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님께 아낌없이 드릴게요”...상장사 3분기 배당 22% ‘쑥’

강인선 2022. 11. 9.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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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들이 3분기 주주들에게 환원한 배당금 총액이 전년 동기 대비 20%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주가 하락기에 주주들의 반발을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상장사의 배당이 늘면서 배당주 투자 및 관련 상품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분기 들어 이날까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분기 배당 총액은 3조9595억원이다. 전년 동기 3조2349억원 대비 22% 증가했다. 배당을 공시한 기업도 17곳에서 24곳으로 늘었다.

배당총액의 상승은 네이버,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대거 중간배당에 나서면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지난 3분기 1370억원의 특별 분기배당을 실시했다. 올해 처음으로 분기배당을 도입한 SK하이닉스도 3분기에 2063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금리 인상으로 이익이 급증한 금융지주들도 대거 배당에 나섰다. KB금융(1948억), 신한지주(2121억) 등이 3분기 대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상장사들이 적극적인 배당에 나서는 이유는 실적 악화로 인해 급락한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와 네이버는 각각 반도체 업황 둔화와 비용 증가로 지난 3분기에 1년전보다 악화된 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꾸준한 배당을 중요한 투자지표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대기업들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서 투자를 받는 경우도 많아지는 만큼 배당에 더욱 신경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둔화로 올해 상장사들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증권가에서는 배당이 늘어나는 것은 국내 증시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이 이익이나 자산 규모 대비 주가가 저렴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의 원인으로 낮은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으로 지출하는 금액 비중)이 지목돼왔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이 낮은 배당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배당 증가와 증시 변동성 확대가 맞물리면서 배당주 펀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국내 배당주 ETF로의 자금 유입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일례로 ‘배당귀족’을 콘셉트로 국내 종목을 편입한 첫 상장지수펀드(ETF) ‘TIGER MKF 배당귀족’도 한달새 안정적인 수익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8일 상장과 함께 1만205원에 거래된 MKF 배당귀족 ETF는 9일 종가 기준 1만730원을 기록하면서 5.1% 상승했다. TIGER MKF배당귀족 ETF는 10년 이상 배당을 증가한 30개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MKF배당귀족 ETF 편입 30 종목 중 가운데 14곳이 올해 영업이익이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하향조정되는 와중에도 MKF배당귀족 구성종목의 영업이익 전망은 88조로 86조인 작년 수준을 웃돌았다.

배당은 기본적으로 1년전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을 1년 뒤 나눠주는 방식으로 지급된다. 배당을 받기 위해서는 분기·결산 배당 모두 ‘배당기준일 2영업일 전’까지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주식을 매수한 뒤 결제까지 그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국내 상장사 대부분은 12월31일이 결산 배당 기준일인데, 당일 증시가 휴장하므로 12월28일이 매수해야 하는 마지막 날이 된다.

배당주에 투자할 때는 배당수익률(1주당 지급하는 배당금)이 시중은행 이자와 비교해 충분히 높은지, 5년 이상 꾸준한 배당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잉여 현금 흐름이 순유입을 기록해 재투자 필요성이 적은지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배당주의 가장 큰 경쟁자는 은행예금이기 때문에 예금 금리와 비교해 배당수익률이 충분히 매력적인지도 파악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배당주 투자를 통해 당분간 꾸준한 현금흐름을 누린 뒤, 금리 인하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주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편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12월 결산법인은 12월말에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하고, 3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확정해 4월에 지급하는 반면 미국 등 금융선진국은 매년 1~3월 배당금 규모를 결정한 뒤 배당 받을 주주를 정하고 1개월 이내에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금융위는 국내 배당제도를 미국처럼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변경이 이뤄지면 투자자는 배당금을 받는 시간이 줄어들고 배당금을 알고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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