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부자 감세 반대”…표류하는 윤석열 정부 ‘세제개편안’

반기웅 기자 2022. 11. 9.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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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쟁점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민주당·정의당 “절대 수용 불가”
상속세·금투세·종부세도 이견 커
법안 심의할 조세소위도 안 꾸려져
연말 국회 통과 요원…무산될 수도

“플랜 B는 없다” 지난 10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 세제개편안 ‘원안 통과’를 강조하며 한 말이다. 추 부총리의 단언과 달리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5년간 73조원에 이르는 감세(국회예산정책처 추산)가 될 것으로 보이는 세제개편안은 여야가 강 대 강으로 맞서면서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첫 경제정책의 핵심인 감세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9일 국회와 기재부에 따르면 법인세법 개편안은 여야 간 간극이 가장 크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고, 과세표준 구간을 4단계에서 2~3단계로 단순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2020년 기준 전체 83만여 법인 중 과세표준 3000억원을 넘어 25%의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기업은 84곳에 불과하다. 삼성, 현대차, SK 등 대기업이 2조5000억원에 이르는 혜택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인세(최고세율) 인하는 받을 수 없고 협의 여지도 없다”고 말했다.

가업승계 기업에 세금을 감면해주는 가업상속공제 확대도 야당은 반대하고 있다. 지금은 중소기업(매출액 4000억원 미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앞으로는 중견기업(매출액 1조원 미만)도 세제 혜택을 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빙그레 등 규모가 큰 중견기업들도 가업상속 대상이 될 수 있다. 공제한도도 2배가량 확대해준다.

민주당은 가업상속공제의 새로운 대상이 되는 신규 중견기업 수는 313개로 전체 중견기업의 6.3%에 불과하다며 ‘부자감세’라는 입장이다. 개편안이 통과되면 지역인재 장기정착을 위한 업종유지 조항이 폐지돼 업종변경과 직원해고가 가능해진다. 국회 기재위 여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가업승계는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중산·서민층을 위한 투자·일자리 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야당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를 놓고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금투세는 주식을 비롯한 금융상품 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간 5000만원을 넘으면 수익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이 금융투자협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연평균 수익이 5000만원을 초과한 투자자는 1.6%(12만3575명)에 그친다. 민주당 관계자는 “금투세는 유예 없이 가기로 정했다. 금투세는 협의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에 유예 없이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세 특별공제 3억원을 도입해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비과세 기준을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리는 ‘1가구 1주택자 특별공제 법안’은 이미 무산됐다. 올해 안에 여야가 합의한다 해도 공시가 11억~14억원 주택 보유자 9만3000명에 대한 종부세 감면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향후 국회에서 합의가 이뤄질 경우 내년 환급이 가능하지만 소급 입법이라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민주당은 특별공제 도입 등 종부세 완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최저한도인 60%까지 낮춘 데다 일시적 2주택, 상속주택 등에 대한 종부세를 완화한 만큼 추가 혜택은 과도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저가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 부과에는 보완 의지를 내비쳤다.

소득세법 개편은 야당도 찬성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핵심은 과세표준 구간 조정이다. 2008년 이후 고정됐던 과세표준을 상향조정(1200만원→1400만원, 4600만원→5000만원)한다. 다만 정의당은 소득세 개편안뿐만 아니라 세제개편안 전반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복합위기 국면에서 감세를 골자로 한 세제개편안은 적합하지 않다”며 “민주당이 부자감세에 반대한다지만 국민의힘 논리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감세안을 통과시킬까 우려된다”고 했다.

현재 세제개편안은 국회 협상 테이블에조차 오르지 못하고 있다. 당장 세제개편안을 심의할 조세소위원회 구성도 요원하다. 민주당은 여당이 기재위원장을 맡았으니 조세소위 위원장은 야당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1년씩 번갈아 가며 맡자는 제안도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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