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키고 또 삼켰던 아쉬움, 결국 남몰래 후…
준우승 인터뷰 마친 뒤에야 눈물
20대 중반 팀 리더, 부담감 엿보여
‘재계약’ 홍원기 감독과 새 도전 주목
키움은 지난 8일 한국시리즈 6차전을 SSG에 내주며 약 한 달간의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키움이 올해 치른 포스트시즌 경기만 15경기. 이정후는 라커룸으로 향하며 취재진에 “힘들었다” “속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애써 아쉬움을 삼키려는 모습이었다.
구단 관계자와 코칭스태프·선수단 미팅이 끝나고 짐을 챙겨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길, 복도에서 이정후를 만났다. 이정후는 올해 준플레이오프(타율 0.368 OPS 0.961), 플레이오프(타율 0.500 OPS 1.467)에 비해 한국시리즈(타율 0.259 OPS 0.740)에서 자신이 부진해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했다.
그는 두산에 패해 준우승한 2019년보다는 성숙해졌음을 느낀다고 했다. 이정후는 “3년 전에는 분한 마음이 커서 눈물만 났다”며 “(이번엔) 우리가 SSG보다 실력이 조금 떨어져 졌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결과가 나왔으니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키움은 KBO리그 10개 팀 중 등록 선수 평균 나이가 가장 어린 팀이다. 1998년생 이정후는 팀 내 주축이자 선배였던 김하성과 박병호가 각각 지난해 미국, 올해 KT로 떠난 뒤 사실상 팀의 중심 역할을 맡았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이정후를 ‘경기장 내 주장’이라고 했다. 팀의 중심이자 중견 선수인 그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것처럼 보였다. 이정후는 “많이 아쉽긴 하지만 (3년 전에 비해) 지금은 더 많은 동생(후배)이 생겼고 동생들 앞에서는 그래도 의젓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많은 키움팬이 눈물을 흘렸다는 말에 이정후의 눈도 촉촉해졌다. 잠깐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시즌 전 많은 선배들이 한두 명씩 팀을 떠났을 때 느낀 (허전한) 그런 마음들을 제가 조금이나마 치유해 드린다고 말씀드렸는데 또 울음을 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코칭스태프와 함께 이동하던 이정후는 마침내 참았던 눈물을 보였다.
이정후에게 내년은 해외 진출 전 국내에서 뛰는 마지막 시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정후는 내년 시즌이 끝나면 해외 진출 포스팅 자격(7시즌)을 얻는다. 계약기간 3년에 계약금 2억원, 연봉 4억원 등 총액 14억원에 재계약한 홍원기 감독은 9일 “멋진 선수들과 내년에 더 높은 곳을 향해 다시 한번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홍 감독의 말처럼 한층 더 멋져진 이정후가 2023시즌 더 높은 곳에 오를지 주목된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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