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에 첫 우승…달콤해서 눈물났추
“ML 지구 우승 뒤 마신 샴페인과 맛이 달라, 죽어도 여한 없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프로무대에 발을 들인 지 22년째, 드디어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SSG 최고참 추신수(40)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쁨에 젖었다.
추신수는 지난 8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뒤 “내가 평생을 꿈꿔온 순간”이라며 “어떤 단어를 써도 지금 이 행복을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항상 우승에 목말랐다. 2001년 부산고 졸업 후 미국 시애틀로 건너간 추신수는 고된 마이너리그 생활을 견딘 끝에 2005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2020년까지 16시즌 동안 메이저리그를 누볐지만 월드시리즈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텍사스 시절인 2015~2016년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경험한 게 전부다. 월드시리즈 무대에는 서보지도 못했다.
지난해 KBO리그 입성 당시 “우승하러 왔다”는 포부를 밝힌 추신수는 2년차에 꿈을 이뤘다. 팀이 SK에서 SSG로 재창단한 뒤 거둔 첫 우승에다, 리그 최초로 시즌 시작부터 끝까지 1위를 놓치지 않고 차지한 우승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추신수는 “지구 우승 뒤 마신 샴페인과는 맛이 다르다. 아주 달콤하고 하루 종일 마셔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역사는 돈으로 살 수 없다. 팀이 SSG로 바뀐 후 첫 우승이고, 내가 그중 한 멤버라는 데 정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평소 눈물이 없는 편이지만 이날만큼은 눈물샘이 터졌다. 추신수는 “선수들이 울보라고 놀리더라. 항상 강한 모습만 보이던 내가 이렇게 우는 건 처음 봤을 것”이라며 “선수들을 안아주면서 ‘형의 한을 풀어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올해 정규시즌 112경기에 주로 1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타율 0.259, 16홈런, 5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12를 기록했다. 불혹에도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로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였다. 한국시리즈 6경기에선 타율 0.320(25타수 8안타), 6득점을 올렸다.
추신수는 다음 시즌에도 현역으로 2연패에 도전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손가락 10개 중 9개가 남았다”면서도 “일단 상황을 봐야 한다. 정확한 답변을 못 드리겠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5차전 극적인 대타 끝내기 홈런으로 시리즈 최고령 MVP까지 오른 동갑내기 친구 김강민은 내년에도 그라운드에 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올 시즌을 끝으로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가 롯데 유니폼을 벗으면서 1982년생 현역 선수는 추신수와 김강민, 삼성 오승환만 남았다. 김강민은 우승 후 추신수를 꼭 끌어안으면서 진심을 담은 한마디를 건넸다고 한다. “내년에도 같이하자”는 말이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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