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참사라 했는데...'이태원 참사' 통째로 뺀 경찰

강민경 2022. 11. 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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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참사 재발 방지' 인파 관리 대책 TF 출범
참사 발생 11일만…윤희근 경찰청장 "최선 다하겠다"
경찰, 이태원 '참사·사고' 용어 통일도 못해

[앵커]

경찰이 이태원 참사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주최자 없는 대규모 행사에서 인파를 관리할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그런데 회의를 앞두고 만든 자료에는 처음에 있던 이태원 참사 관련 언급이 통째로 빠졌는데요.

참사인지 사고인지를 규정할 수가 없어 아예 빼버렸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강민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찰이 군중관리, 공공안전 분야 등 민간 전문가 12명이 자문단으로 참여하는 인파 관리 대책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11일 만입니다.

첫 회의를 주재한 윤희근 경찰청장은 최선을 다해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윤희근 / 경찰청장 :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분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립니다.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말이 무색하게 경찰은 이태원 참사로 불러야 할지, 아니면 사고라고 할지도 정하지 못했습니다.

경찰청이 회의 전날 배포한 보도자료입니다.

'이태원 사고와 관련한 다중 밀집 인파 사고 예방' 회의자료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회의 직전 다시 배포한 보도자료에선 이태원 참사에 대한 언급이 모두 빠져 있습니다.

'이태원 사고를 계기로 드러난 제도와 경찰의 현장조치 문제점을 살펴본다'고 한 부분도 통째로 사라지고, 대신 '인파 사고가 발생되지 않도록' 이란 말이 추가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참사인지, 사고인지 아직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너무 앞서 나가는 것으로 보일까 봐 보도자료를 수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한덕수 국무총리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도 이미 '이태원 참사'라고 부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윤석열 / 대통령(지난 7일) : 정부는 이번 참사를 책임 있게 수습하는 것은 물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합니다.]

윤 청장은 인파 관리 대책 회의를 마친 뒤 YTN 취재진과 만나, 보도자료 양을 줄이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을 덜어낸 것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뼈를 깎는 노력으로 자성하겠다고 밝힌 경찰.

용어 선정 때문에 이태원 참사 언급 부분을 통째로 빼버린 건 지나친 눈치 보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YTN 강민경입니다.

YTN 강민경 (kmk02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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