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못한 ‘트럼프 바람’…공화당서 책임론[미국 중간선거]
15일 차기 대선 출마 선언 앞두고 입지 악화 ‘복잡해진 셈법’
미국에서 8일(현지시간) 실시된 중간선거의 주요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얼마나 발휘됐느냐다. 퇴임 후에도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보이는 그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부터 자신의 구미에 맞는 후보들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직간접적으로 후원했다.
미국 언론들은 개표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적극 지지했던 후보들이 대거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면서 그가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할 가능성이 크지만 예상만큼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고, 상원은 다수당 지위 탈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개표 결과가 나오면서 공화당 내 일각에서 ‘트럼프 책임론’까지 제기될 기세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승리를 원동력 삼아 오는 15일 2024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복잡한 상황이 됐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중적으로 지원했으나 저조한 성적을 거둔 공화당 후보들을 조명하면서 그의 당내 입지가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대 격전지로 꼽힌 펜실베이니아주에선 메메트 오즈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가 예상보다 맥없이 존 페터만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조지아주에선 그가 적극 지지한 허셸 워커 후보가 민주당 현직 라파엘 워녹 상원의원에 박빙으로 뒤지고 있다.
애리조나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블레이크 매스터스, 애리조나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캐리 레이크 등 다른 공화당 후보들도 민주당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입이 없었다면 공화당 후보들이 더 나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한발 더 나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상보다 저조한 선거 결과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이 공화당 내 일각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전히 공화당 내 유력한 인사이다. 특히 그가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2020년 대선 선거 사기 주장에 동조하는 공화당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선거에서 연방 상·하원 및 각 주의 주요 공직에 291명의 2020년 선거 부정론자들이 출마했다면서 동부시간 9일 오전 7시30분 현재 164명이 당선을 확정 지었다고 보도했다. 2020년 선거 부정론자들이 연방의회와 주 정부 요직에 진출할수록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선거제도를 공화당에 유리하게 만들려는 시도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럴수록 미국 정치의 양극화도 심화할 수밖에 없다. 공화당은 하원 다수당 지위를 되찾으면 2020년 대선에 관한 집중적인 조사 활동을 벌이겠다고 다짐해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당일 밤 자택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지지자와 기자들이 참여하는 파티를 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 지역 개표 결과가 본격적으로 집계되기 전 기자들에게 “흥미로운 저녁”이라면서 “뜨겁고 무거운 싸움이 진행 중이며 우리는 여기에서 전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그는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174명이 이겼고 9명이 졌다”면서 “정말 훌륭한 후보들이 엄청난 일을 해냈다”고 밝혔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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