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자 수요도 공급도 ‘뚝’…얼어붙는 중고차 시장

김상범 기자 2022. 11. 9.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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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털 10%·사업자용 금리 11%
차 팔기도, 들여놓기도 힘들다”
전쟁 중 러에 우회 수출로 ‘숨통’
지난 3일 경기 용인의 중고차 매매단지 ‘오토허브’ 주차장에 차량들이 진열돼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자동차 특수,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같은 호재가 겹치면서 중고차가 새차보다 비싸게 팔리는 가격역전 현상까지 빚어졌던 중고차 시장이 할부금리가 치솟으면서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최근 방문한 경기 용인의 중고차 매매단지 오토허브는 한산했다. 7년간 중고차 일을 해왔다는 한 업체 대표 A씨는 “올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손님이 20~3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상품 주차장에도 빈자리가 보였다. 중고차 업체 B 대표는 “10대 정도 들여놓곤 했는데, 지금은 5대를 들여놓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중고차 업자들이 중고차를 사들일 때 빌리는 ‘재고금융’ 금리가 대폭 뛰었기 때문이다.

재고금융 금리는 올해 7월까지만 해도 평균 5.9% 정도였다. 그러나 8월 이후 급격히 오르더니 지금은 11%에 육박한다. 차 한 대당 7~8%의 이윤을 붙여 파는데 금리가 이미 그 마진율을 넘어서면서 손익 구조가 무너진 상황이 된 것이다.

중고차 ‘도매처’ 역할을 하는 경매장 낙찰률도 하락세다. 한 대형 경매장 관계자는 “하반기 평균 낙찰률은 56~57% 수준”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 61~62% 대비 5%포인트가량 떨어진 것이다.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상인들이 차량 매입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구매력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홈페이지에서 카드·캐피털·저축은행 등 25곳의 중고차 할부금리를 검색하면, 신용등급 5~6등급(701점~800점)의 구매자가 60개월 할부로 중고차를 구매할 경우 금리는 대부분 10% 이상이다. 매매상사를 운영하는 C 대표는 “마진이 많이 남는 고급 차종보다는 경차·준중형차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차량 위주로 많이 팔린다”며 “쏘나타·그랜저 같은 중산층이 많이 찾는 스테디셀러 차종 가격은 약 10% 정도 떨어져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수출이 그나마 ‘산소호흡기’를 달아주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미국·유럽에서 러시아로 향하는 신차 유입이 막히면서 한국산 중고차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수출통계를 보면 러시아로 향하는 내연기관 중고차 수출액은 올해 1~9월 기준 2억6485만달러인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배나 늘어난 규모다.

카자흐스탄 등 인접국을 통해 우회 수출되는 물량도 적지 않다. 한국말이 유창한 고려인 딜러가 러시아 현지 바이어와 실시간으로 영상통화를 주고받으며 중고 매물의 옵션·품질 등을 검수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보이곤 한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시대에는 차량 구입 시 최대한 현금을 확보하거나 할부 상품을 쓰더라도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현도 자동차경매장협회 연구소장은 “캐피털 같은 2금융권의 자동차 할부는 에이전트(판매대리점)가 중간에 끼면서 같은 상품이어도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소비자 신용도에 따라 은행 등 1금융권 대출을 이용하는 등 자금 사정에 따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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