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구,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 사라진다
구청 장애인 노동자 등 53명 대상…주휴수당·실업급여 혜택
울산 동구 소재 한 공립 작은도서관에서 사서 도우미로 일하는 A씨(51·여)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7시간씩 주 14시간 근무한다. 그는 2020년 1월부터 도서관 방문객 안내와 도서 대출·정리 등을 맡고 있다. A씨는 “생활비에 보탬이 되려면 다른 아르바이트도 하고 싶지만, 업소마다 인건비를 아끼려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동구의 한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올해 초부터 일하고 있는 B씨도(44·여) 하루 2~3시간씩 주 14시간을 일한다. 그는 장애인 시설 내 카페에서 커피를 만들고, 거주 장애인들에게 배달하거나 매장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A씨와 B씨는 한 달에 총 56시간 일을 하고 시급 9160원을 적용해 모두 51만2960원을 급여로 받는 것이 전부이다.
근로기준법(제2조 1항9호)상 주당 노동시간이 통상 노동자에 비해 짧은 노동자를 통칭해 ‘단시간 노동자’라고 한다. 이들 중 A씨와 B씨처럼 주당 노동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경우에는 ‘초단시간 노동자’로 규정한다. 초단시간 노동자들은 2년 이상 근무해도 기간제법(제4조)에 따른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주휴·연차 수당이나 실업급여와 퇴직급여는 물론 건강보험·국민연금 등 4대 보험 혜택도 받지 못한다.
통계청은 지난해 기준 매주 노동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노동자는 전국적으로 180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중 여성 노동자(122만9000여명)가 전체의 66.4%를 차지한다. 또 60대 이상 노동자가 79만여명으로 42.7%에 달한다.
이는 초단시간 노동자 중 정년퇴직 연령(60세) 이하로 노동 의사가 있는 연령층이 57.3%나 포함돼 있다는 뜻이다. 실업 후 새 직장을 구하지 못했거나, 새로 취업 시장에 뛰어든 사람들 중 초단시간 노동자들이 많다.
울산 동구는 이런 문제를 고려해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내년부터 ‘최소 생활 노동시간 보장제’를 시행해 초단시간 노동자 없는 구청을 만들 것이라고 9일 밝혔다.
최소 생활 노동시간 보장제는 주 15시간 미만 노동을 하는 초단시간 노동자를 대상으로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고 주 15시간 이상 노동시간을 보장해 주휴·연차수당과 실업급여 등 혜택을 주는 것이다. 동구는 구청과 산하 기관의 장애인 일자리 노동자 49명과 도서관 사서 도우미 4명 등 모두 53명에 대해 내년부터 주 14시간에서 주 15시간 노동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동구는 초단시간 노동자가 없는 구청을 만드는 데 약 2억2000여만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했다. 동구는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장애인 일자리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의 동의를 구하고, 나머지 대상자는 구청 자체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은 “초단시간 노동자는 평균 임금에 못 미치는 저임금에 시달리면서 사회보장제도 혜택도 누리지 못하는 등 사회 양극화의 단면을 보여준다”면서 “초단시간 노동 없는 좋은 일자리를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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