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인플레는 정부를 파괴한다…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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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1차 석유파동은 1973년 이스라엘과 아랍연합군 사이에서 벌어진 3차 중동 전쟁(욤키푸르 전쟁)이 도화선이었다.
당시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중동 측의 이스라엘 지원 중단 요구를 거부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수출금지로 보복했다.
1973년 서른 살 나이에 상원의원에 처음 당선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때부터 석유파동과 세계 경제위기를 다 지켜본 역전 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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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1차 석유파동은 1973년 이스라엘과 아랍연합군 사이에서 벌어진 3차 중동 전쟁(욤키푸르 전쟁)이 도화선이었다. 당시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중동 측의 이스라엘 지원 중단 요구를 거부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수출금지로 보복했다.
그해 미국에 겨울 폭풍까지 닥쳤다. 난방유를 구하지 못한 노인들이 얼어 죽고 장작을 때는 가정이 늘었다. 한 시민은 의회에 보낸 편지에서 “(닉슨 측이 재선을 위해 상대 측에 도청장치를 설치한 사건인) 워터게이트보다 더 심각한 게 기름 위기”라고 했을 정도다. 이듬해 닉슨 대통령은 사임했다.
2차 석유파동은 1979년에 터졌다. 1976년 취임한 지미 카터 대통령에게 10년 사이 1000% 오른 물가가 가장 큰 난제였다. 석유값이 또 오르자 언론은 “미국인들이 인플레이션이라는 십자가형에 처해졌다”고 한탄했다. 백악관에서는 “에너지가 우리의 베트남 전쟁”이라고 했다. 물가폭등 덕에 수월하게 집권했던 민주당은 4년 만인 1980년 공화당에 같은 이유로 정권을 넘겼다.
이렇게 인플레이션은 정부를 망가뜨린다. 미국 경제사학자 브래드퍼드 드롱은 “인플레이션은 단순한 경제적 대미지가 아니다. 그것은 정책 전반에 영향을 주는 가장 파괴적인 힘”이라고 설명한다.
지금 세계가 그때와 비슷하다. 6일짜리 욤키푸르 전쟁보다 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이 진행 중이란 게 다르다. 석유가 무기로 쓰이는 건 똑같다. 가격 통제가 아닌 금리 인상을 통한 간접적인 인플레이션 길들이기가 시행 중이란 점은 또 다르다.
한국도 이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여의도 자본시장에서는 “북한이 하루에 수십발씩 미사일을 쏘는 것보다 제롬 파월(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한 마디가 더 무섭다”고 한다. 북한 핵무력이 아니라 철저한 자국 중심으로 진행되는 미국의 금리·경제정책이 한국을 파멸로 이끌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엔 큰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이태원 압사 참사의 충격이다. 이 변고로 올해 크리스마스는 트리에 불을 켜지 못하는 깜깜한 명절이 될 것이고, 적어도 내년 초까지 내수와 소비 심리가 얼어붙을 것이다. 그런데도 참사에 책임지지 않는 관리와 이때다 싶어 정쟁을 벌이는 정치권이 경제 위기 고조의 주연급 조연으로 활개 친다.
원래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고전한 가장 큰 이유로 인플레이션이 지목됐다. 1973년 서른 살 나이에 상원의원에 처음 당선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때부터 석유파동과 세계 경제위기를 다 지켜본 역전 노장이다. 그런 그도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 대가는 분명하다. 레임덕과 정권 반납이다. 이런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나기천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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