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세공 안 된 보석, 로컬 전성시대 온다”

윤희일 기자 2022. 11. 9.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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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로컬 브랜드가 만드는 미래 동네’ 강연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로컬브랜드포럼 이사장)가 지난 5일 대전 유성구 아로파스페이스에서 지역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요즘 트렌드 가상세계 익숙하지만
오프라인에서의 특별한 경험 갈구

“요즘 사람들은 ‘오프라인’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찾고 있습니다.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지역, 다시 말하면 ‘로컬(지역)’의 전성시대가 반드시 옵니다.”

지난 5일 대전 유성구 아로파스페이스에서 한국 EoC(Economy of Communion·모두의 경제) 사무국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39·로컬브랜드포럼 이사장)는 ‘로컬 브랜드가 만드는 미래 동네’라는 주제 발표를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 지역이 ‘서울’과는 확실하게 다른 그 지역만의 콘텐츠로 채워간다면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빈 상가, 빈집, 폐공장, 노후 중소형 건물 등 도시의 유휴 공간을 사람이 모이고 콘텐츠가 흐르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바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인 ‘어반플레이’를 운영하고 있다. 방앗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국식 먹거리 편집상점 ‘연남방앗간’이 대표 브랜드다. 지역의 장인들이 만든 건강한 한국식 먹거리를 엄선해 소개하는 곳이다.

또 문화기획자, 책방 운영자, 전통 장인, 아티스트 등 다양한 크리에이터를 발굴해 그들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도 하고 있다. 현재 서울은 물론 대구, 수원, 제주 등에서 지역에 콘텐츠를 입히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요즘 메타버스 등 가상세계가 뜨고 있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오프라인에서 새로운 경험을 찾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면서 “서울 사람들이 경기도 교외의 멋진 카페 등을 찾게 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사람들이 오프라인의 소중함을 알아가고 있으며, 그래서 오프라인에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곳,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곳 등을 찾아 나서는 것”이라면서 “이른바 ‘로컬(지역) 전성시대’가 코앞에 와 있다”고 말했다.

부산 ‘삼진어묵’·대전 ‘성심당’ 등
지역 가치 널리 알린 문화상품들

그는 지역의 매력을 알게 된 상당수 청년이 서울이 아니라 자연환경이 좋은 지역으로 가서 창업하는 것을 로컬 전성시대가 도래하는 대표적인 징조로 들었다. 지역의 가치를 널리 알린 사례로 군산의 이성당, 부산의 삼진어묵, 대전의 성심당 등을 든 그는 “그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사례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에도 컴퓨터처럼 운영시스템(OS)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개성 있는 콘텐츠(소프트웨어)와 도시공간(하드웨어)을 연결해 도시에 다양성과 활기를 불어넣는 운영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면서 “그 운영시스템이 바로 사람들의 창의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후 소비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오프라인 공간, 예를 들면 골목 등의 가치에 공감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요즘 지역의 창고나 공장 등을 활용한 새로운 문화복합공간이 민간 주도로 생기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도시는 소프트웨어(콘텐츠) 중심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그 지역만의 콘텐츠를 개발해야만 한다. 지역 출판이나 지역 아카이빙 등을 통해 자생할 수 있는 동네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공간에 차별화된 콘텐츠 입혀야
서울을 베끼는 식으론 존립 어려워

그는 끝으로 “서울처럼 개발에 매달리거나 서울을 베끼려 한다면 그 지역은 결국 존립이 어려울 것”이라면서 “양양의 서피비치(서핑을 즐기는 해변)처럼 지역 고유의 자원을 활용한 지역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한다면 그 지역은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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