 이슈로 끌고 가겠다는 속셈으로 볼 수밖에 없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대형 참사의 가장 큰 책임은 물론 정부에 있다. 경찰과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한심한 대응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재난 안전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 수뇌부의 무책임한 언행도 마찬가지다. 국가적 비극이 벌어졌는데도 “보고받은 적이 없다”는 식으로 빠져나갈 궁리만 한다.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를 두둔하는 듯한 일부 여당 의원 행태도 잘못이다. 야당이 정부 책임을 추궁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를 구실로 정권을 흔들어보겠다는 정략적 접근을 하는 건 참사의 본질을 흐리게 할 뿐이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책 마련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덮으려 한다는 의심만 깊게 한다.
2001년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하자 1년 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고배를 마신 앨 고어 전 부통령은 “부시는 나의 군 최고사령관”이라면서 초당적 지원을 약속했다. 피 터지게 싸우던 여야가 국가적 위기 앞에서 손을 맞잡은 것이다. 우리 정치도 재난의 정쟁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가 됐다.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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